"현대중 한밤테러 후유증 김석진, 산재로 인정하라"
울산시민대책위 "산재 인정하고 정몽준 공개 사과해야"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테러 문제 해결을 위한 울산시민대책위원회'는 23일 오전 10시 울산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 피해자인 현대미포조선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과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국회의원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2009년 1월 현대중공업 경비대 한밤테러
'미포투쟁' 굴뚝농성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2009년 1월 17일 오후 11시 30분, 울산 동구 방어동 예전만부두 입구 현대중공업 소각장 앞에서 나흘째 밤샘단식농성을 벌이던 진보신당 당직자들과 노동자들을 향해 소화기와 쇠파이프, 각목으로 무장한 현대중공업 경비대 60여명이 들이닥쳤다.
헬멧을 쓴 경비들은 소화분말을 뿌리며 소화기로 농성자들의 머리를 내리치고 손발과 얼굴을 때리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했고, 농성장 주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 세 대를 파손했다. 또 농성물품들을 닥치는대로 불태운 뒤 경찰들이 보는 앞에서 승용차 20여 대에 나눠 타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당시 주변에는 전경차 1대와 30여 명의 경찰들이 있었지만 테러를 자행하는 현대중공업 경비들을 제지하거나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미포투쟁 현장대책위원회 소집권자였던 김석진 의장은 현대중공업 경비들에게 집중 구타 당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석진 의장은 이날 한밤테러의 후유증으로 3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경비대 한밤테러 사건에 대해 2009년 국회 진상조사와 경찰청 국정감사, 2010년 울산지방경찰청 국정감사, 올해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등을 통한 강력한 문제제기가 이뤄졌지만 경찰청과 가해자인 현대중공업은 지금껏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중징계, 왕따, 미행, 감시
2009년 1월 22일 현대중공업 김아무개 상무와 민주노총울산본부는 미포투쟁에 참가한 현장활동가에 대한 중징계(감봉, 정직, 강격, 해고)를 하지 않고, 1월 17일 현대중공업 경비대가 자행한 심야테러 부상자들의 치료비는 전액 회사가 부담하며, 쌍방 고소고발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작성했고, 다음날 현대미포조선 노사 합의로 31일 동안의 굴뚝농성과 미포투쟁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협약서는 지켜지지 않았고, 김석진 의장은 2009년 3월 정직 2월의 중징계를 당했다.
김석진 의장은 징계기간중 울산시내와 서울 정몽준 의원 사무실을 오가며 협약서 이행과 중징계 철회, 경비대 테러 사과 등을 요구하며 일인시위를 벌였다.
그해 5월 현장에 복귀한 김 의장을 기다린 것은 동료 팀원들이 김 의장을 비방하며 내건 펼침막들이었다. 현장사무실 건물 벽면에는 "우리 삶의 일터를 망하게 하는 자와는 함께 근무할 수 없다"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 펼침막은 김 의장의 징계 기간인 2월부터 미리 걸어놓은 것이었다.
"우리는 당신을 포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느냐" "기만과 거짓, 너의 욕심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일터 말아먹으려는 자, 당신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다른 두 장의 펼침막은 김 의장의 현장 복귀에 맞춰 새로 달렸다.
이 세 장의 펼침막은 그해 9월까지 현장에 계속 달려 있었고, 김석진 의장은 자신을 비방하는 펼침막에 둘러싸여 작업을 해야 했다.
김 의장의 현장 복귀 전인 4월부터 미포조선 노무관리자들은 김 의장의 자택 주변을 이른 새벽부터 감시하고, 외출하는 김 의장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현장에 복귀해서도 김 의장이 출근해서 현장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경비들이 따라붙었다. 점심시간이면 담당 반장이 매일같이 식당에 동행했다. 출근길에 김 의장과 대화를 나눴다는 이유로 한 조합원이 상급자에게 문책을 당하기도 했다.
팀원들은 친목도모를 위해 달마다 납부하던 김 의장의 팀회비 납부를 중단시켰다. 팀 회식이나 송년회 같은 행사에 김 의장은 참석할 수 없었다. 김 의장에 대한 '왕따'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일인시위, 언론기고, 인터뷰, 10만원 내고 해라"
현대미포조선 회사는 김석진 의장의 일인시위와 유인물 배포를 문제삼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울산지방법원은 지난해 2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석진 의장이 벌금을 내자 회사는 지난해 8월 김 의장에 대해 다시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울산지방법원은 또 지난해 7월 회사를 비방하는 취지의 일인시위와 언론 인터뷰, 기고 등을 통해 위반행위 1회당 각 10만원씩을 미포조선 회사에 내라는 업무방해금지가처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김석진 의장과 가족들은 서울과 울산을 오가며 협약서 이행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계속 이어갔고, 회사는 김 의장을 다시 고발했다. 법원은 지난 7월 4일 또 다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도 법원은 부인 한미선씨와 딸 김소연 학생이 인터넷언론에 쓴 기고글을 포함해 모두 7건의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위반했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4월에는 김석진 의장의 아내 한미선씨가 동구청장재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울산을 방문한 정몽준 의원을 상대로 일인시위를 벌이려다 현대미포조선 노무관리차장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법원은 지난 10월 미포조선 노무관리차장에게 폭행치상죄 등을 적용,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루 2~3시간 이상 잠 못자...불면증, 불안증, 우울증 심각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테러 문제 해결을 위한 울산시민대책위원회'는 "김석진 노동자는 수면제, 신경안정제, 우울증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고 약을 복용해도 하루 2~3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심각한 불면증과 불안증 그리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최근 한방치료까지 병행하고 있지만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고통은 가족들도 함께 겪고 있다"며 "김석진 노동자의 부인인 한미선씨는 온갖 스트레스 등으로 얼마전 폐암 초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해야 했고, 김석진 노동자와 같이 심각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진 의장은 심각한 불면증과 불안증, 우울증으로 더 이상 취업치료가 불가능하다며 지난 5일부터 석달 동안 병가휴직을 냈고, 최근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부인 한미선씨는 "남편은 회사의 탄압과 팀 동료들에 의한 탄압이 지속되자 처음에는 수면장애가 나타났고, 그러다가 잠 잘 때 식은 땀을 흘리면서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고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이 줄어들었다"며 "말이 줄고 외부인과 만남이 줄어들면서 홀로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최근 약 용량을 점점 늘려가지만 수면장애와 우울증은 더 심각해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진 의장이 낸 산재신청서에 미포조선 회사는 서명하지 않았다. 한미선씨와 시민대책위는 23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근로복지공단울산지사에 산재신청서를 접수했다.
시민대책위는 △현대중공업 경비대 한밤테러에 대한 정몽준 의원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테러 가담자 구속과 전면 재수사 △2009년 미포투쟁 협약서 이행 △김석진 의장과 가족에 대한 치료 문제 해결 △김석진 의장에 대한 형사고발과 중징계 철회, 왕따 행위와 감시 행위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다.
또 "근로복지공단은 현대중공업 경비대에 의한 심야테러의 후유증과 현대미포조선 사용자의 탄압과 감시, 왕따 행위로 불면증과 불안증 그리고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김석진 노동자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산업재해로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울산시민대책위에는 <공공운수노조울산본부, 박현정추모사업회, 사회당울산시당, 서영호양봉수열사정신계승사업회, 울산건강연대, 울산노동법률원, 울산노동자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인권운동연대, 울산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 진보신당울산시당, 노동해방실천연대 > 등이 함께하고 있다.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국 / 2011-12-23 오후 3:2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