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멀리 가시는 길에 마음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 글쓴이: 박준성
  • 2014-05-30
2014년 5월 27일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5월 29일 장례를 잘 마쳤습니다.

평소 어머니 상태를 잘알고 있는 분들께만 소식 전하고
널리 알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찌 아시고 많은 분들이 멀리까지 찾아주셨습니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천천히 숨이 잦아지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숨이 멈춘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그 동안 잘 해줘서 고맙고
잘 못해서 미안해요.
하늘길 가시다가
'세월호' 탔던 아이들 만나걸랑
우리 손주손녀 만난 듯 손잡고 편히 가세요.
받기만 했던 사랑 되돌려 갚을 길 없게 되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줄 수 밖에 없네요
서운하지 않겠지요?
사랑해요
잘가요 엄마.

어머니 중환자실 계실 때 잠시 짬내서 본
다산 정약용의 시를
이제는 부재한 어머니 말씀 삼아
되새기면서 살겠습니다.

"즐거움만 누리는 사람도 없고
복만 받는 사람도 없는 법인데
어떤 사람은 춥고 배고프며
어떤 사람은 호의호식하는가.
는 길쌈 일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아름다운 비단옷을 입는가.
너는 사냥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고기를 배불리 먹는가.
열 집에서 먹을 음식을
어째서 한 사람이 먹어치우나.
한 달 동안 먹을 양식을
어째서 하루에 소비하는가.
잘 먹고 잘 입을 때는
어깨를 으쓱하며 뽐을 내고
남들도 너를 부러워하며
멋있다, 똑똑하다 말하겠지만
형편이 나빠지고 재물이 없어지면
누구에게 감히 잘난 체하겠는가.
거친 밥 먹으며
남루한 옷 입으면
남들도 너를 딱하게 여겨
어째서 갑자기 망했나 한다.
그 아내와 자식마저 멀리하면서
손가락질하고 경계로 삼는다.
즐거움은 천천히 누려야
늙도록 오래오래 누릴 수 있고
복은 남김없이 받지 않아야
후손에게까지 이르게 된다.
보리밥이 맛없다 말하지 마라
앞마을 사람들은 그것도 못 먹는다.
삼베옷 거칠다. 말하지 마라
그것도 못 입어 헐벗은 사람 있다.
아, 나의 아들들아
나의 며느리들아
나의 말 경청하여
허물없이 처신하라"

 

댓글 1개

노동자교육센터 2014-06-02 13:38

편찮으셨던 어머님도, 편찮으신 어머님 곁을 지키신 박준성 선생님도 힘드신 시간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정리의 시간이 필요하셨을텐데, 장례 마치고 바로 글을 올려주셨네요.선생님이 올리신 정약용의 시, 저도 마음에 새겨 보려고 합니다. (성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