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에서 온 편지 5
전쟁반대 대표단 김정욱이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께
*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으로 파견된 쌍용자동차노조 대외협력부장 김정욱 동지가 요르단 암만에서 현지시각 2003.3.20 새벽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 전문을 싣습니다. [교육선전실]
민주노총, 1300만 노동자들에게 드리는 글
전쟁반대 민주노총 대표단에 함께 하고 있는 김정욱입니다.
어제 오후 늦게 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바람이 아직도 멈출 줄 모른 채 내리고 있습니다.
마치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듯 느껴집니다. 이곳에 와서 오늘도 악몽과 고민에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이라크에 들어가서 활동했던 한국 반전평화팀이 어제 오후 1시정도(이곳 시각)에 요르단 암만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과 반가운 마음에 만나보러 갔습니다.
이라크 현지에서 활동하며 고생한 10명의 동지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표정과 그것을 내색하지 않으려는 두 가지 표정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지를 두고 온 슬픔이야 어찌 숨길 수 있겠습니까.
이라크 현지 바그다드에는 몇몇의 동지들이 남아 있으며, 미국의 폭격이 시작되어도 그 곳에 남아 한 사람, 한 명의 소중한 어린 생명들과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인간방패로, 평화전사로 남겠다는 어려운 결정들을 했다고 합니다.
이 땅에서 가장 소중한 일을 하고도 괴로워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의 미안함과 자괴감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 반전평화팀에 의하면, 이곳 이라크는 미국에 의한 8년간의 경제제재 조치로 경제는 완전히 붕괴되었고, 어린 생명들은 심지어 병원 한 번 못 가보고, 약 한번 써보지 못하고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열화우라늄탄으로 인해 이라크 남부의 바스라(Basra)지역은 초토화되었고 기형아, 암에 걸린 어린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곳에 또다시 걸프전에 1일 300발에 포탄을 떨어뜨렸다는데 이번 전쟁에서는 1일 3000발 이상에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또다시 사람이 살지 못하는 지옥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입니다.
이 곳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이라크 국경에서 전쟁에 참상을 지켜봐야 하는 노동자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반전투쟁에 우리의 역할과 전 세계적으로 조직되어지고 가장 큰 힘인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책임이 어떤가를 실감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 본질의 문제는 이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병 들어가는 전쟁의 참상을 재현하려는 미국정부와 부시는 '인간 도살자'라는 표현이 생각납니다,
20세기 들어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전쟁이 없듯 미국은 더 많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영위을 얻고자 모든 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군을 주둔시키고 범죄와 경제적 약탈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 또한 어떠합니까? 50년 동안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10만 건이 넘는 범죄, 꽃다운 나이의 두 여중생 효순이, 미선이의 죽음, 전동록씨의 죽음, 두산재벌과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며 분신하신 고(故) 배달호 열사의 죽음까지도 미국의 일방주의의 산물이며, 한반도에 영원한 식민지를 건설하려는 구도와 맞물려 있습니다.
이제 이라크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중동에서 또 다르게 탄압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문제, 악의 축이라고 미국의 부시가 지목한 한반도의 북한 문제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이제 민주노총 동지들, 1300만 노동자, 나아가 7천만 민중이 반전평화 투쟁에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직되어 있는 우리 노동자들이 자본과 권력이 쳐놓은 이데올로기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경제주의와 국가주의의 울타리를 벗어나, 노동자의 눈으로 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자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고 반성하여, 적극적인 자세로 당당하게 나서야 합니다.
민주노총 동지들,
이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어떠한 명분도 없는 인권유린 행위이며, 앞으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한반도의 북한의 문제들도 그렇게 무력으로도 전쟁을 할 수 있다는 미국의 행동으로 보여지며, 전 세계 모든 민중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전쟁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곳에서 보고들은 이야기들로 전쟁의 참상들을 동지들과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알려내고,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전평화투쟁이 남의 문제가 아닌 곧 우리 노동자들의 문제일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자 합니다.
이라크 전쟁에 문제 해결은 노동자들, 우리 민중의 함께 투쟁하는 것이고, 한국에서의 조직적인 투쟁을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