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센터 동지여러분! 현자하청 세화산업노동자 투쟁에 연대합시다.

  • 글쓴이: 최도은
  • 2003-03-22

동지들! 전쟁반대 투쟁과 현자아산 사내하청 세화산업 동지들의 파업투쟁에 함께 연대합시다.

20일 전쟁이 발발하자 나는 모든 일을 중단하고 미제국의 전쟁 반대! 참전 반대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밤늦도록 시위를 하던 중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세화산업 노동자 송성훈씨(31)의 식칼테러 소식을 접했다.

21세기 주5일근무 노동시간단축을 외치는 이 시대 근기법에 보장되어있는 월차마저 맘대로 사용 못하는 하청, 비정규직노동자의 현실...

송동지는 24일날 월차를 내기 위해 사무실에 갔다가 "야! 이 XXX야! 너 같이 잔업도 안하고 특근도 안 하는 놈이 뭐 월차!" 담당과장에게 멱살을 잡히고 밀치고 넘어져 뇌진탕을 당하고...
병원에 실려가 입원 해 있는데 조폭과 함께 담당과장이 찾아와 담요로 얼굴을 가리고 왼쪽다리를 난도질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가...
엽기행각을 자행하는 임채근 과장(세화산업 사장의 처남이며 전과 7범의 경력자라 한다) 일당과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킨 부시는 너무나 똑 같은 모습이다.

전쟁 반대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밤 10시가 넘은 시간 동료들과 두어 잔 마신 소주는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식칼테러! 미제국의 전쟁! 비정규직차별철폐! 평화!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이 단어들은 술자리에서 일어나 현자아산 현장으로 발길을 옮기게 했다.

현자아산공장은 정규직 노동자 약 2,000여 명과 세화산업, 정도기업, 현신물류, 대영기전, 태승기업, 고려화학, 도일기업, 대양기업, 거광기업, 태창산업 등 11개 사내하청업체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사업장이다.

세화산업 노동자들은 19일부터 송성훈동지를 식칼테러 한 책임자 처벌과 비정규직차별철폐를 목표로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90명의 하청노동자가 일손을 놓자 작업공정은 영향을 받게되어 현재 현자 아산공장 의장부(자동차 조립공정)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는 아침 일찍 노조 문화부장에게 연락을 하여 조합 출입의 허락을 받고 현장에 들어갔다.

현장에 들어온 이유는 세화산업동지들을 보기 위해서이다. 나는 조합 간부들에게 세화산업동지들이 작업거부를 하는 현장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규직 노동조합 간부들은 세화산업동지들이 싸우고 있는 현장에 가는 걸 현재는 허락할 수 없다고 한다.
왜? 갈수 없는 건가 이해가 되지 않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을 걸고 부탁을 했지만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새벽에 결정된 '식칼테러사태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 방침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란다. 조직적으로 싸움을 해야 하는 데 지금 세화산업동지들이 방침을 어기고 작업거부를 하고 있는데 최도은 동지가 현장에 가면 어떻게 하냐는 거였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세화 동지들을 만나 노래로서 힘을 주려는 건데... 데려다 주는 게 안 된다면 동지들 있는 곳만 알려 주십시오. 저는 그 동지들을 위해 온 겁니다.

누가 불렀나요?
- 파업이 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여기와 있는 걸 알고 세화산업동지들이 농성장에 함께 해 주길 바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은 비대위의 방침을 어기고 있습니다.
조직적 결정을 따라야 하는데 이렇게 독자적으로 작업거부를 하는 건 비대위를 해산하자는 거 아닙니까.
-투쟁 중에 그런게 무슨 소용입니까?
현재 그들은 외롭게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난 가야겠습니다.

지금 대책회의를 소집해 놓았으니 그 후에 결정합시다! 기다려 주세요. 저도 최도은 동지와 똑 같은 심정입니다.
그렇지만 조직사회에는 질서가 있는 것이고 방침이라는 게 있는 것입니다."
라고 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을 붙잡고 얘기하고 있지만 조직방침이다. 지침이다. 통제에 따라줘야 한다는 소리뿐이다...

내가 간부들과 싸움을 하는 중 몇몇 대의원들은 "왜 비대위 결정을 어기냐"며 오히려 작업거부를 하고 있는 파업대오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아침부터 시작한 실갱이는 점심까지 이어졌고, 노조 간부들의 대답은 처음과 똑같이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휴.. 한숨 소리밖에 나오질 않는다.
그러던 중 점심시간을 이용해 조합사무실에 들어오는 금속연맹 동지에게 물어 대강의 농성현장의 위치를 파악하고 나는 의장부 공장으로 갔다(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오전 작업거부 시간에는 지역본부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한다. 그렇담 민주노총간부는 되고 민주노총 이름 넉자 안 들어간 나는 안 된다는 말아닌가).

의장부 공장은 매우 넓고 깨끗했다. 다수의 조합원들은 점심을 먹고 난 후라 차를 마시거나 배드민턴을 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조합원들의 얼굴을 하나씩 바라보다 의장부 공장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전광판에 시선을 멈췄다. 가로 2M 세로 1.5M 크기의 전광판은 불빛을 깜빡이며 '축 결혼 의장부000과 신부000 3월 22일 온양의 모 예식장' 결혼일정을 알리고 있었다.
순간 저 현란한 전광판에 하청 노동자들의 결혼 소식도 올릴까? 하는 생각과 노동조합이 저놈의 걸 접수해서 세화산업 동지들의 파업 소식을 알려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휴식 중인 정규직노동자들에게 농성현장의 위치를 물어보았다.
한 명, 두 명, 서너명... 잘 모른다 한다. 앗! 잘 모른다니...
도대체 이게 뭐 람...

정규직 노동자가 월차를 신청하다 관리자와 싸움이 붙어 사고를 당해도 저들이 이럴 수 있을까?
실망하는 마음에 배드민턴을 치며 휴식을 취하는 정규직노동자들에게 고운 시선이 가지지 않고 막 뚜껑이 열리려 하는데 정규직노동자 한 명이 나를 알아보고는 대강의 길을 알려줘 일정부분 그들과 얘길 하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발걸음을 농성현장 방향으로 돌렸다.

의장부 공장 한 부분 세화산업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곳은 20여 평 크기의 콘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휴게공간 안이었다. 그곳에 이르러서야 '머리띠를 두른 정규직' 의장부 대, 소위원과 현장조직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농성장 출입구 주변을 둘러서서 관리자의 출입을 저지하며 세화산업 노동자들의 파업을 엄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라인을 가동하려는 직반장들의 음모가 저지된 것이고 세화산업노동자들의 작업거부 투쟁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활동 소식을 접하자 오전 시간 조합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진짜로 우스운 짓거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다! 바로 이거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지여부에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의 문제는 더욱더 크게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 점을 확대해야 한다! 여기 세화산업 노동자들의 투쟁에서부터 시작이다.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과 한통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넘어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대자동차 정규직노동자들의 잔업거부, 파업투쟁이 있어야 한다. 80년대 막가파식 테러로 하청노동자들의 삶을 통제하려는 사측놈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가장 위력적인 방법은 정규직노동자들이 일어나 싸우는 것이다.

우리들이 서있는 농성장 앞 4-5M 지점에는 자본의 앞잡이 관리자들이 무전기를 들고 콘테이너 안 쪽을 예의 주시하면서 작업거부 농성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규직노동자들이 있는 한 두려울 게 없다. 정규직노동자들이 함께 해줄 때 그 힘은 책임자 처벌과 세화산업 사장 구속! 그리고 이러한 일을 조장한 현대자동차 본사업체 지원팀장까지 구속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청노동자 개별은 힘없는 노동자이나 정규직노동자가 나서서 싸움에 동참 해 주면 테러의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 있고 비정규직차별철폐 투쟁은 구호를 넘어 비정규직노동자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한발 진전의 시작인 것이다.

의장부 활동가 동지들의 안내로 농성장안에 들어섰을 때 90여명의 파업대오는 나를 반가이 맞아 주었다. 작업복 차림으로 관리자들의 작업 지시를 자발적으로 거부한 용기 있는 세화산업 노동자들! 아직 머리띠를 동여맬 줄도 투쟁가를 부를 줄도 모르지만 기나긴 차별과 굴종의 역사를 뚫고 이들은 여기에 서있는 것이다.

나는 파업의 공간 세화산업동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오전시간 내내 정규직 조합간부들과 싸우면서 내가 왜 좀 더 그들을 설득해 함께 농성현장에 오지 못했나 하는 뼈아픈 반성을 하며 이들의 요구가 쟁취될 수 있도록 힘차게 노동자의 노래와 노동자의 율동, 구호를 전달하고 반드시 승리합시다! 동지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전쟁반대! 비정규직차별철폐! 송성훈동지 테러 책임자 처벌! 동지의 쾌유를 위해 밖에 서 있는 몸이지만 열심히 뛰겠습니다. 동지들 힘내십시오! 그리고 정규직 동지들에게 호소합시다. 함께 싸웁시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외쳐봅시다! 희망을 갖고 싸워나갑시다....

지금 아산 공장에는 의장부 공장만이 작업을 중단하고 있다.
그리고 내일(22일) 토요일은 현장에 작업이 없는 놀토다. 이 싸움의 관건은 월요일 해가 떠오를 때 아산공장 의장부를 넘어 차체부와 프레스, 도장부의 노동자들이 일 손을 놓고, 현대자동차울산공장과 전주공장의 모든 동지들이 이 번 테러 사태를 반성하면서 비정규직차별철폐! 하청노동자 정규직화 쟁취! 책임자 전원 구속!을 외치는 함성소리의 크기에 달려있다.

정규직 동지들의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동지들 함께 합시다.

끝으로 98년 여름 정리해고 통지서를 찢어내고 민주광장에서 함께 했던 현대자동차 동지들에게 부탁이 있다.

저 기억나십니까!
저 지금도 현장에서 건강하게 실천하며 살고 있습니다.
동지들! 지금이 바로 동지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노조의 잔업거부, 파업지침을 기다리지만 말고 현장대의원과 함께 능동적으로 논의하고 실천합시다.
식칼로 찌르고 테러하는 놈들에 맞서 외롭게 저항하는 하청 노동자의 투쟁을 승리로 만드는 것은 동지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98년 여름 여러분과 함께 한 기억 지금도 생생합니다.
당시 우리는 백일이 갓 지난 아기까지 끌어안고 농성투쟁을 하며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일정 부분 막아내지 않았습니까.
그 때 우리의 투쟁을 기억하며 세화산업노동자들의 작업거부(파업)투쟁에 함께 연대할 방침을 찾아 주십시오. 동지들이 있는 현장에서부터 말입니다.

수정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