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9개 시민사회단체 공동선언문]
"철도구조개혁 법안" 처리를 일단 보류하고,
지금이라도 노·정간 성실한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철도노조는 전면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합니다. 또 "참여정부의 거짓말에 속 터진다"는 철도노조는 "철도개혁은 국민 모두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정부·민주당은 노정합의 파기하는 날치기 철도구조개혁 입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노무현대통령이 100분만 투자하면 철도파국을 막을 수 있다"면서 "건교부, 국회의원, 교통전문가, 시민, 철도노조가 참여하는 TV공개토론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정부는 "철도의 구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철도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서로가 상대방이 합의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4.20.자 노정합의("철도개혁 및 공공철도 건설 관련 합의문")에는 "3. 향후 철도개혁은 철도노조 등 이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쳐 관련 법안이 성안될 경우 조속한 시기에 국회통과를 위해 철도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민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추진하면서, 철도노조와의 논의과정이나 사회적 합의 과정을 일체 거치지 않은 채 입법 추진하였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정부·여당이 노정합의를 위반한 채 철도구조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점은 건설교통부도 "위의 입법을 귀 노동조합과 합의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하게 됨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음을 공문(2003. 6. 30.자 공문)으로 보내면서 인정한 것을 보더라도 쉽게 확인된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철도구조개혁법안에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철도 운영자산과 관련된 부채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고속철도 건설 등 철도건설에 소요된 부채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차원에서 반드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법안에 보완되어야 합니다. 이점은 정부가 지난 2000년 제출한 구조개혁법안에서도 운영자산 관련 철도부채를 "제외한 철도청 및 고속철도공단의 철도부채는 국가가 포괄하여 승계 한다."라고 명시되었던 사실만 보더라도 그 당위성이 확인된다고 봅니다.
둘째로, 철도산업의 필수 공공 서비스 기능으로 발생하는 "공익서비스 비용(PSO)"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보완되어야, 공사화 이후 수익성 원리에 따른 마구잡이식 적자선 폐지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셋째로, 공무원 신분 상실에 따른 연금상 불이익을 보전해 주는 합리적 방안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2001년에 철도노동자 36명 사망, 2002년 21명 사망, 2003년에는 벌써 12명의 노동자들이 철도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휴일도 제대로 없는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며 동종 업종 노동자들의 70% 정도에 불과한 상대적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그나마 공무원연금 하나 믿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버텨 온 셈인데, 공사화, 공단화로 인해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면서 연금 상 불이익을 보전해 달라는 요구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당국의 설명에 의하면 벌써 몇 년 전부터 구조개혁 법안을 준비해 왔다고 하는데, 공무원 신분 상실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연금불이익 보전 방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니 그 입법추진의 졸속성이 반증된 셈이라고 하겠습니다.
넷째로, 공사화, 공단화 이후 경영지배구조의 민주화와 전문화를 위해서는 노·사·정·공익이 추천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공공철도이사회 구성방안이 반드시 보완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법안 상정 경과기일이나 대체토론 이후 법안심사소위로의 회부, 그리고 법률제정시 입법공청회 개최 등 국회법 상의 입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국회법 소장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미 상임위를 통과한 2가지 법안은 즉시 다시 소정의 절차를 거쳐 추진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이번 사태는 참여정부 출범이후 첫 번째 노·정간 물리적 충돌 사례로 기록되면서, 아마도 노무현대통령 정부의 "개혁"도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될 위험이 농후하다고 봅니다. 사태진행의 수순에 따라 정부는 아마도 전투경찰을 투입하고,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격렬한 저항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노정간 물리적 충돌은 노동계와 노 대통령 정부간에 극단적 대치 상황으로 발전되고, 이어서 일파만파의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새 정부 출범 후 "혹시나" 하면서 제대로 된 개혁을 간절히 기대했던 대다수 서민 대중들은 "역시나" 하면서 정치적 냉소주의에 휩싸이게 될 것입니다. 구시대에 익숙하게 봐 왔던 이런 악순환의 반복은 수구세력이나 기득권 집단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태진행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태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첫째, 지금이라도 당장 노조와 정부간, 또 노조와 국회간에 위 노·정합의의 이행방안과 철도구조개혁 입법방안에 관해 신속하고도 진지한 대화와 교섭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둘째, 정부와 국회는 국회 건설교통위를 통과한 법률안의 법사위나 본회의 처리를 일단 보류하여야 합니다.
셋째, 철도구조개혁법안의 이번 국회 처리 보류가 약속된다면, 철도노조는 일단 파업을 보류하여야 합니다.
넷째, 철도구조개혁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 즉각 착수해야 합니다.
만일 이러한 합리적 해결방안이 거부된다면, 이를 거부한 당사자가 바로 개혁 실종, 개혁 파탄의 역사적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을 엄중 경고하면서 다시 한번 "입법추진의 일단 중단과 성실한 대화와 교섭"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2003.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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