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칸과 자우 알 마칸은 한국군의 파병을 반대한다

  • 글쓴이: bulnabia
  • 2003-09-22

진보넷 열린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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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걸 보니 속에서 부아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네요. 샤르칸과 자우 알 마칸이 지금부터 를 벌이겠답니다.

김하경의 천일야화

[호밀밭의 파수꾼]
“...........나는 조그만 어린애들이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뛰어놀고 있는 모습을 언제나 마음속에 그려봐. 몇 천 명의 어린애들이 있을 뿐이고 주위에 어른이라곤 오직 나밖에 없어. 내가 가파른 절벽 가에 서서 하는 일은 뛰어놀다가 자칫 절벽 밑으로 떨어질지도 모를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재빨리 구해주는 거야. 어린애들은 무작정 달리다보면 자기들이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통 모를 때가 있거든. 그럴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서 그 애들을 붙잡아주는 거지. 그게 내가 하루 종일 해야 될 일이야. 결론적으로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 얼빠진 생각인줄은 알지만 그래도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오직 그것밖에 없어.”

미국 작가 J D 샐린저의 의 한 구절이예요. 우리 식으로 하면 미국 청소년의 필독서이자 교과서처럼 떠받드는 명저라고 할 수 있죠. 그러고 보면 이라크 침공을 찬성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청소년 때 이 필독서를 안 읽은 모양이예요. 소설 주인공 홀든이 봤더라면 지금쯤 꺽꺽꺽 구역질깨나 했을 겁니다.

[전쟁이 악을 몰아내는 선이라고라?]
“사담 후세인은 이라크 국민을 탄압한 독재자고 악이다. 악을 몰아내고 이라크 국민을 독재자의 압박에서 해방시키는 전쟁은 선이다. 따라서 파병해야 마땅하다. ”
완전 허리우드네요. 한때는 KGB가 전 세계의 악의 상징이더니, 이젠 빈 라덴과 후세인과 김정일이그 자리를 물려받았네요.
도대체 선과 악의 기준이 뭡니까. 누가 판단내리는 겁니까. 어떻게 가리는 겁니까. 미국이, 부시가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되는 겁니까? 그저 미국이, 부시가 악이다! 하면 악이 되고, 선이다 하면 선이 되는 건가요? 무조건 따라 외치면 그걸로 끝인가요? 한번 악의 상징으로 몰아부치면 그대로 악이 되어서 선제공격 당해도 싸다 이건가요? 이건 파시스트 집단에서나 통하는 집단 최면이고 집단 광기 아닌가요?

독재자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켜주자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군요.
과거 군부독재 30년 동안 독재자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고문당하고, 투옥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나갔을 때는 뭐했나요? 독재자를 편들며 앞장서서 빨갱이로 몰아세우지 않았던가요? 미국 및 유럽에 한국의 인권탄압의 실상을 알렸을 때는 뭐라고 했나요? 사대주의자니 매국노니 하며 반역자 취급하지 않았나요? 30여년 동안 자기 나라의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에 대해 외면하고 관심조차 없다가, 갑자기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먼 나라의 민주주의와 자유와 인권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다니.....오 필승 코리아의 당당함을 외칠 때는 언제고, 들쥐처럼 미국 눈치나 본다는 비웃음의 대상이 되다니요?

[상징의 숲에서 길을 잃은 어린애들이지라]
후세인이든 김정일이든 부시든, 누구든 사람을 죽이는 건 악이지요. 후세인이 죽이면 악이 되고 부시가 죽이면 선이 되는 게 아니지요. 사람은 선인과 악인으로 나눌 수 없어요. 한 민족이나 국가도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고요. 선과 악은 가치이지 상징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지금 세상에서는 선과 악의 가치는 사라지고 상징만이 남아 횡행하고 있어요.

어른으로 성숙한다는 게 뭘까요?
만화에 열중하던 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만화를 보지 않게 되었답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만화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요. 그때 비로소 자기가 어른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선과 악을 가치로 논해야지 상징으로 논하면 안 되지요. 그거야말로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죠. 이걸 깨닫게 되면 어른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어른이란 상징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되요. 이성을 통해 가치를 가릴 수 있어야하는 거죠. 어린애처럼 상징에 휩쓸리면 안 되죠.

그런데 인류는 시간이 갈수록 어른으로 성숙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어려지고 있는 것 같아요. 보들레르의 시를 인용해서 말한다면 상징의 숲에서 길을 잃은 어린애와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요? 상징만을 열심히 유포시키고 있는 어린애 말입니다.

[국익이라고라?]
“파병은 국익을 위한 것이다.”
혼자만 애국자인척 거창한 국익을 앞세우는 걸 보면 참을 수가 없어요. 친일파들도 나라를 팔아먹을 땐 국익을 앞세웠어요.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그게 친일파들의 이익이지 어디 국익입니까? 마찬가지예요. 파병이 국익을 위해서라는 것도 파병을 통해 이익을 보는 일부의 이익이지 국익은 아니지요. 이익 보는 놈 따로, 손해 보는 놈 따로 있잖아요? 까놓고 말하면 일부 특수층의 이익이지요.

요즘 미국에서도 비판이 많이 일잖아요? 국민의 엄청난 세금을 전쟁비로 쏟아 붓고, 젊은 목숨마저 희생시키면서, 결국 이익을 보는 건 누구냐는 비판이 벌 떼같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일부 군수산업체와 일부 기업만 이익을 본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지요.

[소탐대실이지라]
아? 콩고물요? 콩고물이 이 나라 전체에 떨어지지 않겠냐고요? 베트남 전쟁 때처럼 혹시 뭔가 생기지 않겠냐? 말하자면 미국에서 석유 몇 방울 떨어뜨려 주지 않겠냐? 맞습니다. 맞고요. 몇 푼 안 되겠지만 분명 콩고물이 떨어질 겁니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모양이네요. 소탐대실이란 말 들어보셨죠? 눈앞의 작은 콩고물에 혹하다가 큰 코 다친 경우가 어디 한 둘 인가요? 바로 이번 태풍 매미도 바로 소탐대실의 결과 아니겠어요?

그동안 바닷가는 엄청나게 매립되었어요. 지도를 다시 그릴만큼 늘어났죠. 매립지는 경관이 좋아 땅값이 비싸죠. 그 비싼 땅에 아파트를 짓고 고층건물을 세웠어요. 땅과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렇게 말했지요. “이게 다 지역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지역주민들도 박수를 치며 환호했지요. 땅값이 치솟고 아파트 값이 오르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돈벌이라는 면에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이익이 맞아 떨어진 거지요.

그래서 한 뼘의 땅이라도 더 많이 팔아먹으려고, 지반이 약한 매립지에 지하 2층, 3층을 파고 전기나 난방 등 기반시설을 지하에 몰아넣었죠. 그러다보니 해마다 고층 아파트 지하는 물이 차고, 건물벽이 갈라지고, 건물도 기울었어요. 하지만 주민들은 쉬쉬 했어요. 소문이 나면 집값 땅값이 떨어질까 봐서였죠. 그러다 이번 태풍 때 전기 수도마저 끊기고 말았어요.

바닷가는 어떤가요? 공유수면을 최대한도 넓혀서 바다 코앞으로 바짝바짝 다가갔죠. 어떻게든 비싼 땅을 한 평이라도 더 팔아야 했으니까요. 그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전망에 공공 시설이 들어섰다면 다르지요. 하지만 바다 코앞마다 호텔이다 모텔이다 횟집이다 술집이다 캬바레다 두드려 먹고 마시고 노는 광란의 유흥가가 생겨났지요.

그럼에도 수십 년동안 바다는 묵묵히 사람들을 먹이고 입혀주었어요. 자식 대학까지 공부시켜주었지요. 이렇게 바다는 사람들에게 고맙게 해주었건만, 사람들은 바다를 한번도 생각해주지 않았어요. 바다가 흘러가는 물길마저 막고 사람들 입맛대로 돌려놓았죠.

결국 참다못해 바다가 노하고 말았지요. 해일이 몰아쳐서 모두 수몰되고 말았어요. 양식장의 고기는 다 죽고, 김과 조개 등도 폐사했죠. 배들은 육지로 뛰어 올라와 집들을 덮쳤고, 방파제의 콘크리트 덩어리도 부서셨어요. 바다엔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모래사장은 쓰레기로 뒤덮였지요.

다 돈 때문이지요. 매립공사로 떼돈 번 사람들은 지역의 토호세력과 권력자, 건설회사, 집장사들이죠. 주민들이야 그저 떡고물을 챙겼을 뿐이죠. 하지만 떡고물의 대가치고는 이번 매미의 피해는 너무 컸습니다. 이게 소탐대실이 아니고 뭐겠어요? 그러니까 이라크 파병으로 콩고물 챙길 수 있다는 말은 소탐대실이 뭔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죠.

[열 친구보다 한 적을 만들지 마라]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와 즐겁게 놀며 살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지 않나요? 철천지 원수와도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화해할 판에 왜 새로운 적을 만들려 합니까. 열명의 친구보다 한명의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경구도 있잖아요? 왜 스스로 적을 만들어 테러의 대상이 되려고 자초하는 거죠?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 자기도 반드시 살아서 그 보복을 받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지요. 자연인 태풍도 이러할진데, 하물며 인간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아무 원한도 없는 생면부지의 남이 갑자기 총을 쏘아 죽이면, 살아남은 가족이 가만있겠습니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악몽을 매일 뉴스로 보잖아요? 뉴욕의 쌍둥이 빌딩처럼 만약 여의도의 63빌딩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수천 명, 수만 명이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하면 어쩔 겁니까. 백주 대낮에 거리를 걷다가, 음식을 먹다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음악회에서 음악을 듣다가,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갑자기 폭탄이 터져 죽거나 다쳐서 평생 불구가 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겁니까?

제 정신을 가졌다면, 전 국민을 테러의 볼모로 삼아 매일매일 공포에 떨며 살아야하는 불행을 자초할 리가 없죠. 과연 그 불행한 전쟁의 역사를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차카게 살자!]
정 꼭 가고 싶으면 솔선수범하여 조용히 자원입대하던지, 아님 아들을 보내던지 하십시오. 한반도가 혼란에 빠지면 제일 먼저 비행기 타고 해외로 도망칠 사람이 누굴까요? 아마 한국에서 돈푼깨나 있고 방귀깨나 뀐다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제일 먼저 도망칠 겁니다. 돈만 많으면 어떤 나라에서도 얼씨구나 받아줄 테죠. 이미 외국 국적에, 비자에, 달라까지 장롱 속 깊숙이 준비해놓았으니 언제든 떠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외국 국적도 없고, 비자도 없고, 달라도 없고, 한국 돈도 없는 개털들은 도망갈 데도 없어요.

남의 거 뺏을 줄 모르고, 남 해칠 줄도 모르고, 떡고물도 겁내는, 딱 보면 한눈에도 돈 떼이게 생긴 화상들이야 그저 착하게 사는 방법 밖에 더 있겠어요? 혹시 그러면 하늘이 알아서 목숨만은 살려주지 않겠냐는 거죠.

[차라리 똥을 위해서 죽을지언정.....]
밀란 쿤데라의 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와요. 1980년에 는 스탈린 아들 아이코프가 어떻게 죽었는가를 기사화했어요.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포로가 되어서 영국군 장교들과 함께 독일 포로수용소에 감금되었대요.

수용소에는 공동변소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는 항상 변을 볼 때마다 늘 변소를 더럽혀 놓았나봐요. 아무리 유명한 스탈린의 아들이었지만 더러운 똥을 보니 영국 장교들도 참을 수가 없었던지라 그에게 불평을 늘어놓았고 그는 심한 모욕을 느꼈지요. 하지만 번번이 변소가 더러워지니까 영국 장교들은 그때마다 그에게 변소를 깨끗이 하라고 되풀이해서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그는 화가 났어요. 결국 그와 영국 장교들 사이에 치고 받는 주먹싸움까지 벌어졌지요.

참다못한 그는 수용소장 소장과의 접견을 요청했죠. 소장이 이 소동을 해결해주기를 바랐죠. 하지만 거만한 독일 소장은 똥에 대해 말하기를 거부했어요. 그는 이 굴욕을 참을 수가 없었지요. 하늘을 향해 러시아말로 거친 욕설을 퍼붓고는 곧장 수용소 담장을 향해 달려가 철조망 속으로 뛰어들었죠.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에 걸려 그는 끝내 죽고 말았대요.

밀란 쿤데라는 그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스탈린의 아들은 자신의 삶을 똥 때문에 버렸다. 그러나 똥을 위한 죽음은 무의미한 죽음이 아니다. 자신들의 제국을 동쪽으로 확장하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희생시킨 독일 사람들, 자신들의 조국이 세력을 서쪽으로 더욱더 뻗게 하기 위해 죽은 러시아 사람들, 이들은 모두 어리석음을 위해 죽어갔다. 그래서 그들의 죽음은 무의미했고 보편적인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스탈린 아들의 죽음은 전쟁의 일반적인 우둔성 한가운데서 유일무이한 형이상학적 죽음이었다.”

차라리 똥 때문에 죽은 스탈린 아들의 죽음이 영토확장을 위해 죽어간 많은 병사들의 어리석은 죽음보다 의미가 있다니요? 이 말은 결국 전쟁 자체가 어리석고 무의미하다는 강조 아니겠어요? 무의미한 전쟁보다는 차라리 똥 때문에 죽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라?

2003년09월22일 10:24:28
참세상뉴스(chamnews@jinbo.net)

- 김하경이 들려주는 천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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