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비정규직 저주를 풀기 위한 청소년 119선언

  • 글쓴이: 김영준
  • 2007-08-21

글을 읽다 울었습니다.
정말 화가 나고, 챙피해서 울었습니다.

이 놈의 세상이 정말 싫습니다.

저의 능력과 모습을 보며 다시 울었습니다.

인터넷 한겨레에 올려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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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저주를 풀기 위한 청소년 119선언
[사회] 신촌 이랜드 본사 앞, 청소년 기자회견

비정규직 저주를 풀기 위한 청소년 119선언…사측의 방해와 주위의 무관심 비판

10일 신촌 이랜드 본사에서 ‘비정규직 저주를 풀기 위한 청소년 119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은 시작하기 전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이랜드 본사 출입문을 두고 청소년들과 사측의 갈등이 있었다. 출입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는 청소년들에게 본사 안에 있는 차가 나가야 한다며 다른 곳에서 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출입문 옆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쨍쨍했던 날씨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계속 기자회견을 막던 사측은 "이제부터 기자회견 하라"며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갑작스런 폭우에도 굴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기자들은 사진을 찍으며 기자회견을 취재했다.

그러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수근수근대며 어디선가 카메라를 들고 나와 청소년들을 찍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은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청소년들은 그대로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의 방해는 계속됐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또또군은 “악덕기업 이랜드는 물러가라”며 “비정규직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발언했다.

이에 사측은 “악덕기업이란 단어는 빼고 말하라”며 “악덕기업 앞에서 악덕기업이라고 하면 기분이 좋겠느냐, 너는 너희 아버지한테 ‘나쁜새끼’라고 부르느냐”며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며 또또군과 마찰을 빚었다.

이를 본 이랜드 직원들은 “어머, 고등학생들이야”, “뭘 알고 하는 거야”라며 놀라면서도 어이없어했다.

또또군의 발언이 겨우 끝나고 비가 그치자 한 여자 청소년이 발언을 했다. 이 여성청소년은 계속 찍어대는 사측의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발언을 했다.

“저희 어머니 같은 분들이 거리에 나 앉게 생겼습니다. 그분들의 생계는 어쩌란 말입니까. 우리는 이랜드 비정규직분들과 함께 나갈 것입니다”

이를 지켜본 사측에서는 “가면은 왜 쓰고 하냐, 부끄러운 줄은 아냐”며 청소년의 발언을 막고 계속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다 갑자기 경찰들이 나타났다. 사측에서 불법집회라고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사측과 함께 “그만하라”며 기자회견을 못하게 했다.

조모(중2) 군은 “우리 청소년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경찰한테까지 억압을 당한다”며 확성기로 말했지만 이를 귀 기울이고 듣는 어른들은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이를 본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저러나’하는 눈길만 보냈다.

다른 발언자 남순아(이우학교1) 양은 “지금 야탑 홈에버에서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자발적으로 이랜드비정규직을 지지하는 것이지 노조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사회는 약한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배웠는데 현실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약자를 돕지 않는 사회에 불만을 토로했다.

남 양의 발언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도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는 이랜드 직원은 “에이그, 너네가 비정규직이 뭔지 아냐”, “제대로 알기나 하고 말하냐”며 혀를 찼다.

마지막으로 조모 군은 “힘없는 사람들이 무참히 짓밟히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것은 우리 양심이 허락하지 않기에, 청소년들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중단하라고 외친다”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조모 군이 발언하는 도중 사측은 “12시 10분이 지났다며 이제 그만 하고 가라”며 조 군을 위협하고 청소년들이 들고 있던 현수막까지 뺏으려 했다.

이에 물러서지 않고 조 군은 계속 발언을 했다.

“공권력이라면서 왜 힘있는 사람들이 더욱더 부당한 횡포를 휘두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들의 편에 서 있는지 모르겠다”며 “진정한 공권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여야 하며 힘있는 자들의 횡포로부터 약자를 보호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조 군이 발언하는 동안에도 사측에서 강하게 반발해 기자회견문을 읽는 것조차 힘들했다. 조 군의 발언이 끝나자 사측은 빨리 끝내라며 재촉하고 청소년들이 미리 준비한 퍼포먼스도 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씁쓸하게 끝냈다.

기자회견 마친 후
사측 거세게 반발, 경찰은 지켜보기만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났다고 사측의 방해도 끝난 것은 아니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사측은 “너네 나중에 대학이나 가겠느냐”, “ 너네 부모가 불쌍하다”는 말을 하며 청소년들이 가져온 물건을 길가에 던지는가 하면 청소년들의 얼굴에 대고 큰 소리를 지르며 폭력까지 행사하려 했다.

이에 청소년들은 아까 출동했던 경찰에게 “경찰아저씨 도와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르고 확성기로 말해도 경찰들은 경찰차에 앉아 구경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방관하는 경찰에 화가 난 조 군은 직접 경찰차에 다가가 도와달라고 하자 경찰은 창문을 빼꼼 열더니 “애들이 왜 끼어드냐. 그냥 가”라며 말했다. 이에 조 군은 경찰차 문을 열고 “폭력사태에 경찰에 왜 방관하느냐. 우리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보호도 안해주느냐”고 말하고 차 문을 닫았다.

청소년들은 실랑이를 벌이고 난 뒤 이랜드 본사 건물 주변에 앉아 잠시 쉬었다. 그 때 청소년들은 “우리 이야기를 잘 알려주세요”라며 “사측의 억압과 경찰의 방관에 대해 잘 알려달라”며 하소연했다.

남순아 양은 “우리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고 말한다. 과연 우리사회는 정의로운가,공권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지혜진 기자 mirokulove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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