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자체선거와 노동자
김태연(노동자교육센터 운영위원,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집행위원장)
6.4지방자치단체선거를 2개월 남짓 앞두고 각 정치세력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큰 흐름으로 보면 집권여당과 새정치신당의 양당구도로 회귀하는 가운데, 진보정당은 분열되어 고전하는 형국에 있다. 그 결과 노동자민중의 헤게모니 약화가 우려되는 지자체선거가 예상된다.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은 중앙정부집권, 국회과반수 차지에 이어 6.4지자체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장악하여 폭압통치 기반을 굳히려 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복지를 내세워 정권을 잡았는데, 지자체선거에서는 무엇을 내세워 지방권력을 잡으려 하는가? 복지공약은 당선되자마자 파기해 버렸으니 다시 복지를 들고 나갈 수는 없다. 집권여당은 ‘대국민 사기극’과 다름없는 대선에서의 우회로를 과감히 버리고 정면돌파를 지자체선거 전략으로 채택했다. 경제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소위 ‘창조경제’를 내세워 경제성장동력과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민영화, ‘공기업 정상화’, 규제개혁 등이다. 보건 의료 교육 부문에 투자를 활성화하고 그 결과로 고용을 창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강력한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500조원에 달하는 공기업 부채를 내세워 ‘비정상적인 공기업의 정상화’를 지자체선거의 전략으로 삼고 있다. 7시간이 넘는 끝장토론으로 규제개혁을 위한 강력한 리더쉽을 과시하는 것 역시 박근혜정권의 지자체 전략이다. 그리고 이 규제개혁은 그동안 자본의 강력한 요구였고,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역대 정권이 줄기차게 추진해 왔던 것들이다. 이처럼 집권여당은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지자체 선거를 정면돌파하려는 것이다.
대선 후 국정원 등 관권부정선거와 복지공약파기로 위기에 처한 박근혜정권이 ‘종북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폭압통치’를 ‘경제살리기를 위한 강력한 리더쉽’으로 포장하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영국의 대처 수상을 모델로 삼고 있는 듯하다.
안철수신당 창당을 준비하던 세력은 지자체선거를 앞두고 돌연 독자창당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함께 새로운 당을 만들기로 했다.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토대로 정치개혁을 주장해 왔으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청사진도, 인적 역량도 없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지자체선거 초반까지는 안철수세력이 광역단체장 후보를 최대한 출마시켜 민주당을 압박하여 최대한의 지분을 확보하여 야권연대를 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안철수세력의 정치적 비젼과 역량은 거기까지 가기도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자자체선거에서 세력연합의 시너지효과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대선 패배의 원인이 좌클릭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와 정책적으로는 민주당 보다 더 오른 쪽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안철수세력의 합당이기 때문에 노동자민중의 요구를 중심으로 지자체선거를 치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박근혜정권이 지자체선거 정면돌파를 위해 내세우고 있는 민영화, 공기업 구조조정, 규제개혁, 법과 원칙 등은 모두 민주당 정권 시절에도 추진되었던 대표적 신자유주의 정책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른바 ‘야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2014년 지자체선거를 앞 둔 진보진영의 상태는 최악이다. 민주노동당은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으로 분열되어 지자체 선거에서 저마다 후보를 내어 정치적 생존을 꾀하고 있다. 내란음모 공안탄압의 사냥감이 된 통합진보당은 정당해산 위협을 받는 가운데 전체 선거구에 후보를 내어 당의 존립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의 합당으로 인해 정의당은 야권연대 구도에서 새로운 입지를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반새누리당 연합전선을 위해 수도권 광역단체장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기본적으로는 야권연대의 구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정의당이 노동자민중 진영에서 지자체선거를 치를 길은 더 멀어지고 있는 듯싶다. 노동당은 70명 이상의 광역의원 후보를 출마시켜 정당비례득표 2% 이상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은 지자체선거를 앞두고 노동자민중의 투쟁요구를 중심으로 자신을 정치적으로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민주노총은 야권연대를 축으로 하는 선거방침을 결정하고, 진보정당과 함께 선거투쟁을 해왔다. 그러나 2014년 지자체선거에서 민주노총은 이렇다 할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조건에 있다. 민주노총이 유의미한 선거방침을 정하기 위해서는 진보진영 내의 후보단일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진보정당 조건에서 후보단일화는 아예 엄두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야권연대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기존 진보정당운동을 실패로 규정하고, 노동자계급정치의 재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등 변혁적 노동운동세력은 지자체선거의 전면적 개입전술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 박근혜정권퇴진을 내건 2.25총파업투쟁에 이은 5-6월 노동자총파업과 민중총궐기투쟁의 확대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박근혜정권과 자본이 강행하고 있는 민영화정책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대중투쟁을 최대한 확대강화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압통치에 맞선 공동투쟁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선거에 대해서는 당면한 노동자민중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지역에서 투쟁의 확대강화를 위해 지자체선거투쟁을 전개한다는 제한적 개입전술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국가폭력에 맞서 공동투쟁을 해왔던 SKYM(쌍용, 강정, 용산, 밀양) 차원의 선거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노동자민중의 당면투쟁과 결합한 선거투쟁을 반야권연대 구도에서 현실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정당 등 변혁적 정치세력의 역량은 아직 취약하고, 투쟁단위들의 지자체 선거투쟁에 대한 준비정도 역시 취약하다.
이처럼 2014년 지자체선거에서 보수정치세력의 양당구도로 회귀하고, 진보정당운동은 그 실패의 후과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이번 지자체선거에서 노동자민중진영이 지난 십수년간의 선거전술을 그대로 답습하는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노동자들은 지난 시기 노동자정치세력화의 한계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서 노동자계급정치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한 실천에 발빠르게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