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조세정책 비판

  • 글쓴이: 허영구(운영위원, 좌파노동자회 대표)
  • 2015-03-09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강제적으로 거두는 금전이나 재물’을 조세라 한다. ‘조(租)’는 구실’이나 ‘세금’을 의미하는데 벼(쌀) 화(禾)자 합성어에서 보듯 예전엔 주로 쌀 등 곡물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자신의 돈을 기부할지언정 세상에 세금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세금은 ‘강제적’으로 걷는다. 세계 최고 자본가인 빌게이츠가 작년 한 해 15억 달러를 기부해 자선사업가 이미지로 포장하지만 사실은 세금감면과 관련이 있다. 미국에서 2차 세계대전 이전 소수에 불과했던 각종재단이 수만 개로 늘어난 데는 탈세가 주요한 원인이다. 그들이야 절약한다는 의미의 절세(節稅)라 하겠지만 사실은 ‘세금절도’의 절세(竊稅)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부자감세와 서민증세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2014년 본 예산 대비 세수결손액은 10조 9천억 원에 달했다. 임기 2년간 25조원의 세수결손을 기록 중이다. 지난 해 소득세는 53조원, 법인세는 42조원이었는데 소득세는 5천억원 더 걷혔고 법인세는 3조 3천억원 덜 걷혔다. 결국 간접세인 담뱃값을 인상했고 금년 1월 2014년 연말세금정산에서 13월의 세금이라 할 봉급자들에게 ‘세금폭탄’을 퍼부었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OECD보다 낮고 최고세율이 22%인데 반해 소득세 최고세율은 38%로 높다. 노동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절반정도가 소득세를 면제받고 있지만 대부분이 알바·비정규직 노동자이거나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세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착취수탈당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시대 금융자본은 세금 없는 땅(tax haven)에 정착하기를 원한다. 산업혁명 이후 신대륙개척을 명분으로 유럽을 탈출했던 초기의 산업자본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의 규모는 5000조원이고 세금 없이 거래되는 돈은 1경원으로 추정한다. 이는 전 세계 원유거래의 3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인구가 고작 3만 7천명인 케이먼 군도에 575개의 은행이 있고 거의 해외 도피자금이랄 수 있는 계좌에 예치된 금액만 6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2012년 조세피난처전문가인 매킨지의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제임스 헨리가 국제결제은행(BIS)과 IMF 자료를 분석하여 지난 40여 년간 한국에서 해외로 도피한 외화 규모가 800조 달러가 넘는다고 했다는 데 믿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다.

 

통화량 M1은 현금+결제성 예금, M2는 M1+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및 부금, 양도성 예금증서, 수익증권, 금전신탁 등이고 M3는 M2+파생금융상품 등인데 미국은 얼마 전부터 M3통계 발표를 중단했다. 천문학적인 금융거품을 수치로 발표하기도 어려워진 모양이다. 미국 총통화량 중 97%는 컴퓨터 화면에만 존재할 정도로 가공의 거품(bubble)일뿐 돈(money) 아니라 그냥 통화(money currency 또는 currency)일 뿐이다. 노동자계급의 주머니를 털어 자본가의 배를 채우는 거대한 흐름일 뿐이다. 위에는 젖과 꿀이 흐르는 꿈의 땅이고 아래로는 노동자의 피와 땀이 범벅이 된 죽음의 계곡이다. 박근혜 정부 하 노동자서민들은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더해 투하되는 세금폭탄에 파편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선거 때부터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경제를 성장시키면 조세규모는 저절로 커진다는 논리다. 겨우 공약이라고 제시한 것이 ‘지하경제양성화’를 통한 증세라 할 수 있는데 그것마저도 실종되었다. 조세포괄주의 개념으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법에 열거한 항목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조세관련 법을 정비하지 않는 한 적용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연간 50조원에 달하는 주택임대소득이나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도 논쟁만 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대선공약은 줄줄이 파기했고 있는 쥐꼬리만한 복지제도마저 후퇴할 조짐이다. 현재 증세는커녕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벌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의 착취와 수탈, 국가의 가렴주구까지 허리띠를 조이다 못해 몸이 두 동강 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