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0회 역사와 산은 하루 일정으로
수덕사 뒷산 덕숭산으로 갑니다.
이번에는 중심이 역사기행에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 고택을 둘러 보면서 19세기 시대 상황과
고통의 유배시절에 완성된 추사체의 뜻을 생각해 봅니다.
덕숭산은 높지도 험하지도 않습니다.
산행시간이, 쉬는 시간과 설명듣는 시간까지 합해 2시간 정도면 됩니다.
산에 자주 못갔던 분들도, 아이들도 무리없이 갔다 올 수 있습니다.
덕숭산 중턱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
'천사불여일행(千思不如一行)'이 쓰여진 만공스님의 사리탑
만공탑이 있습니다.
만공탑 하나만 보아도 이번 역사와 산은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천년고찰
수덕사 대웅전
이번에는 고건축 박물관에도 가니까
좀더 꼼꼼이 보면 좋겠습니다.
고건축 박물관에는
우리나라 국보급 고건물들
축소해서 만들어 놓은 모형이 가득 합니다.
옛건물 짖는데 필요한 연장도 전시해 놓았습니다.
옛건물의 뼈대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한눈에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인사드려야할 선생님들이 계시면
14일(토) 인사드리고
5월 15일(일)
'만공탑' 보러 덕숭산에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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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는시간 : 2005년 5월 15일 오전 07:30
모이는장소 : 시청역 삼성본관앞
산행 일정 : 수덕사-덕숭산-만공탑-수덕사(2시간)
답사할 곳 : 수덕사,추사고택,한국고건축박물관
준 비 물 : 등산복,등산화,모자, 물,간식, 필기구
참가 대상 : 제한없음.
준비와 안내 : 박준성.금창영
참가 회비 : 초등이하 5천원, 중고생 2만원, 어른 3만원
★ ★출발시간 꼭 지켜주세요.8시 칼같이 떠납니다★★
* 함께 가실 분은 댓글을 달거나, 역사와 산(historymt.org)에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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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5월에 수덕사 만공탑에 대해 썼던 글입니다.
머리와 입보다 몸으로
예산 수덕사는 고려시대에 나무로 지은 대웅전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절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안동 봉정사 극락전도 고려시대 절집이다. 줄줄 외워대야 하는 국사 공부가 지긋지긋했어도 이런 절집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 세 절집을 빼고는 어디 절에 들렀을 때 절집 자체는 모두 조선시대 이래 만들어 졌다고 알아도 지금 수준으로는 대부분 맞으니까.
수덕사는 고려시대 대웅전 뿐 아니라 근대의 고승인 경허, 만공 스님 그리고 '청춘을 불사르고'로 유명한 일엽 스님의 활동무대였다. 그래서 수덕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한 번은 수덕사 뒷산 자락을 따라 덕숭산을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만공 스님의 사리무덤인 '만공탑'을 보았다. 만공은 조선 불교 31본사 주지 가운데 끝까지 홀로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스님이었다. 조선총독이 31본사 주지들을 총독부 회의실에 불러놓고 조선 불교를 일본 불교와 합치려고 하였다. 그때 만공 스님은 조선승려 7천여 명을 파계시킨 데라우치 초대 총독이 지옥에 떨어졌을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총독부는 조선불교를 간섭하지 말라고 호통을 치기도 하였다.
만공 스님은 1946년 76세로 열반 하였다. 만공탑은 제자인 동경미술학교 출신 박중은 선사가 설계하여 1947년에 세운 부도이다. 불교의 팔정도와 삼보를 뜻하는 팔각받침대 위에 팔각기둥 셋을 세우고 그 위에 법호인 만공(萬空)과 법명인 월면(月面)을 상징하는 둥근 공모양의 몸 돌을 올려 놓았다. 보기 아담한 크기이다. 탑 이름도 한글로 '만공탑'이라고 써서 친근하게 느껴진다. 현대감각으로 만든 우리나라 처음의 현대식 사리탑이라고도 한다.
만공탑 뒤쪽에 몇 마디 글귀가 새겨 있다. 한 구절이 '백사불여일행(百思不如一行)'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백 번 생각하는 것이 한번 행함만 같지 못하다'. '백번 생각하는 것보다 한 번 행동하는 것이 낫다'고 새길 수 있겠다.
'백사불여일행'하니까 많이 듣고 쓰는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백문불여일행'과 만공탑의 '백사불여일행'을 어떻게 연결할 수 없을까. 단재 신채호 선생이 "불교가 들어오면 조선의 불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조선이 되고, 유교가 들어오면 조선의 유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유교의 조선이 된다"고 말한 글귀를 떠올렸다. 전태일 평전에도 노동자들이 좀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스스로 구상하고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남의 사상만 쫓아 허덕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사유하자는 뜻으로 '백 번 보는 것보다 스스로 한 번 생각하는 것이 낫다'는 '백견불여일사(百見不如一思)'라는 말을 새로 만들어 보았다. '백문불여일견'이고 '백견불여일사'인데 만공탑에서는 백 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 번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몸에서 듣고 보는 부분은 머리다. 습관이나 전통에 따라 다르다지만, 우리들은 "머리에 손을 얹고 깊이 생각해보자"고 하지 않는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고 반성해 보자"고 한다. 그런데 머리로 보고 듣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행동은 팔다리로 한다.
'백분불여일견' '백견불여일사' '백사불여일행'과 연결해 보면 머리 좋은 사람보다는 가슴 뜨거운 사람이 낫고, 가슴 뜨거운 사람보다는 팔다리로 행동 잘하는 사람이 더 나은 사람이다. 자고 난 이부자리 개고 쓰레기 하나 치우는 작은 일에서부터 세상의 온갖 낡고 썩은 질서를 깨트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것까지, 무언가 바꾸려면 몸을 움직이는 행동이 필요하다.
전태일 열사가 묻혀있는 경기도 마석 모란 공원에는 노동열사들 말고도 많은 무덤과 묘비가 있다. 그 가운데 전국대학생기자연합 활동을 하다 젊은 나이에 죽은 이형관의 묘비에 이런 말이 적혀있다. "선배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머리나 입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 말에 이어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일출이 있기 때문입니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준비없이, 과정없이, 노력없이, 실천없이 좋은 결과를 바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백사불여일행'을 소개하다가 슬라이드 사진을 찍어 보여주자고 만공탑을 다시 찾았다. 그때까지 '백사(百思)'로 알고 있었는데 '백사'가 아니라 '천사(千思)'였다. '천 번 생각하는 것보다 한 번 행동하는 것이 낫다(千思不如一行)'.
요즘도 큰 집회가 있을 때면 여기저기서 참석하라고 전화가 온다. '다른 일도 있고, 써야할 글도 있고...'하며 우물쭈물하면 '사진도 찍고 천사불여일행하셔야죠' 하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배낭에 무거운 환등기와 슬라이드 필름을 넣어 짊어지고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슬라이드로 보는 노동운동사' 강의하러 돌아다닌다. 그것으로 '천사불여일행'한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하지만 온몸으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들 앞에서 매번 '통박만 굴리고 이빨만 까는 것' 같아 부끄럽고 미안하다. 그때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적어도 뻔뻔스러워지지는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