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노조파업에 즈음하여

  • 글쓴이: 전국교수노조
  • 2006-09-02

발전노조를 파업으로 내몰고 있는 산업자원부는 각성하고
한국의 전력산업 정상화 방안을 강구하라!

한국전력공사는 2001년 전력공급의 핵심적인 영역인 발전분야를 6개 회사로 분할하고 공사에서 분리시켰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반대하는 발전노조의 38일간의 치열한 파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책을 강행한 바 있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어떠한가? 전력산업의 발전은 오간 데 없고 지금 발전 노동자들은 다시금 파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구조개편 결과 발전소들은 경쟁이 가능하지 않은 조건에서 강제적으로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십 억 원에서 수백 억 원을 들여 정보화 체계를 해외에서 도입했으나 노동 강도가 높아졌을 뿐 생산성 향상은 미미하였다. 오히려 불필요한 과당경쟁이 발생하였고 기술을 공유하지 못함으로써 조직 효율성만 크게 하락하였다. 발전연료 구매에 있어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발전 5개사가 각자 경쟁적으로 구매함으로써 오히려 비싼 가격에 연료를 사올 수밖에 없었다. 경쟁이 효율성을 가져오기 보다는 비용 증가로 귀결된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의 피해는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았다. 발전의 가장 기본이자 안전의 핵심인 계획예방정비의 기간이 크게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위협받기에 이르렀으며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도 크게 높아졌다. 올해 4월 제주 정전사태와 같은 정전사태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으나 산업자원부는 그 원인 규명조차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세계 초일류의 공기업은 하루아침에 위기로 내몰리고 전력 공급마저 불안정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신자유주의 논리가 담고 있는 본질적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경쟁 물신주의에 매몰된 정부의 졸속적인 정책 강행을 제외하면 이 현실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OECD 가입국 중 서유럽 및 북유럽 국가는 물론, 신자유주의정책을 도입한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우리와 같은 파멸적인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경험한 일부 국가들은 곧바로 다시 국가중심 에너지 정책 체제로 전환하였거나 전환 중임이 확인되고 있다.

금번 파업은 공공의 자산인 전력산업의 몰락을 막고자하는 발전노동자들의 고뇌에 찬 결단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정책을 여전히 강행하고 있는 정부에 모든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이에 전국의 교수들은 발전노동자들의 파업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자 한다.

하나. 정부는 2004년 중단된 배전분할 정책을 인정하고 발전회사 통합을 당장 추진하라.
하나. 정부는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강제하는 경쟁정책, 공기업 경영평가를 전면 수정하라.
하나. 정부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전력산업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라.
하나. 정부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정전사태의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2006년 9월 1일
전/국/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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