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2004년 9월 기간제와 파견제 전면 확대 방침을 밝힌 지 2년 2개월만인 오늘 오후 국회본회의에서, 첫번째 안건으로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 등 비정규직3법을 개회 20분만에 모두 통과시켰다.
좀 더 길게보면, 비정규직법은 2000년 '비전형근로자보호대책'으로 시작된 노동유연화 그리고 96년 겨울 노동자들의 대규모 투쟁으로 미완성 상태인 노동유연화를 완결짓는 법이다.
비정규직, 일반적인 고용형태로의 법제화
잘 알려진대로, 정부의 비정규입법은 IMF이후 860만을 넘어선 비정규직을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고용형태로 법제화한 것이다. 주요한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간제법은 2년의 사용기간 제한으로, 2년마다의 주기적인 해고와 함께 23개월 11개월 6개월 3개월 등 매우 불안정한 고용을 양산하게 된다. 기간제 2년 이상 사용시에는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되는데, 그렇다고 정규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임금과 근로조건은 기간제일 때와 변화가 없다.(파견제도 마찬가지) 영구적인 비정규직 혹은 '중'규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파견제법은 포지티브 방식에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해, 현행 26개 업종에서 대폭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파견법은 2년 경과시에도 고용 '간주' 규정이 아닌 '의무' 규정을 두어, 사용주가 직접고용을 하지 않더라도 3천만원의 과태료만 부담하면 된다. '절대금지업무'만 아니라면 불법파견(대상업무위반, 무허가, 기간위반 등 대부분)의 경우에도 2년 경과시에만 고용의무가 적용되어, 합법파견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또한 불법파견 2년 경과 후의 고용의무 역시 3천만원의 과태료로 대체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기간제한 및 직접고용 의무를 피해갈 수 있는 예외조항(55세 이상, 결원 근로자 대체, 사업완료, 합리적인 이유 등)들을 광범위하게 두어 기간제, 파견제의 무제한 사용을 허용했다.
2년 넘어도 절대 '정규직'은 될 수 없어
차별금지와 차별시정 절차 역시, 그 실효성 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합리적인 이유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차별처우를 금지한 것은, 동시에 합리적 차별의 경우 허용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법제화된 것. 합리적 차별이 무엇인지는 법조문에 나오지 않지만, 경력 생산성 성향 등 합리적 차별의 범주가 열려진 셈이다.
그간 제출된 정부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사실상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40-50% 임금격차가 나는 경우에만 '합리적 차별' 여부를 다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비정규법안 공방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 주요 언론은 당정이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을 70-85%선으로 인상키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제5정조위원장이던 이목희 의원이 '오보'라고 못박은 사실은 주목할 만 하다.
차별시정 절차 역시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 사용자가 인정하지 않는 '차별'에 대해 노동자 개인이 시정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한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이같은 차별 구제신청과 소송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차별이 입증된다고 해도 사용자가 받는 처벌은 없다. 차별을 시정하거나 그게 싫으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면 된다.
3개월 비정규직도 차별시정까지는, 최소 2년
요약하자면, 비정규직법은 지속적인 해고와 기간직 파견직 노동자의 대량확산, 비정규직의 일반적 고용형태로의 정착과 이에 따른 근로조건의 후퇴(임금만 보았을 때, 한국노동연구원은 정규직 임금의 65% 정도를 비정규직 임금의 합리적 수준으로 보고 있음)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말도 많았고, 말 뿐이었던 비정규직'보호'법.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날 비정규직법의 국회 통과 직후 "이제 비정규직 근로자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당해야만 했던 불합리한 차별로부터 벗어나게 되었고, 비정규직으로 겪어야 했던 고용 불안을 떨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