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학교 신간_

  • 글쓴이: 메이데이
  • 2007-10-23

10월 3일과 4일 양일간에 걸쳐 한반도를 둘러 싼 굵직한 합의와 선언들이 잇따랐다. 10월 3일에는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 합의문이 발표됐다. 10월 4일에는 평양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이로서 지난 몇 년간 한반도와 동북아를 대립과 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던 북핵 위기 국면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는 듯 보인다. 나아가 53년의 정전체제를 마무리하고 한반도를 둘러 싼 새로운 종전체제로 진전되고 있는 듯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 싼 커다란 전환의 국면이다.

그런데 북핵 문제의 해결과 남북관계의 진전이 곧바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으로 이어질 것인가? 필자는 <전략적 유연성-한미 동맹의 대전환>에서 이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북핵문제 해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전망은 한반도를 둘러 싼 정세 변화를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포괄하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그것은 9·11사태 이후 미국의 군사변환과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에 따른 동북아 전략의 변화와 한미 동맹의 성격 변화를 냉철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쟁적인 군비증강을 간과하고 있다.”

필자가 <전략적 유연성-한미 동맹의 대전환>에서 제기하는 문제의식의 핵심은 “우리가 진정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을 원한다면, 한반도 정세변화의 한 축인 북핵 문제의 해결만이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을 중심으로 한 한미 동맹의 성격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진행 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6자회담이라는 국제적인 성격의 틀을 통해서 전개되고 있지만, 이러한 프로세스와 모순되게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중국 견제와 봉쇄를 중심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으며, 이러한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발맞추어 한미 양국 정부는 주한미군을 지역기동군으로, 한미 동맹을 지역동맹으로 새롭게 재편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유연성-한미 동맹의 대전환>은 이러한 문제제기에 바탕하여, 2006년 1월 19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1회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이뤄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주목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맞물려,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평택 미군기지로의 확장 이전 등을 둘러 싼 과정과 그것이 한반도 정세 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필자는 미국 부시 정권이 9․11 사태를 계기로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이 “해외주둔 미군을 첨단무기로 갖춰 더욱 빠르고 가볍게 그리고 정밀하게 만들어서 어느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던 간에 자유롭게 투입”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만들고, 이를 위해 “작전범위의 지역적 지구적 확대와 동맹국들과의 공동협력체계 형성을 통한 지역동맹화”를 추진하는 것이며, 나아가 이는 “장비, 병력이동, 기지, 사전협의 등도 모두 포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바로 미국의 이러한 세계전략의 재편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의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는데, 이 합의가 갖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의 분쟁지역에 언제든지 자유롭게 투입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이 국제적 분쟁에 연루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미 동맹의 성격이 지역동맹화의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한미 동맹은 어디까지나 한반도내에서 전쟁방지라는 성격을 갖고 있는데,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함으로서 주한미군의 작전범위가 최소한 동북아지역으로 확장되게 될 것이다. 결국 한미 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성격변화는 동북아지역의 불안정 요인이 될 것이다.”

“미국의 패권전략 틀에 공고히 편입됨을 의미한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주요 핵심은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전략에 한국이 불가피하게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만약 중국과 대만 간 분쟁이 발생한다면 한국은 실질적으로 분쟁에 연루될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으로 합의된 전시작전권 환수도 사실 그 내용을 보면, ‘자주’국방을 온전하게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의 합의에 따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부산물”에 불과하고, “주한미군에게 ‘대북 억제 및 방어’ 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고 비판한다.
결국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한미 동맹의 재편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동맹화와 함께 대북 공격 동맹 및 대중국 봉쇄 동맹으로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침략동맹화”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필자는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합의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한미 동맹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통해 형식적인 한미연합지휘체제에서 벗어나 주한미군의 활동을 자유롭게 보장받으면서 한국에 대한 최소한도의 의무마저도 지지 않고 권리만을 누리”게 됐으며, 한국은 ‘자주’라는 명분으로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무기를 구입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고, 한반도를 둘러 싼 정세는 지역동맹화와 군비경쟁으로 더욱 불안한 정세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한반도 평화의 진전과 한미 동맹 강화라는 모순된 두 프로세스가 한반도라는 공간에서 서로 대립하고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필자는 진정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폐기하고, 비동맹의 길⋅탈미의 길을 걸을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전 저지투쟁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국 사회의 시민들과 민중들이 주체로 나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해 나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배성인 지음 | 2007_10_10 | 140*204 | 296쪽 |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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