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사장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302714.html
공영방송 KBS를 향해 거센 회오리가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이 정권은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사장의 임기 보장을 폐기하고,
자신들의 정권적 안위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영방송 사장 ‘해임’이라는 초법적인 조치로 치닫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은 무너지고, 언론의 자유, 그것이 근간이 되는 민주주의는 치명적인 훼손을 당하고,
역사는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는 듯합니다.
지난 세월, 우리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온갖 고난과 희생을 치르면서 이룩했던 민주주의 가치,
그것을 실현하는 민주적 제도와 절차는 심대하게 손상되고 있는 것을 지금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정권은 ‘정권의 국정 철학과 국정 기조를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을 KBS 사장으로 앉히겠다는 공언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전리품으로, 그리고 ‘공영방송’ KBS를 ‘관영방송’으로, ‘정권의 홍보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정권의 안위와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방송독립을 위해 그동안 온갖 희생을 치러온 KBS 구성원들과 이 땅의 방송인들에 대한 모독일뿐더러,
민주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 민주의식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KBS 사장의 거취 문제는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그 동안 저를 사퇴시키기 위해 어떤 압박이 있어 왔는지, 어떤 비난과 음해가 있어 왔는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자리,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훌훌 털면 얼마든지 평화롭게, 편안하게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온갖 근거 없는 음해와 비난을 당하면서까지 이 자리를 지켜온 이유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언론의 자유, 이의 근간이 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제가 공영방송 KBS에 대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이자, 이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후 략)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