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상고심 ‘파견법 보호영역’ 기준될듯
용역회사 소속인 이모씨(30)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7개월 동안 (주)예스코라는 도시가스 공급업체에 파견돼 일했다. 비정규직인 이씨는 매년 근로계약을 새로 맺어야 했고 그동안 소속 용역회사도 바뀌었지만 고용안정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는 않았다.
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한 회사에 파견되어 2년 이상 일하면 원청회사가 해당 직원을 ‘직접고용’한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 11월 회사는 이씨를 해고했다. 이씨는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이씨가 회사에서 맡았던 계약체결 업무가 파견법이 정한 26개 업종에서 벗어난 ‘불법파견’에 해당되기 때문에 파견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최근 비정규직의 불법파견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씨의 경우처럼 고용보장을 놓고 분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도 이와 관련된 소송 결과가 엇갈리고 있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씨의 소송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은 2006년 12월 “파견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경우 사용자가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현행 파견법은 적법한 근로자 파견에만 적용하는 것이지 불법파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씨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도 지난해 같은 취지로 이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2004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불법파견 형식으로 10년 넘게 청소일을 해오다 용역회사가 바뀌면서 해고당한 유모씨(55·여) 등이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해고무효”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씨 등의 경우 사실상 위장도급으로 불법파견에 해당하지만 2년 이상 고용하면 직접고용을 인정하는 파견법이 반드시 합법적인 근로자 파견에만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파견허용 업무라는 것도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법령을 놓고 재판부가 다른 해석을 내린 것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이 18일 이씨에 대한 상고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어서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고용보장 문제에 대한 법원의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지난 8월 사내 위장도급에 대해 고용승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적은 있지만 이씨처럼 불법파견 노동자의 고용승계에 대해 명확한 교통정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지난 6월 공개변론까지 열었다.
원고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시민의 김선수 변호사는 “불법파견된 노동자라고 고용승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을 지킨 사용자만 책임을 갖게 되고 법을 어긴 사용자는 고용승계 책임까지 벗는 비정상적인 시장질서가 생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