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불법파견 시 원청이 직접고용 해야”
불법파견 시 고용의제 논란 일단락, 민주노총 “상식적 판결”
‘파견 노동자 보호’ 측면에서 나온 대법원 첫 판결
대법원이 사용자가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했을 시 해당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오늘(18일) 대법원은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현행 파견법은 2006년 11월 개정)에서 논란이 되었던 불법파견 시 사용자의 고용의제(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파견법으로 허용되지 않은 업무거나, 허가를 받지 않은 파견사업주가 행하는 근로자파견의 경우, 즉 불법파견 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 결론이 내려진 구 파견법에서의 고용의제는 사용자가 파견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 시 직접고용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하고 있었지만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온 것이었다. 그간 다수의 판결에서는 불법파견에서는 고용의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오늘 대법원의 판결로 이런 논란은 일단락 되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노총은 “불법파견을 한 원청회사가 사용자로서 고용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에 의의가 있다”라고 환영했지만 파견법 시행 10년 만에, 그것도 파견법이 불법파견에 대해 사용자가 고용의무만 가지면 되는 것으로 개정된 이후 나온 것이라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평가했다.
대법, “고용의제 적법 파견에만 적용돼야 한다는 근거 없다”
대법원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주식회사 예스코(구 극동도시가스)에서 2000년 4월부터 일한 파견노동자들이 2005년 11월 30일, 계약기간만료를 이유로 해고되자, 파견근로 기간 2년이 넘은 2002년 4월 시점부터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고용된 것으로 간주된 것이라며 부당해고청구소송을 낸 것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해고를 당한 파견노동자들은 2000년 4월 입사 시부터 파견법에서 허용하지 않은 업무에서 일했으며, 파견 기간이 2년을 넘어가자 사용자가 직접고용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도급계약으로 전환했다. 이는 모두 불법파견이었다. 이에 이들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논란이 되었던 불법파견 시에도 고용의제가 적용되는가의 문제가 남았던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불법파견 사실은 인정했으나, 고용의제 적용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적법한 근로자 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축소해 해석하는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 만 아니라, 나아가 파견근로자보호법이 규정한 제한을 위반해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사용사업주는 오히려 직접고용성립 의제의 부담을 지지 않는 결과가 되어 법적 형평에도 어긋난다”라며 “(불법파견 시 고용의제가 적용되지 않으면) 사용사업주로서는 당연히 근로자 파견 사업의 허가를 받지 아니한 파견 사업주로부터 근로자 파견을 받는 쪽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므로 파견근로자보호법에 위반하는 행위를 조장하고 근로자 파견 사업 허가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릴 염려가 있으므로 타당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런 대법원의 결론에 민주노총은 “간접고용 형태를 이용해 고용관계상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라며 “더 중요한 문제는 도급계약으로 고용관계를 회피하는 것을 엄격하게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불법파견 시 고용의무로 개정된 파견법에 대해 “사용자가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즉 불법파견을 한 원청회사를 상대로 어떤 청구를 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며 “도급계약이든, 아니면 파견근로 관계든 간접고용에 있어서 원청회사는 최소한 노동 3권에 있어서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