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조민젭니다.
엊 그제 29일 선고공판에서 1년에 2년 집행유예선고를 받고 풀려 나왔습니다. 풀려나온 첫 날 지역 동지의 강압적이고 폭압적인 분위기 속(?)에 환영을 받고서 이틀이나 앓아 누워 있었습니다. 기껏해야 한달남짓 밖에 안되는 징역 때를 벗겨주신다고 애쓰시는 동지들의 애정을 뿌리치고 중간에 도망치듯 빠져나왔는데도 말입니다.
제일 먼저 김진순 선배한테 전화를 걸어야 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불행하게도 제 핸드폰에 전화번호가 남아있지 않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얼마전 몇차례 전화기를 바꾸는 과정에 옮겨담지 못한 불찰을 용서하십시오.
얼마 후면 만 20년이 됩니다. 일생을 바쳐(?) 노동운동을 하겠노라고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설정한지가 말이죠. 동지들 눈에는 아직도 성질 더럽고, 치기 어린 짓거릴 서슴치 않고 있는 제가 '참 용하다' 하실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때 마침 이 불행한 영혼을 위해, 철이 들 수 있는 계기를 적들로 부터 얻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나 아쉬워하시는 선배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달여의 시간은 비록 부족했지만, 바깥에 나와 부딪치고 실천하면서 "이 기회를 '성찰'의 계기로 삼고 더 나가서 남아있는 생을 다해 '정진'하는 자세로 운동해야겠다"는 나름의 결의로 08년을 보내며 또 새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처럼 어리고 부족한 저를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의 아이들에게 동지들에게 그 사랑을 나눌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동지들의 건강한 섭생과 사유로 올 곧게 서 나가심을 빌겠습니다.
지난번 접견오셔서 김진순 선배가 사주신 점심으로 '너무도 따뜻하고 감사하게 허기를 달랬노라'고 아내가 꼭 좀 전해 달랍니다. 그리고 박양희 선배가 넣어주신 책도 너무 감사하게 잘 받아 봤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전화번호 파악해서 연락 넣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