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이 사회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이 안되는 것 같은데,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서비스도 상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국방성 산하 연구소의 연구용 망인 ARPANET이 시초가 되어 전세계를 하나의 망으로 연결한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초기에는 장.단점을 분석하기도 하고 논란도 있었지만, 새로운 문명에 대해 상품성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방식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모두 빠져들고 말았다.
멕시코의 사파티스타의 사례와 같이 투쟁의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선전해 내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낸 것이나, 재정이 열악한 운동조직으로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소통공간의 활용은 긍정을 넘어 대단히 소중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공간을 유용한 판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활용을 시도해 보았으며, 자본과 권력 보다 우월적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리의 것으로 꾸미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한 때는 사이버 투쟁단을 만들어 사용자들의 사이버 공간을 공격하는 것이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내가 속한 사업장인 데이콤도 2000년 LG자본에 맞서 80일간 파업 투쟁을 전개하던 중. 사이버 투쟁단을 구성하여 투쟁 정당성을 국내 뿐 아니라, LG그룹과 거래 관계가 있는 외국기업의 사이트에도 올리고 LG그룹 산하 및 언론의 사이트를 집중 공격하기도 하였었다.
그러나 초기의 우려와 같이 자본과 정권이 우리의 사이트를 알바와 관변단체들을 동원하여 공세를 취함으로 우리가 역으로 당하고 마는 상황이 되었고,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은 정도가 지나친 표현과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 전, 욕설 등의 맞대응 등 본래의 목적과는 벗어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각 연맹, 규모 있는 단위노조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또는 조합원게시판은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자신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자, 실명제, 공공의 이익을 내세워 글의 임의 삭제, 관련법 제정을 통한 사법처리 등의 방안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의 사이버공간은 제 기능을 잃고 헉헉대고 있고, 자본과 정권은 자신들의 법으로 보호를 받으며 곱게 포장하여 대중들을 현혹하고 ‘악성리플’ 등의 문제를 사회 여론화 시켜 자신들의 제재 수단에 대한 정당성 까지 확보해 나가고 있다.
결국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사이버 공간을 상업화 하였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치부를 들어내고 대중적인 투쟁의 대상이 되게는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더 우려 스러운 것은 최근 몇몇 노동조합에서 자본의 법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글의 삭제, 이동 등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삭제의 원칙과 상업적인 글만 삭제합니다.’가 원칙이었던 우리의 사이버 공간도 이렇게 철저히 유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까지 가면 대중들은 우리의 공간을 외면하게 되고, 사이버 공간은 존재의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의 특징은 내가 접속하여 보면 정보도 알고 관심을(아니 중독 되기까지 하지만) 갖게 되지만, 닫아 버리면 자신과 무관한 세상의 일이 된다는 점이다.
밝고 예쁘게 개편된 교육센터의 홈페이지를 소중한 우리의 소통과 정보 유통의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참여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놀이마당에는 놀이꾼과 구경꾼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신명나는 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공통의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소통공간이 활성화 될 때, 전체 홈피도 활성화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꾸러미를 조건 없이 풀어내자, 자본의 논리처럼 가치로 환산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신으로 서로 내놓아 베푸는 정신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교육센터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생산자가 되어 자신의 생산물을 제공할 때 가장 풍요로운 정보의 보고가 될 것이다.
그리고 토론의 장을 열고, 마음에 맞지 않는 글이 있더라도 비난 보다는 비판을 통해 서로 대응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스스로 자정 능력을 길러 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까 싶다. 물론 교육센터 홈피에 들어오시는 분들의 수준으로 볼 때, 별로 걱정되지 않지만, 날 선 글들이 백마디 욕설 보다 더 끔직한 세상이 되었으니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글쓰기가 두려워....’, ‘아예 들어가질 마...’ 웬만한 노조 홈페이지를 보고 하는 이야기 들이다. 노동자교육센터 홈피 운영자께선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제발 들어오기만 이라도 해라..’.
노동자 교육의 터전이 되길 바라며, 한 번 생각해 보았다.
2006. 9. 14일 이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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