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구조조정과 노동자 투쟁

  • 글쓴이: 김병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
  • 2016-06-29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노동자 투쟁

 

김병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

 

 

요즘 많이 바쁘시죠? 날마다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고 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느낌인데 요즘 현장분위기는 어떤가요?

- 멀쩡한 회사가 갑자기 곧 망하는 것처럼 언론이 떠들어서 다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특히 관리직으로 30여년을 오로지 회사만 따르던 분들은 토사구팽 됐다는 생각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일할 의욕이 안 난다고 하십니다.

 

지금도 정확한 통계가 없는데요, 소리 소문 없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잘려나가는 규모는 어떻습니까?

-회사 정규직이 2만5천여명 입니다. 지난 5월4일부터 집단감원 대상자로 선정한 과장급 이상은 약 7천여명, 거기다가 생산직 출신 직급자는 약 2천여명입니다. 나머지 인원은 조합원 1만6천여명 입니다. 회사 6월 6일 발표한 집단 감원자는 1,669명으로 발표 했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최종목적은 무엇인 것 같습니까?

- 국가부채 1천200조원 시대 경제무능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산업 노동자들을 타깃 삼아 여소야대 국면에서 2016년 들불처럼 타오르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꺾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대우조선이나 삼성중공업에서는 이미 고용안정을 미끼로 임금동결을 선언해 놓은 상태입니다. 지금도 재벌들 곳간에는 사내유보금으로 1천200조원이 있음에도 경영위기를 핑계 삼아 재벌들에게 세금혜택과 각종 금융지원 정책을 노골적으로 펴겠다는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 조선소 상황은 어떤가요?

- 한때 남해안에서 대형, 중형, 소형 조선소가 20곳이 넘었는데 2008년부터는 10여곳만 배를 만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가 대책 없이 손 놓고 있으면서 과잉공급이었던 조선소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법정관리나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해양플랜트 쪽으로 적자가 수조원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이유가 뭔가요?

- 첫째 경험부족 둘째 한국 조선소끼리 과당경쟁, 기술부족, 기능인 부족으로 계약기간보다 늦게 납품을 하거나 해서 생긴 일입니다. 특히 실적에 급급해 헐값에 수주한 것이 결정적 적자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처음 하는 공사다보니 설계에서 현장 작업까지 오작이 다반사로 일어나 작업을 하고 또 하고 하다 보니 납기나 품질을 보장하지 못한게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 경영진이나 돈을 대준 국책은행은 뭐하고 있었나요?

- 현대중공업 같은 경우, 정몽준씨는 10.15%의 주식을 가지고 황재 노릇을 하고 있어요. 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영진이 무책임, 방만한 경영 때문에 적자폭이 커졌다고 봅니다. 특히 대우조선은 산업은행 출신 낙하산, 정치권 출신 그들이 무슨 경영을 했겠습니까?

특히 정몽준은 10년간 3천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아 챙겼고요. 산업은행은 지난 10여년간 수조원의 이익을 낼 때 자신들 배당금은 꼬박꼬박 챙기면서 부채비율은 줄일 생각은 하지도 않아 지금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봅니다.

 

노조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경고를 하고 근본대책을 요구해 왔었나요?

- 2014년 조선노연이 중심이 되어 정치권과 정부에 조선 산업 발전전망을 세워줄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그와 더불어 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3년을 맞은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은 실종된 상황입니다.

 

대부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인가요?

- 그렇습니다. 현대중공업 같은 경우는 직영이 3천여명, 하청노동자가 1만6천여명으로 대부분이 하청노동자들입니다. 이분들이 작년대비 올해 인원수를 비교하니 약8천여명이 떠난 걸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법에도 없는 물량 팀이라는 기형적인 개념의 불법 작업형태가 생겨나 일하던 사람들이 지금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실업대책은 뭐가 있나요?

-현중노조는 정부나 회사가 활황 때를 대비해서 해양분야 기술인력 육성에 나서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기술자와 기능인이 부족해서 품질실패비용과 납기를 준수하지 못해 손해를 봤기 때문에 지금은 감원이 아니라 교육기회를 부여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조선기술과 중공업 기술이 필요한 공사를 정부차원에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많은데 지역의 분위기도 뒤숭숭하겠어요?

- 그렇습니다. 요즘 울산동구 주택가에서는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누구네 아빠가 이번에 회사를 그만뒀다거나 가까운 뒷산 등산로주변에는 얼굴을 가린 남자들이 늘어나 실감을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특히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무작정 회사의 꼭 찍어서 퇴직 대상자로 발표가 되자 회사의 압박이 무서워 퇴직을 했는데 뒤늦게 집에서 알고 싸우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는 슬픈 현실입니다. 심지어는 나간지 얼마지 않아 병으로 돌아가시는 분까지 있습니다.

 

정부나 자본은 수조원의 부실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어떤가요?

-경영진은 자신들의 무능과 부패로 벌어진 적자경영 현실을 현장에서 일만해온 노동자들 집단감원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현대중공업은 부채비율이 143%로 초우량기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자본을 이용해 갑질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진짜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에게 오히려 칼을 쥐어주면서 노동자들 목을 자르는 것을 보면 정부나 금융자본이 헛다리를 짚고 있습니다. 지금은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재벌 곳간에 들어있는 1천200조 사내유보금과 사재출연을 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노동조합의 대응 요구안이 있나요?

-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지난 4월20일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동조합과 대화를 한 적 없이 일방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화를 거부하는 회사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노동조합은 나름의 여러 대안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발표할 시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할 경우엔 쟁의행의도 불사한다?

- 이런 질문은 하나마나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오는데 그 누가 행동하지 않겠나요. 쟁의행위 여부는 ‘2016년 단체교섭’ 관련해서 6월17일 쟁의발생 결의를 할 예정입니다. 희망퇴직을 빙자한 집단감원은 한 가정의 가장에게는 살인행위 다름 아닙니다. 현장의 힘을 바탕으로 정면 돌파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회사가 몰아가고 있어서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