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법제화 철회는 당연한 조치이다!"

  • 글쓴이: bulnabia
  • 2003-07-18

■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내용규제, 불법적인 실명 확인 서비스, 공공기관의
실명제 문제 등은 여전히 남아..."
■ 진보네트워크센터 성명 발표

[성명서]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법제화 철회는 당연한 조치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보통신부가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법제화를
사실상 철회했다고 한다. 모든 인터넷 게시판에 실명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보통신부의 계획은 애초에 터무니없던 것으로, 뒤늦게나마 법제화 시도를
철회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처음부터 문제는 '실명제인가, 익명제인가'가 아니었다. 이미 인터넷 상에는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자유게시판에서부터, 실명 확인은 안 하더라도
회원제로 운영하는 게시판, 그리고 실명 확인을 하는 게시판까지 다양한 형태가
존재해왔다. 우리는 실명제와 익명제 중에 어떠한 것이 좋은가라는 이분법적
판단이 아니라, 각 공동체와 이용자가 자신의 목적에 맞게 적절한 게시판
기능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모든 인터넷
게시판에 실명제를 강제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독재적 발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보통신부의 정책 철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명제 논란을 통해
제기되었던 문제는 남아있다.

첫째, 정보통신부는 인터넷 실명제 대신, 제3의 방법으로 '이클린
코리아(e-Clean Korea) 캠페인'을 언론·업계·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시민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어떠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보통신부가 캠페인을 명분으로,
현재 위헌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인터넷 내용 규제와
관련된 어떠한 권한을 부여한다면, 우리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우리는 금융 거래 목적으로 수집된 개인들의 실명 데이터베이스를 다른
목적으로 전용한 것에 대해서,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협회,
한국신용평가정보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다. 실명제 논란과 별개로, 지금까지
불법적으로 이루어져온 '실명 확인 서비스'에 의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셋째, 정책 철회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는 여전히 '게시판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 상의 공동체가 자신의 게시판 정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공공기관이 정보통신부는 익명의 비판에 열려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적 영역에서 이용자가 공동체를 운영하거나, 가입·탈퇴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우리나라에 또 다른 '정보통신부'가 있지 않는 한,
공공기관인 정보통신부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불평등한 권력
관계에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수가 없는 사회적 약자가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실명 게시판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실명 게시판과 함께, 이러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익명 게시판을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

우리 역시 인터넷이 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 기반한, 특히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섣부른 내용 규제 정책이
이러한 공간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견해와 다른 타인의 목소리를 인정하는 '사회적 관용의 문화'가
성숙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오히려 솔선수범하여, 다양한 견해와
표현에 대해 관용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2003년 7월 17일

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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