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 고용허가제 무용지물"

  • 글쓴이: bulnabia
  • 2003-08-01

이주노동자들 고용허가제 통과 강력 반발
당장 14만 여명의 이주노동자 단속추방당할 위기

참세상뉴스

지난 31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외국인근로자 고용법'안을 통과시켜 그 동안 논란이 되었던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제'를 병행하게 되었다. 이번에 통과된 고용허가제에 대해서는 노동3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으며 산업 연수생제와 병행실시할 경우 고용허가제 조차 무력화 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3년 이상된 이주 노동자의 경우 8월말부터 대대적인 단속추방 대상자가 되기 때문에 사업주로부터 퇴직금을 못 받게 되거나 체불임금등의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는 예측도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8월말 단속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정부가 대대적인 자진신고기간을 통해 2003년 3월31일까지 유예 기간을 두었으나 고용허가제 법안에 나오면서 8월말까지 유예되었기 때문이다. 이주지부 서선영 선전국장은 "이번 법안 통과로 당장 한국을 떠나야 할 이주노동자는 약 14만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체류기간이 3년이상 4년미만인 이주노동자라도 일단 출국해서 다시 재 입국해야 한다. 하지만 출국하고 다시 재입국 하라는 것은 오지말라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 서 선전국장의 설명이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인권유린과 송출비리, 노동착취로 얼룩진 산업연수생제를 폐지하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폭넓게 마련됐는데도 국회가 이를 온존시키기로 한 것은 산업연수생제에 이권이 걸린 특정집단과 무원칙하게 타협한 것으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며 "산업연수제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넘어 노동허가제를 도입하는데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안이 통과되기에 앞서 민주노총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는 약 100여명의 이주노동자와 함께 국회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고용허가제 반대와 노동비자 발급을 요구하며 국회를 규탄했다.

이날 집회 사회를 맡았던 이주지부 꼬빌씨는 "이번 법안이 노동 3권이 아닌 노동 2권으로 준비되고 있다"며 "파업할 권리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노조를 만든단 말이냐"며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방글라 데시 노동자 쇼학씨도 "오늘 이 자리는 이주 노동자들을 죽이기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한 자리"라며 "한국 땅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지만 3년만 고용 허가를 받고 수 있고 이후에는 떠나라는 것은 말도 않된다"고 밝혔다. 쇼학씨는 또 "산업 연수생 제도를 또다시 하게되면 정부와 자본은 우리를 불법 체류자라고 할 것"이라며 "우리가 하는 일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단속추방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모인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통과로 단속 추방 대상인 노동자들이었다.

민주노총 홍준표 부위원장은 "이번 고용허가제 법안에는 중소기업인력지원 특별법을 은근 슬적 끼워 넣고 연수제 확대를 하려고 한다"며 "연수생 제도를 중기청장이 관리하면서 송출비리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기청을 비난했다.

이번 고용허가제 법안은 정부가 이주노동자 합법화라고 선전을 해와 대부분 현장의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법안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주지부 샤말 지부장에 따르면 "우리가 왜 고용 허가제를 반대하냐고 하지만 이 법이 우리를 합법화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일하다 문제생기고 마음이 안들 때 이동할 자유가 없고 그런 자유가 없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샤말씨는 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노동비자를 받아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사장들이 이 사람들도 노동자고 이 사람들이 있어야 공장이 돌아간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런 제도는 무용지물"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주지부는 고용허가제 통과로 당장 8월말로 예상되는 단속추방 반대 투쟁에 전념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에 통과된 고용허가제는 노동 2권을 보장하고 있어 이를 통한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또한 정부가 연수제를 병행 실시하기로 한만큼 단속추방 반대투쟁과 연수제 폐지투쟁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며 노동허가제쟁취를 위한 향후 투쟁 계획을 세워 나갈것으로 보인다.

2003년08월01일 01:08:55
용오(batblue@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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