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조합원 동지여러분,
후덥지근한 장마와 더위 속에 땀흘려 일하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조합원 동지여러분, 우리가 현장에서 땀흘려 일하며, 노동조건의 악화에 대응하여 생존권의 수호를 위해 애쓰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우리 노동자들을 포함한 민족전체의 존망이 걸린 핵전쟁 발발의 위협이 시시각각 고조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는 2003년 8월15일 오후 3시에 서울 시청 앞에서 반전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노동자대회를 열고, 연이어 10만 군중이 운집하는 반전평화대회와 촛불대행진을 조직하기로 하였습니다.
한반도 정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박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미국 부시정권의 '악의 축' 발언 등에서 보듯 미국의 대북적대와 봉쇄, 압박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은 물론, 노골적인 핵선제공격 위협과 중유공급 중단, 소형핵무기 개발과 MD구축, 주한미군의 전력증강과 재배치, 신속 기동군 스트라이커 부대의 남한상륙과 기동훈련 등 그나마의 안전장치였던 북미제네바 합의의 서슴없는 파기는 물론, 핵선제공격 전쟁계획이 실전단계에 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민족을 침략했던 일본의 군국주의 세력들 역시 미국 부시정권을 등에 업고 유사법제 제정 등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편, 미일제국주의자들의 노골적인 전쟁위협에 놀란 현정권은 민족 앞에 닥친 오늘의 난관을 6.15공동선언을 토대로 한 남북의 화해와 공조로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우리 노동자와 농민들이 피땀으로 일궈낸 110억 달러에 이르는 혈세를 탕진하며 동족을 상대로 한 고가의 미제무기 도입에 급급해하고 있습니다.
이제 6.15공동선언을 바탕으로 화해와 상생,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던 우리 민족 전체의 운명은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절박한 상황 속에 내몰린 채 전쟁이냐, 평화냐! 자주냐 예속이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북의 모든 노동자민중들이 단결하여 국제 평화애호 민중들을 불러모으며 결사적으로 반전평화 투쟁을 전개하는 길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평화와 통일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두 차례나 침략전쟁 범죄를 저지른 부시정권이 스스로 전쟁의 반인륜적이며 범죄적인 해악성을 깨닫고 이성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며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노동자와 민중들은 일치된 목소리로 분명하고 단호하게 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자신과 후손들의 생존권, 아니 나아가 생명 그 자체의 수호를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우리 노동자민중들은 민중연대, 통일연대를 통해 다음과 같이 한목소리로 결의하였습니다.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과 한반도 전쟁위협을 중단하라!
북미불가침조약 체결하고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하라!
한반도 전력증강과 한미일전쟁공조를 중단하라!
세계평화를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대테러전쟁'을 중단하라!
외세공조를 파기하고 민족공조로 6.15공동선언을 확고히 관철하자!
조합원 동지여러분, 여러 가지 어렵고 힘든 일이 많으시겠지만 오늘의 전쟁위협과 긴장고조 상황은 민족의 생명이 근본적으로 위협 당하는 사태로 그 자체로서도 하루빨리 극복되어야만 할 과제일 뿐 아니라, 그 본질이 끝없는 탐욕에 눈이 먼 제국주의자들의 군사패권주의적 억압과 신자유주의적 수탈 본성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므로 우리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생활상의 어려움을 훨씬 가중시키게 될 것임은 필연적입니다. 또한 당면한 근로기준법 개악반대 투쟁 등 우리의 일상적인 각종 생존권 수호 투쟁들에 있어서도 훨씬 험난한 과정을 강요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는 8월 15일 열리는 서울 시청 앞의 '반전평화 8·15통일대행진' 집회와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변 동지들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손에 손을 잡고 한마음으로 동참하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전쟁을 반대하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과 평화와 통일을 열망해 온 이 땅의 모든 민중들에게, 우리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슬기롭고 책임감 있는 평화와 통일에의 의지를 남김없이 과시하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들 하십시오.
2003년 8월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단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