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하다 신부전증 앓는 송영수 위원장

  • 글쓴이: bulnabia
  • 2003-08-20

"몸은 병들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인터뷰]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윤성효 기자

▲ 송영수 부산일반노조 공동위원장.

ⓒ2003 오마이뉴스 윤성효
"며칠 전 서울아산병원에 있는 송영수를 방문했는데 죽음의 문턱에까지 갔다온 사람이 저를 만난 짧은 시간에도 온통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에 대해서만 얘기하더군요. 열심히 설명하는 그의 말을 듣다가 제가 그랬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너는 일찍 죽으면 안되겠다.' 송영수가 나의 후배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이 송영수(42) 부산일반노조 공동위원장을 두고 한 말이다. 송 위원장은 학생운동을 하다 공안기관에서 고문을 당했고 몸을 돌보지 않으면서 노동운동에 앞장서다 신부전증을 앓고 있다.

송 위원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인하대를 나왔다. 80년대 말에는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와 부산노동자협의회·병원노련 부산지부 사무처장 등의 활동을 했다. 96년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정책·교육부장과 2000년 부산지역일반노조 집행위원을 지냈다.

그는 81년 인하대에 다닐 때 지하서클 활동을 하다 공안기관에 붙잡혔다. 당시 공안기관은 학림사건과 연관짓기 위해 온갖 고문을 가했고, 그 후유증으로 신장이 나빠졌다. 82년 말 풀려난 그는 야학을 하다 84년 노동현장에 위장취업했다. 그 때 동국제강에 들어가기로 하고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신장이 나쁘다는 소리를 들었다.

"건강진단 결과 정밀검사를 받았다. 신장이 나쁘다고 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러려니 했던 것이다. 그 상태에서 7~8년 가량 노동운동 한다고 쫓아 다녔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90년대 초 만성신부전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병원노련 부산지부 사무처장으로 근무할 당시 신장내과에 종사하는 간호사가 알려줘 자신의 병을 알게 됐다는 것.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본부장 정의헌)는 그를 돕기 위한 후원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오는 29일(금) 부산일보사 대강당에서 수술비 마련을 위한 후원행사를 갖는다. 요즘 노동현안이 많은 속에서도 그를 돕기로 한 것이다.

송씨는 8월 말 간과 신장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다. 부인의 간이 맞아 이식하기로 했으며 신장은 조카가 해주기로 했는데 정밀검사 중이다. 간과 신장을 한꺼번에 이식해야 하는데 조카의 신장만 맞으면 곧바로 수술에 들어간다. 이 수술비가 1억원이 넘는다. 민주노총 본부는 수술비 지원을 위해 후원행사를 마련했다.

민주노총 본부는 후원행사 알림장을 통해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노동자와 함께 한 길, 그 길에서 영원히 함께 하리라! 10년의 신부전증 투병생활에도 웃으며 노동자와 함께 했고 지금 병상에서도 다시 노동자의 곁으로 올 날만을 염원하는 노동자의 벗! 우리의 동지! 송영수를 살리자!"

17일 오후 부산 부곡동에 있는 송 위원장의 집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민주노총 본부에서 후원행사를 연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도움을 받았는데 또 신세를 져야 한다니"라며 동료들이 마련한 후원행사에 대해 잔뜩 부담을 안고 있었다.

노동현장에 위장취업을 하고, 그로 인해 건강까지 잃었으며, 일반노조 결성운동에도 앞장 선 그를 만나 수술을 앞둔 소감과 함께 노동문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 보았다.

▲ 부사 부곡동 집에서 수술을 기다리며 치료를 받고 있는 송영수 위원장.

ⓒ2003 오마이뉴스 윤성효

학생운동 고문으로 신부전증 앓아, 조카 신장만 맞으면 곧 수술

- 요즘 어떻게 지내나. 건강 때문에 사회 활동을 못할 것 같은데.
"투석을 계속해야 하고, 간경화 조절약도 먹어야 하고, 식도출혈을 막아야 하며, 설사약 먹는 것도 일이다. 노동운동을 오래 해왔지만 막상 몸이 이렇게 되고 보니 마음만 바쁘다."

- 신부전증은 언제부터 앓게 되었나. 고문 후유증인가.
"81년 인하대 다닐 때 지하서클 활동을 하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적발되어 구속되었다. 공안기관은 학림사건과 연관을 지으려고, 물고문이며 온갖 고문을 가했다. 고문으로 피오줌을 누기도 했으며 피오줌은 교도소로 넘어가서도 계속되었다. 그 때 신장이 나빠졌다고 한다. 그 뒤 몸을 돌봐야 하는데, 10년 넘게 학생운동이며 노동운동 한다고 다니면서 몸을 내팽개쳤더니 결국 여기까지 왔다."

- 부인과 가족들에게 미안할 것 같다.
"91년 대동병원 노조 위원장이었던 부인과 결혼을 했다. 부인은 신부전증을 앓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늘 짐이다."

- 지역 노동단체에서도 지원을 해온 것으로 아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입원도 대여섯번이나 했는데, 도움이 컸다. 이전에는 신부전증이 의료보험 혜택도 보지 못했다. 동료들이 없었으면 벌써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빨리 사라져 주는 게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인데. 지역 노동계에서 또 돕겠다고 행사를 한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 곧 수술을 한다고 들었다.
"그동안 투석만 해왔다. 처음으로 수술을 할 예정이다. 27일 서울 현대아산병원에 가서 수술 절차를 밟는다. 간과 신장을 한꺼번에 이식해야 하는데, 간은 부인이 떼 주기로 했고, 신장은 조카가 한다. 그런데 조카의 신장은 검사를 더 해봐야 결정이 난다. 결과가 좋았으면 한다."

"참여정부 개혁성 기대하지 않아, YS DJ 정책 계승하기도"

- 80년대와 90년대 노동운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6.29선언 뒤 각 사업장마다 노조 결성할 때라 할 수 있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노조가 결성되던 시기다. 당시 하루 두 세 시간만 자고 일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노조 결성을 도왔다. 사회적으로도 격동기였지만, 개인적으로도 가장 바쁜 시기였다."

-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심한 말인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개혁성을 기대하지 않았다. 이전 YS나 DJ의 재벌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아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경제특구며 외국자본 등에서 보면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한 마디로 말해 '줏대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화물연대 등과 합의한 사항도 지키지 않는다. 그것은 줏대가 없어서 그렇다고 본다."

- 주5일제 실시를 두고 노동계와 재계, 정치권이 각자 다른 입장이다.
"주5일제는 단계별로 시행한다는데, 영세사업장까지 시행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 때가 되면 세계는 주40시간이 아니라 주34시간 내지 32시간이 될 것이다. 단계별 시행에 반대한다. 그리고 고용창출 방향으로 되어야 한다."

-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계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철밥통 있나. 신자유주의 이후 정규직도 안전하지 않다. 고용불안은 여전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묶인 노조는 대공장 위주다. 그렇게 보면 과연 노동운동이란 표현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억압받고 착취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이 없으면 외면받을 수도 있다."

- 일반노조 결성과 운동과 앞장섰다던데?
"부산지역은 전국 어느 곳 못지 않게 일반노조 결성이 활발하다. 전국적으로 지역별로 19개 지역에 걸쳐 결성되어 있다. 일반노조도 전국 단위로 조직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하청업체와 영세사업장의 노동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다. 전국투쟁을 위해, 일반노조의 전국조직을 위해 일하고 싶다."

- 주5일제 문제에도 비정규직은 찬밥이다.
"그렇다.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임금이 높은 노동자, 특히 금융 노동자들은 좋을지 모르지만 일반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다. 연장과 잔업 특근 등을 해야 겨우 100만원대의 월급을 받아가는 노동자들은 못 살게 될 것이다. 주5일제 실시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 노동단체의 간부와 노동운동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노동운동에는 전략이 없다. 공부를 안한다. 그러니 비전이 없다. 가령 신자유주의만 해도 그렇다. 나쁘다면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 학생운동도 열심히 하다 건강까지 잃게 되었는데, 청년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대학 다닐 때는 서울대가 투쟁을 가장 열심히 했다. 지금은 과연 그러한지 의문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더 투쟁을 하지 않는다. 자본 쪽에 선 것이다. 이는 사회인들도 마찬가지다."

△ 송영수 동지 후원의 밤 : 8월 29일(금) 오후 7시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
△ 후원 계좌번호 : 140-12-012822-8(부산은행. 예금주 이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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