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구가 맞는지는 차체하고 소중함을 느끼는 것은 절실하기 때문일겁니다.
절실한 만큼 소중하게 살아야 겠지요.
연말이라 그런지 아님 생활습관이 그래서 그런지 요샌 많이 무리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부대표님 건강하세요.
그런 다음 한 잔 해야죠
하하
>>> Writer : 박준성
> 12월 6일 CT 촬영한 결과를 가지고 담당 의사와 면담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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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성씨 이쪽으로 와서 의자에 앉아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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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분 기다리는 동안 내 마음 가닥이 수없이 변하더군요. 내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데도 손가지고 여러가지 행동을 합니다. 손을 뻗어 양쪽 무르팍을 짚기도 하고, 주먹을 움켜줬다 폈다도 하고, 깍지를 껴서 앞으로 밀어도 보고, 팔장을 끼기도 하고, 머리 뒤로 깍지를 꼈다가 안경을 머리로 올리고 손세수도 하고...
> 숨을 깊이 들이마셔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호흡이 흐트러집니다.
> 초조하게 면담을 기다리면서 내가 바라는 대답을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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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 많으셨지요. 괜찮습니다. 한 달 쯤 쉬시고, 앞으로는 술드시지 마세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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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바램대로 답이 나온다면 병원이 뭐 필요하겠습니까.
> 건강검진을 시작한 때로 따지면 한 달 가까이 됩니다. 여기쯤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끝까지 가야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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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이 작용할 때 찍은 이 허연 부분이 시간이 지나 다시 찍었을 때는 이렇게 검게 나타납니다. CT 촬영 결과를 보면 암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분명히 '가능성'이라고 했습니다. 간 조직 검사를 해 보아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병실이 있으면 오늘이라도 당장 입원하시기 바랍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시겠죠"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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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답은 했는데 내가 무슨 뜻으로 이해했는지 되짚어 보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모래까지 병실이 없고, 13일부터 19일까지는 담당의사가 어디를 간답니다. 그뒤 제일 먼저 병실에 자리가 나는 날이 21일 일요일입니다. 그날은 푸른숲학교 동지제 모꼬지에서 올라오는 날이라 22일 월요일 입원 날짜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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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잡혀 있던 두 곳 강의를 못하겠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20여 년 교육하면서 비행기가 못떠서 펑크낸 일은 있어도 제 사정으로 잡혔던 교육을 취소하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봅니다. 그래도 입원 날짜가 미뤄지는 바람에 그 사이에 맡았던 다른 일들은 모두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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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정밀 검사를 받았으니까 이렇게까지라도 오게 되어서 무엇보다도 더 다행입니다. 노동자교육센터 성원들이 함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구하는 일반검사 뿐 아니라 성인병검사까지 받았기 때문에 정밀 검사를 받고, CT 촬영에서 더 나아가 간 조직검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엊그제 보낸 1차 검진 결과를 보면 쥐오티, 쥐피티, 감마지피티 모두 정상이예요. 일반 검사만 받았다면 '봐라, 간이 이렇게 정상인데...'하면서 연말 연초 모든 모임마다 끼어서 술마시고 탱자탱자 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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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소 후배가 전화를 했습니다. 면담 결과를 듣고는 좀 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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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조직 검사 결과는 언제 알 수 있는거야"
> "어쨌든 22일 이후에야 알 수 있겠지"
> "농담이 나와"
> "모든 일정 다 취소하고 한 열흘 쉬었다 입원하는게 어때, 생각도 좀 정리하고..."
> "야, 생각없이 살던 사람이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만 더 약해지지... 하던 대로 보내다가 입원하는게 간에도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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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오전에 잡혀 있는 강의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오래전에 바뀐 일정인데 지우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던 것이군요. 내일 낮 시간은 휑하니 비게 되었습니다. 카메라 메고 렌즈 골고루 갖춰 마석 모란 공원에 다녀 오려고 합니다. 모란 공원에 묻혀 있는 열사들 모두가 다 소중한 삶을 살았고, 되새겨 보아야 할 죽음들인데... 언제나 모란 공원 안내를 하다보면 시간에 째이고 묘비에 새겨진 글을 따라가게 돼서 몇 분 밖에 못 찾아 뵈었습니다. 늘 미안하고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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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건강검진' 때 쓴 글보다 겁을 꽤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실제 그렇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원래 눈물도 많고 무지무지 겁쟁이었습니다. 겁먹고 살면서 여기까지 잘 버텨왔습니다. 지금 이 시간들이 한 번 쯤 세상살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중간 정리를 해보라는 기회 같습니다. 50줄 들어서기 쉽지 않으니, 40대 마지막 한 해 진중하게 보내라는 액땜인 것 같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나와 세시간 쯤은 갑갑하고 짜증이 막 났습니다. 앞으로 12일 동안 내가 내 간에 대해서 의지대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노라니 그런 기분도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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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쑤시고 찌르듯이 아픈데는 없습니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잡니다. 기분도 좀 정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기분이야 왔다갔다 하겠지만, 괜찮을 거라고 믿습니다. 걱정할 일이 태산같이 많을 때인데 저까지 걱정끼쳐 드릴까봐 걱정입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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