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 무엇인지 알려준 산 지리산

  • 글쓴이: 윤호숙
  • 2005-06-15

지리산은 제게 고난이 무엇인지 알려준 산입니다.

산행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젊은 혈기와 사회변혁의 의지만 가지고
극기훈련으로 처음 종주를 했거든요.

그래서
나의 첫 지리산 산행은
산 갈피갈피 역사와 민중의 숨결을 느끼기는 커녕
이를 앙다물고 내 바로 앞 5미터 앞서가는 선배의 발뒤꿈치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혹시라도 앞사람을 놓칠세라(절대로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신의 위치를 사수하라는 엄명이 있었습니다), 내 발뒤꿈치에 쏟아지는 바로 뒤 후배의 눈길에 긴장하며,
죽기살기로 오르고 내렸던 기억이 압도합니다.

약한(?) 여자라고 배려받아 맨몸으로 오르다
도중에 헥헥대던 남자후배의 배낭을, 선배노릇한답시고, 여자라고 배려받는 것도 염치가 없는 것 같아
과감히(모르면 용감하다고) 빼앗아
대신 짊어지곤
속으로는 '내가 미쳤지'를 수없이 되뇌이며
오로지
지금 오르는 이 길보다 더 험한 길을 매일같이 수없이 오르내렸을
빨치산 선배들만 생각하며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산을 다 내려왔을 때는 그만 턱이 얼얼할 정도였죠!

지금 생각하면 변변한 등산화 하나 없이
준비한 거라곤 사탕과 소금뿐이었는데
어찌 사고 하나 없이 무사히 지리산 종주를 마쳤는지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남원쪽 가파른 길로 하산하고는
돈 한 푼 없는 우리는 다시 도보투쟁을 시작했는데
그때 산밑에 내려와 맛 본(지금은 어딘지 찾아갈 수 없을 것 같음)
그 약수의 맛이라니. 아직도 생생한 그 물 맛.

지리산은 고난과 함께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믿음을 준 산입니다.
이후로도 어려운 일, 버티기 힘든 일에 부닥칠 때는 지리산 종주를 떠올리며 용기를 얻곤 했습니다.

선생님 건강이
끄떡없이 지리산 종주를 하실 정도로 회복되었다니
그저 기쁜 마음뿐입니다.

내년부터는 함께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이 헤 벌어지는군요.

보니까 8월에 역사와 산, 지리산 암자길 산행이 있군요. 열심히 훈련해서 저도 같이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어떻게든 해볼랍니다.
우리 센터 졸업생 동지들도 많이 알려서 다같이 갈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한번 노력해 보겠습니다.

>>> Writer : 박준성
> 산을 좀 다니다 보면 '지리산파'와 '설악산파'로 나뉩니다.
> 저는 생각하고 재고 할 틈 없이 지리산파입니다.
> 이제는, 왜 설악산이냐 지리산이지 하며 우기지 않습니다.
> 설악산도 이따금 가고 좋아하지만 일년에 한번도 못가도
> 못갔다고 안달복달하지는 않습니다.
> 지리산은 다릅니다.
> 음식을 먹을 때 끊임없이 그 음식에 대해
> 이야기하며 먹는 것이 있듯이
> 산을 가면서 그 산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의미를 떠오르게 하는 산
> 산과 역사, 역사와 산 하면 제일 먼저 꼽히는 산
> 제게는 지리산입니다.
>
> 인해가 다니는 이우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 전체가 지리산 종주를 한다는 계획을 듣고는
> 따라 갈까, 몇마리 통닭 튀김을 배낭에 넣고 천왕봉에서 기다릴까
> 마음이 온통 지리산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
> 아이들이 오던 날 밤 지리산으로 떠났습니다.
> 지리산 '암자길'로 불리는 실상사 약수암 삼불사 문주암 상무주 영원사 도솔암 코스를 타고
> 주능선 삼각고지까지 올랐습니다.
> 벽소령을 거쳐 의신 마을까지 갈 계획이었습니다.
> 삼각고지에 오후 6시 30분 도착 의신까지 9.9km
> 내처가기는 무리였습니다.
> 마천 음정으로 하산했습니다.
> 암자에서 스님과 이야기 나누고 점심해 먹은 시간 합쳐
> 13시간이 걸렸습니다.
>
> 하루 더 지리산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 다시 벽소령으로 올라 천왕봉이나 노고단을 가고 싶었지만
> 일행 차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 성삼재 주차장에 차를 두고 반야봉을 갔다와서
> 정령치에서 만복대로 올라 해넘이를 보기로 했습니다.
>
> 노고단 마루에서 반야봉까지 5.5km, 지도상으로 3시간 쯤 걸리는 거리를
> 임걸령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한번도 쉬지 않은 채 1시간 40분 만에 반야봉에 올랐습니다.
> 몸은 40대 초반 때 체력으로 회복된 것 같습니다.
> 일행 중 한 분이 몸 상태가 안 좋아 만복대 해넘이는 포기했습니다.
>
>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오면서
> 11월 쯤 암 선고 2주년을 기념(?)해서
> 하루만에 지리산 종주를 해 보자는 계획을 세워 보았습니다.
> 계획이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첫 지리산 종주도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4년 만에 실현되었으니까요.
> 하지만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저 자신에게 박수를 치면서
> 또 다시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
> 지리산에 얽힌 '민중의 역사'를 올려 놓습니다.
> 책 면 권으로 모자랄 역사이지만
> 간단히 큰 흐름을 훑어 본 것입니다.
> 지리산에 얽힌 역사는
> 돌아 내려와야할 산을 가면서
> 끊임없이 역사와 현실을 되새겨 보게 합니다.
>
> 지리산 갈피마다 자락마다 민중의 삶과 숱한 역사가 담겨있듯이
> 3박 4일 동안 겪었던 오만 사연들이
> 아이들 머리 갈피마다 마음 자락마다
> '지리산의 힘'으로 새겨져겠지요.
>
>
>
>
> [역사와 산 6월 산행 안내]
>
> ㅇ 갈 산 : 두위봉(1466m,강원정선)
>
> ㅇ 모이는시간 : 2005년 6월 11일 오후 10:00
>
> ㅇ 모이는장소 : 시청역 삼성본관앞
>
> ㅇ 산 행 일정 : 6월 12일 단곡계곡-두위봉-도사곡
>
> ㅇ 총산행시간 : 12km(7시간이상)
>
> ㅇ 준 비 물 : 등산복,등산화,물,행동식,랜턴
>
> ㅇ 회 비 : 성인 35,000원,중.고 20,000원,초등 5,000원
>
> ㅇ 참가 대상 : 노약자,초등미만 참가제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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