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과 활동 - "근현대사 강좌 를 수강하고"

  • 글쓴이: 노동자교육센터
  • 2014-06-11

근현대사 강좌 <살아있는 역사읽기>를 수강하고

 

<살아있는 역사읽기> 수료자 김진아

 

 

엄마의 추천으로 노동자교육센터 근현대사 강좌 <살아있는 역사읽기>를 수강하게 되었다. 수강 신청 후 생각해보니 나는 근현대사 중요하지, 중요해.”, “근현대사는 현대사로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가깝고, 꼭 알아야 한다.”고 말했으면서도 근현대사를 채운 굵직한 사건 하나 자신 있게 설명 못 하는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근현대사를 배운 사람이 맞던가' 할 정도였다. '이거 참 잘 기억도 나지 않고 어쩐다.' 결국 나는 입으로만 근현대사가 중요하다 말한 것이다. 이것은 '사춘기 학생보다도 더 강렬한 허세가 아닌가?' 그래서 열심히 들어야지 마음먹었다.

 

총 다섯 강으로 구성된 <살아있는  역사읽기>는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신자유주의 체제까지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한 세기 넘는 시간을 열 시간 강의로 듣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해박한 지식보다는 굵직굵직한 몇 사건들을 머리에 새기고, 해당 시기에 대한 인상과 의미를 갖는 수준으로 배웠다. 모두 처음 만나 뵙는 강사님들이었는데, 얼마나 강의를 잘 하시는지 마치 귀신같으신 분도 계셨다. 정신머리를 쏙쏙 빼앗긴 채 들은 느낌이다. 학교 선생님들과의 강의력 비교도 됐다. 강의력이라는 게 참 이렇게도 중요하다. 오늘은 어떤 스타일의 강사님이 오실까 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아마도 그 공간에서 내가 가장 무식한 듯 했다. 분명 배운 듯 한 내용인데 어쩜 이렇게 머릿속은 깨끗한지. 내가 근현대사 배움에 있어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나, 학교 교육에서의 근현대사 또한 빈약했음도 이야기하고 싶다. 교과서 상 분량이나 중요성도 실제 그 가치에 비해 다소 약한 건 아닌가 느낀다. 그런 이유에선지 나는 지난 대선 때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한탄하면서도 그 말을 내뱉는 머릿속은 부끄러울 만큼 깨끗했다는 걸 고백한다. --고등교육 상의 역사교육을 모두 수료한 내 역사지식 수준이라니.... 난 수업에 졸지 않고 임하고, 시험기간이면 시험을 준비하던 평균의 학생이었다. 평균 이하의 아이들도, 이상의 아이들도 유권자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자연스레 나는 교육 내용들이 다 신기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미리 읽고 가면 따라갈 수 있었다. 내가 아는 부분들도 ', 이게 이런 거였어?' 했다. 교과서에서 다루더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렇게나 달라지는 구나 놀라웠다. 근현대사 강좌를 들으며 내용에도 놀랐지만, 더 중요하고 값진 것은 역사를 읽는 시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배운 역사들은 높은 곳에 앉아계신 분들의 구미에 거슬리지 않을 만큼의 시각으로 서술된 역사였다. 근현대사 강좌에서는 민중의 관점에서 본 역사를 배웠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느냐에 따라 내용도, 서술도, 의미도 모두 바뀌었다. 한국인의 대부분이 노동자의 자식이고, 그들은 자라 노동자가 될 것인데 우리는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까? 바로바로바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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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의 강좌동안 수강생들이 모두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분위기는 꽤나 따뜻했다. 주로 노조활동을 하시는 분들이나 대학생 조금, 그리고 내 또래의 노동자도 있었다. 난 백치미 넘치는 청춘 백수였다. 하루 종일 일하고 강의 수강을 위해 빠지지 않으시는 분들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얼마나 힘드실까. 가정도 있으실 텐데.. 퇴근하고 집에 빨리 가고 싶지 않으실까? 대단하시다. 무엇이 저 분들을 개근하게 만들까? 학구열이나 의지? 그 학구열의 바탕은? 아마 알아야지 당하지 않음을 아셔서 그런 것이 아닐까.’ 질문도 많이 하셨다. 내 개근상보다 그분들의 개근(준 개근이더라도)이 훨씬 더 값짐은 물론이다. 강의는 뒤풀이로 이어졌고, 뒤풀이 참석자들, 강사님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이가 어려 그런 자리나 분위기가 익숙치 않았지만, 매 주 치킨을 먹는 건 기쁜 일이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기도 하지만, 즐거운 뒤풀이 자리였다.

 

첫 번째 강의를 진행하신 최규진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장자 이야기매미를 본인간은 매미가 아니어서 한여름을 살면서도 가을겨울을 그린다. 그리고 인간은 봄도 생각한다.’고 하셨다. 이것이 역사라는 말로 명쾌하게 풀이 된다 (놀랍다!). '자신이 노예인지 모르는 사람이 진짜 노예'라 하셨다. '밀회'의 김희애를 보며 우아한 노예라고 말한 게 무색해지도록 나는 노예였고 노예다. 그리고 '숲에서 나와야 숲이 보인다. 혼돈의 시대를 관찰하자' 고 하셨다. 다섯 강 배워낸 만큼 다시 똥멍청이가 되지 않을 테다. 시선은 낮게 행동은 높다랗게! (사실은 그다지 낮지 않을지 모른다. 내 몸은 여기 바닥에 붙어있는데, 뭣 때문인지 눈알만 또록또록 저 위에서 내려다 볼 뿐이다. 내 자리로 가져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