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의 글 - 시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 글쓴이: 노동자교육센터
  • 2014-06-11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한국가스공사노조 하태성

 

 

 

4.16일이 꿈이라면 좋겠습니다. 그날이 오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꿈들이 수장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수학여행이 아니었더라면, 단원고 학생이 아니었더라면...
팽목항이 아니었더라면, 대한민국이 아니었더라면
그날은 그날은 오지 않았을 겁니다.
격실 문을 두드리며, 선실 창문을 두드리며
굳게 잠긴 해치를 두드리며
갈팡질팡하는 해경과 소방서를 두드리며
안절부절못하는 해수부와 안행부 장관이 닫은 문을
대통령이 잠군 문을 두드리며
살려 달라 살려달라고 외치지 않았을 텐데

 

차가운 바닷물이 발끝에 닿을 때도
공기가 부족해 숨이 턱 밑에 차오를 때도
친구를 학생을 걱정하며 사랑하는 부모님의 이름을 불렀을
그들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 가만있으라 말합니다
배 밖의 그 무엇이 두려운 것이었을까요
무엇을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것이었을까요
우리가 알아서는 안 되는 거대한 음모가 있었기에
그래서 가만히만 있으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요

그러나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이제 피멍 든 손 끝으로 창문을 깨뜨리고
이제 골절된 손가락으로 해치를 열고
이제 퉁퉁 부어오른 주먹으로 격실 문을 부수고
그래서 나갈 수만 있다면
가만히 있으라는 당신들의 입 속에
오만과 독선과 부정으로 가득한 당신들의 머리통에
돈과 권력에만 콩닥거리며 뛰는 당신들의 심장에
피멍 든 손 끝으로 골절된 손가락으로 퉁퉁 부은 주먹으로
갈아엎겠습니다. 뒤집어 엎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4.16 그날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날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 시간 팽목항 근처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 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더라면
그런 거짓과 허황된 꿈은 쓸어버리고 이제 다시 쓰겠습니다
미안함과 분노를 넘어 가만히 있지 않는 당신들을 위해
우리는 멈춰버린 4.16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돌리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행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