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배달 노동자들의 행진

  • 글쓴이: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2019-05-14

플랫폼 노동은 당신 바로 앞에 있습니다.

 -배달 노동자, 국회의사당에서 청와대까지 행진 벌여 - 

 

‘딸배네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활동을 하다보면 10대들과 대화 할 기회가 많이 생긴다. 중/고등학교 에 노동인권 수업을 들어갈 때 지금 배달 일을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랬더니 한 학생이 ‘딸배’라는 말을 꺼냈다. 처음 들은 말이었다. 대화를 더 나눠보니 딸배는 배달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라고 한다. 과거에는 중국집 배달원들을 ‘철가방’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딸배라고 부른다고 한다. 오토바이 소리가 ‘딸딸딸~’ 나서 딸배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설도 있고, 배달이라는 단어를 바꿔서 딸배라는 설도 있다. 기원이 무엇이든, 배달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다. 이런 사회적 멸시와 혐오 때문에 배달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하는 일을 당당하게 밝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자신을 부정하는 사람은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외치기 힘들다. 그래서 배달노동자들은 늘 언론과 시민들로부터 힘든 일을 하는 ‘불쌍한 노동자’ 혹은 ‘공부안하는 양아치들이 하는 노동’으로 여겨져 왔다. 두 가지 시각 모두 라이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관찰자들의 이야기다.

 놀랍게도, 배달노동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오는 5월 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다. 지난해 여름 폭염수당100원 1인시위로 시작된 라이더들의 목소리가 일부 라이더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조직의 형태로 재탄생되는 순간이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1인 시위를 홀로 하지 않아도 되어서 매우 기쁘다. 이제 노동조합의 이름을 걸고 단체행동을 하면 된다. 우리는 왜 노동조합을 결성해야 했을까?

 

 오토바이 타는 사장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배달기사들이 일하면서 생기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더들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사고의 위험이다. 우리사회는 사고가 났을 때 발생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보험이 라이더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배달원들은 유상운송보험이라는 이름의 배달용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30대는 1년에 300만원, 20대는 600에서 700만원을 내야 한다. 오토바이 값보다 비싸다. 그런데 이 보험이 보장하는 것은 대인과 대물뿐이다. 대인은 내가 사고 냈을 때 상대방의 치료비를, 대물은 내가 파괴한 상대방차량과 재산에 대한 보상이다. 대인도 보상한도가 작고 대물은 2천에서 3천 만원 한도로 비싼 외제차라도 박으면 큰일이 난다. 게다가 부상당한 사람의 치료비 한도가 2천 만원이라면 병원비 2천만원까지 전액 보상되는 게 아니라 부상등급에 따라 최대한도 100만원 200만원 식으로 정해져 있다. 무엇보다도 자기신체와 자기차량이 부서진 것에 대한 보험은 가입자체가 불가하기 때문에, 배달하는 라이더의 과실이 높아서 난 사고의 경우에는 입원해있으면서도 병원비와 수리비를 걱정해야 한다.

 여기에 낙후된 기존 산업의 문제가 함께 엮여 있다. 지역의 경우에는 배달대행사와 오토바이 리스업체 수리업체를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혼자 넘어져서 사고가 난 경우 라이더에게 과도한 수리비를 청구하는 갑질이 벌어지기도 한다. 포항의 한 라이더의 경우 일을 시작할 때 4만 킬로를 탄 낡은 오토바이를 끌고 일을 했는데(종종 시동이 꺼졌다) 혼자 넘어져서 사장으로부터 수리비 136만원을 청구 받았다. 그는 넘어진 와중에도 걸어서 배달을 완료했다. 경기도 오산의 한 음식점 배달원은 뺑소니를 당했는데, 뺑소니차량을 잡지 못하자 사장은 라이더에게 수리비를 내라고 했다. 여기서 근로자냐 개인사업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신분 때문에 라이더들이 열악하다고 하는데, 실은 사회적인 관심이 적은 산업분야에서 벌어지는 노동법위반과 사고들에 우리 사회전체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한편, 배달대행 라이더들은 배달 1건당 평균3천원(2500원부터 3500원까지 다양하다)을 받고 일을 하는데 낮은 배달료 때문에 하루 12시간 주 6일 일을 해서 겨우 월 300만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하다보면 사고의 위험이 크고,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다 토해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고 천천히 일을 하면 돈이 안 될 뿐만 아니라 동료와 사장님들로부터 눈치를 봐야 한다. 신호를 지키면서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생산도구인 오토바이에 대한 구입, 관리, 파손에 대한 위험을 모두 감당하면서도, 신호위반에 따른 사고의 위험과 경찰의 과태료 위험을 모두 라이더가 감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노동자는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에게 ‘사장님’이라는 명찰을 달아주고 위험을 감수하고 능력껏 가져가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업이 더 이상 위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법제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낡은 법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새로운 형태의 착취가 공존하기 때문에 법제도가 모든 경우를 구제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그 어느 산업보다도 중요한데, 노동조합 설립이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 노동법의 노동자는 반드시 사용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배달노동자들의 사용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배달을 주문하는 손님도 라이더들의 노동강도(배달속도)에 영향을 주고, 독촉 전화를 통한 지휘감독도 한다. 게다가 이들이 남긴 별점과 후기들은 라이더들의 고용과 노동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음식점 사장들 역시, 라이더가 빠르게 배달을 하지 않으면 배달대행사에 다른 업체로 바꿀꺼라고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직접 전화를 해서 독촉을 하기도 하는데, 배달대행이 보편화되면서 손님보다 업주가 독촉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게와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을 연결하는 배달대행 플랫폼사역시 사용자로 볼 수 있다. 배달대행플랫폼사는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제트콜, TNB, 배달의 전설, 최강배달, 하니콜 등등. 들어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은 배달하면 대부분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를 떠올린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는 손님과 가게를 연결하는 소비자 주문 중개앱일 뿐이다. 이들이 물론 배민라이더스와 요기요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배달대행사업 프로그램업도 한다. 소비자주문중개사업과 배달대행사업은 다른 사업이다. 이 배달대행사업의 플랫폼사는 음식점으로부터 받는 배달단가를 배달대행업자와 협의 또는 독단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라이더의 소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 주문량 역시 이 배달대행 플랫폼사가 결정하기 때문에 라이더의 사용자라 할 수 있다. 소비자주문중개 앱도 배달 콜 수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기착취의 문제가 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깐 오늘도 내일도 콜을 타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동네의 배달대행사장 중에는 라이더보다 돈을 못버는 사람들도 있고 직접 똥콜(안좋은 지역의 배달)을 빼며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면 안 되나?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 노조법 2조다. 노조법 2조의 개정으로 일을 한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노조를 만들 수 있게 바뀔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산재역시 문제다. 많은 사람들의 오해와는 달리 배달대행기사들은 산업재해가입을 의무로 보고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사장 후 입사 후 70일 이내의 라이더에게 산재가입적용제외신청서를 받아낸다면 산재처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을 이렇게 선택으로 남기면 안 된다. 또, 배달대행기사들은 산재처리를 할 때 기준이 되는 급여를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금액이 월 145만4천원이다. 최저임금도 안되는 금액으로 현실과 너무나 큰 금액차이가 난다. 이렇게 되면 휴업급여가 생계를 유지하는데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이 금액을 올릴 필요가 있다.

 또, 심각한 기후변화에 따른 보호조치가 필요한데, 날씨가 너무 안좋으면 일을 못하게 하고 휴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산재예방의 하나이므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이 금액을 지급하고 돈은 벌면서 책임을 지지않는 플랫폼회사에 매출액에 연동해서 산재보험금을 징수해야 한다. 유급휴일도 마찬가지다. 실업이 일상적인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노동자에게 전통적인 실업급여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이더들에게 고용보험에 들게 하고 이들이 여름휴가를 가면 고용보험에서 유급휴가비를 지원해보는 건 어떨까. 역시 플랫폼기업에서 고용보험공단에 매출액에 비례해서 통째로 징수 한다. 이동이 너무 잦은 라이더 1명 1명에게 징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라에 오토바이 타는 국민들이 이렇게 많다면, 통치자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보호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청와대로 우리의 요구를 가지고 배달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