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노동자교육센터에서 ‘세상의 변화를 읽자’ 정치경제 정세특강이 있었다. 철도, 지하철, 건보, 전교조 등등 평소에는 큰 집회 아니면 보기 힘든 동지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정세특강을 듣는 것을 보고 다들 열의가 넘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4주동안 강의를 맡은 운영, 편집위원들도 수업을 준비하는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을 들으면서 노동자로써 알아야 할 지식들이 많음을 알 수 있고 그에 따른 비판적인 시각도 같이 키워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던 귀중한 시간인 것 같았다.
1강은 북미정상회담과 한반도 정세, 역설과 배제의 국제정치 수업시간이었다. 정치외교학 교양과목 분위기가 느껴지는 과목이었는데 남북정상회담이 두 차례나 이루어지고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북⦁미 정상이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은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은 왜 계속 대북압박을 하는지, 한반도 문제를 남북한과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의 대북정책을 비교하면서 현재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지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더불어 한반도 문제는 강대국 자본의 논리가 아닌 남북의 노동자들이 직접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2강은 촛불항쟁 2년, 역설과 배제의 국내정치 수업시간이었다. 정치학과 사회학이 섞인 느낌이었는데 촛불혁명을 등에 업고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지 2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적폐청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비정규직 처우는 개선되지 않은 점, 오히려 경사노위나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노동개악을 시도하고 최저임금 개악, 직무급제 도입, 단체행동권 제한 등으로 박근혜 정부와 같이 노동자를 탄압하려는 정책을 펴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20대의 지지율이 왜 떨어지는지에 대한 서술이 없었다. 20대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명박근혜 정부시절처럼 여러 분야에서 청년들이 역차별을 많이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한 학종과 로스쿨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노동자, 서민들의 희망의 사다리인 수능 정시모집 비율은 축소되고 있으며 사법시험은 폐지되고 로스쿨만 남아 제2, 제3의 정유라가 계속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 특히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레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문재인 정부에 의해서 양성평등을 넘어 역차별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내용이 다소 갈팡질팡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 애기가 나오다가 미투가 나오고 구조화된 폭력이 나오고 중구난방이다. 미투운동이 변혁운동으로 자리잡지 못하면 더 이상의 민주주의 확장과 심화는 없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왜 세간에선 미투운동이 변질되었다고 하는가? 미투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을 폭로해서 성폭력, 양성차별 문제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여성들의 무고로 인한 억울한 피해가 발생해도 정작 이 문제에 대해 다들 나몰라라한다. 이에는 래디컬 페미니즘 운동가들도 한몫하고 있는데 일베는 나쁘지만(나쁜거 맞다) 그와 동급인 메갈리아에 대해서는 오히려 찬양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으며 진보정당들도 이러한 문제는 쉬쉬한다. 20대 남성들은 이 점을 캐치하여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극렬 페미니스트들이 혜화동 집회에 참석했다는 얘기는 들리지만 버닝썬이나 故 장자연 씨와 같은 현실 여성 폭력문제에 그닥 관심없는게 그 예이다.
또한 다음 문장에 보면 성소수자 애기가 나오는데 성소수자 차별 운운하는 내용은 강의록 여러 군데에서 나온다. 성소수자 문제는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뜨거운 논쟁에 있으며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일부 서구 국가들도 내홍을 겪고 있다. 문제는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반론을 제기하면 무조건 ‘너 보수’라는 낙인찍기가 민주노총 지도부 일부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조합원들 중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를 ‘민주노총 차원에서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무지한 조합원들을 계도해야겠다.’ 따위로 접근할 것이 아니다. 저마다의 생각을 바꾸어 보겠다고 억지로 교육을 시킨다면 군사정부 시절 주입식 교육마냥 반감만 들고 홍익표 의원과 같은 ‘꼰대’ 취급을 받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노동자 투쟁에 자꾸 부가적인 것들이 끼기 시작한다. 비정규직문제로 위시되는 노동문제, 일방의 치우침이 없는 양성평등문제, 민족통일문제는 분명 7~80년대 노동운동의 본류이며 지금도 해결해야할 주요 숙제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극렬 페미니즘, 성소수자 운동 등과 같이 신좌파 성관념과 같은 외적인 것들도 노동인권문제에 살며시 끼어들어갔다. 노동운동은 특정 이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더욱이 비정규직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공감을 받지 않는, 특정 이념적인 내용은 교육내용에서 빠져야 한다는 게 사견(私見)이다.
3강은 소득주도 성장론과 경기침체,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미래 수업시간이었다. 아무래도 경제학 수업이다 보니 많은 동지들이 지루함과 어려움(?)을 호소한 수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수식으로 증명하는 ‘어려운’ 경제학을 알기 쉽게 풀어서 강의하는 시도는 분명 노동자들에게 경제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한국 경제, 특히 노동경제분야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사실에 값지다고 생각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이론과 쟁점, GDP등 경제 용어의 해설, 한국경제의 현실, 특히 보수 언론들이 항상 걸고넘어지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실물경제가 위축된다’는 주장에 대해 명쾌하게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설명해 주었다.
4강에서는 빅 데이터로 상징하는 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흘러갈 것이며 노동의 종말에 대해 의미를 파악하고 대안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구조가 개편되면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윤택해지는가? 아니면 실직 등 부정적인 영향만 있을 것인가?
4주 수업이었지만 실제로는 4일, 총 8~10시간 내외의 짧은 수업시간이었지만 주중의 일과를 마치고 시간을 쪼개 참석한 노동자들에게는 그보다 알찬 수업시간이 없었다. 2강에서 내용이 조금 중구난방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사회과학의 각 분야(정치학, 외교학, 경제학, 사회학) 접근방법이 잘 버무려져 노동 현안에 대해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 강사들의 노고도 알 수 있었다.
부족한 부분은 조금씩 보완해서 나간다면 더욱 알찬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두서없는 교육 후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