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활동가 1-2차 교육을 마치며...

  • 글쓴이: 번개
  • 2004-02-03

교육활동가 1-2차 교육을 마치며...

교육참가가 사실 자발적은 아니었다. 많이 먹은 나이는
아니지만 거의 사십줄에 활동가 교육을 받겠다고 생각
조차 안했었다.

공자님이신가요, 사십에 혹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혹을
당해 교육활동가 교육에 참가하게 되었다. 박모, 신모,
결정적으로 김모 동지의 권유로... 외형적으로는 강권은
아닌것처럼 하면서 빠져 나가지 못하게 입체적 권유를
받았다.

나중에 욕을 들을 요량으로 지리산행을 내심 생각했었
는데, 유사한 권유(?)를 받고서 코를 꿰여 참가를 결정한
것으로 추측되는 성세경동지의 전화한통과 마음속 찜찜함
이 불현듯 복합작용을 하여 서울행을 택했다. 앞으로의
관계와 인간내면의 'Psycho(정신)+tic(적인)'요소가 작용
했을 것이다.

2박 3일...

1월 28일 9시에 교육이 시작되어 2박을 보내고 마지막
3일째 저녁 7시경에 교육이 마무리 되었다. 일정은 빡
시었다. 교육내용의 소화여부와 관계없이 교육을 받고
나서 뿌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도 이 빡빡한 일정
을 마쳤다는 그 장한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교육은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여유 있으면서도 느슨하
지 않게 진행되었던것 같다. 강의-실습-평가토론을 기본
으로 하여 실제로 교육내용을 체화하게 하는 목적으로
교육이 기획된것 같았다. 첫째날은 김진순 현 교육센터
부대표이자 전 민주노총 교선실장이 담당했었다. 자칭
'성질이 더럽다'고 교육생들에게 은근히 협박하면서도
'성질더럽다'는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자기관리
를 하는 노동자 교육의 신화...('신화'라는 표현은 사실
이번 민주노총 선거과정에서 모후보를 압축적으로 설명하
는 이중적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였다. 알아서 해석들
하시길...)

'노동자교육 기획 어떻게'라는 첫강의는 사실 노동조합
활동가 또는 간부라면 한번쯤은 꼭 받아야 할 강의라고
생각한다. 교육사업뿐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모든 사업
들이 기본적으로 현장의 요구와 이해를 반영해서 계획
되고 집행되어야 하고 시행착오와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집행후에는 반드시 평가를 거쳐야 한다. 바로 그
과정에 대한 자세한 강의와 실습, 평가까지가 이교육과정
전체이다고 할 수 있겠다. 노동자교육에 대한 기획에서
진행까지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내용들이 쉽게 설명되었다.
특히, 교육대상에 대한 요구분석은 현장에서는 비중있게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것이다.

이어 교육활동가 교육을 받기전에 스스로 작성해 온 교육
기획안(이것은 1월 28일 교육실시전에 작성해서 가지고
와야 한다)에 대한 발표와 분석 및 평가가 실시되었다.
교육받기전에 자신이 작성한 교육기획안이 얼마나 잘되었
는지 잘못되었는지를 강의를 받고 난후 직접 분석하는 과
정이다.(나는 기획안을 작성하지 못해 궁여책을 썼었다)

그리고 다양한 교육기법(강의식교육보다는 주로 참여형교
육에 대한 설명. 참여형교육에는 토론식, 체험식, 인성교
육이 있다.)에 대한 강의가 다시 이어진다. 이어 그 참여
형교육 토론식 기법중 하나인 게시판 토론에 대한 실습이
진행되었다. 대략 첫째날의 일과를 기록해 보았다.

둘째날, 마찬가지로 신화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박양희
동지께서 강의를 맡아 하였다. 특히, 어떤 노조의 조직상황
을 모형으로 제시하고 이를 분석하는 조직상태분석 실습이
진행되었다. 이때 추상에서 구체로 상향하는 정치경제학의
분석방법이 적용되는데 생각만큼 잘해내지를 못했던것 같다.
사측에 대한 분석, 그리고 노동조합의 조직상태를 분석한 후
에 노동조합 조직의 핵심문제점을 짚어내고 원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단기적 장기적과제를 도출한다.
이강의는 조직분석을 각자가 하고 난 이후 발표와 토론, 평가
를 통해 전체적인 조직분석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실습식교육 디자인 시트를 직
접 작성하고 평가를 위한 토론을 진행했다. 실습식 교육방
법은 크게 역할극(모의교섭, 회의진행법, 대화법, 역지사지
등), 실습훈련(발표력, 선동, 강의, 글쓰기 및 편집등),
사례분석(조직분석, 사업계획, 기획훈련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내가 똑똑한 것이 아니고 자료에 그렇게 되어있다.)
이것들 중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기 조직상황에 맞게 실습식
교육을 디자인하고(디자인 방법에 대한 강의는 먼저 실시된
다) 각자 발표 하고 평가하는 토론이 이어진다.

저녁시간에는 인성교육에 대한 강의와 실습이 진행되었다.
노동조합교육에서 왠 인성교육이냐고 할 수 있으나 듣고
나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또 '약도그리기'나 '서로에
대한 탐색'등 실습훈련을 끝내고 나면 우리 노조 간부나
조합원들에게 한번쯤 해봄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직
많이 실시하지 않는 교육이 인성교육 아닌가 쉽다. 교육담
당자만 있으면 작은 규모의 노동조합에서는 쉽게 진행할 수
있는 교육인것 같다. 특히, 일방적 의사소통과 자기성찰을
위해서 실시되는 몇가지 인성교육들은 조합원과 조직상황에
맞게 잘 적용해서 실시하면 조직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셋째날은 이번 교육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기
획'안을 직접 작성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어떤
노동조합의 조직상황분석 자료가 주어지고 이자료를 근거로
하여 '교육기획'안을 직접작성하고 발표와 평가 및 토론이
이어졌다. 셋째날 교육은 첫째날 강의를 한 김진순동지께서
다시 하였다.

여기까지가 길게 쓰본 교육활동가 과정의 교육내용에 대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그 동안 여러차례의 교육을 받아 보았고, 보조
강사로도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번 교육처럼 여러가지 지적
과 관심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특히, 게시판 토론 실습
과정에서 '번개'를 두서너 차례 맞은 것은 참 이례적인 경우
가 아닌가하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또한, 둘째날 진행된
인성교육시 인간정신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별도의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 7월 예정인 2차 교육활동가 교육시 뒷풀이
시간이나 별도의 시간을 통해서 인간의 의식과 정신적 부분
에 대한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를 가
지고 토론해야 할 지는 기획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크고 깊은
정신영역을 확보'하고 계신 박양희동지께 일임하고 싶다. 진심
에서 하는 얘기인데 또 '번개'로 받아들이지는 않을지...

이번 교육을 통해서 가장 소중한 부분은 '많지는 않지만 함께한
동지들'이 아닌가 한다. 강원도에서 오신 김진혁, 한린권동지,
안산의 백승연동지, 충남아산의 권수정동지, 그리고 대전지역
이화운, 성세경동지. 그리고 이재진동지!

짧은 얘기 하나를 하고자 한다. 셋째날 중식이었다. 둘째날 한
번 갔던 경험이 있던 그 한정식집에 갔다. 6,000원짜리 한정식
을 둘째날 먹었는데 그런데로 괜찮았다. 셋째날 중심때도 그것
을 기대하고 그집에 갔었는데(식사는 전체가 움직이면서 했다.
동물적 이동이었다고 해도 될까요) 이재진동지가 둘째날 뒷풀이
때 돈나눔(흔히 뿐빠이)을 못했다는 이유를 대시면서 10,000원
짜리 한정식을 시켰다. 추가된 금액을 자신이 내겠다고 하면서
...전체금액을 다 내었는지, 추가분만 내었는지는 확인못한 사
항이다. 이내용은 김진순, 신재걸동지만 빼고 미리와 있던 동지
들은 다 알고 있었다. 신재걸동지는 어제보다 잘나온다고 하면서
많이 그리고 잘 드셨고, 김진순강사님은 괜찮다고 하면서 잘 드
셨다. 그리고 신재걸동지는 반쯤이나 먹은 된장국이 너무 짜다고
하면서, 소태같다고 두번씩이나 얘기하시고 다시 된장국을 시켜
서 더 잘 드셨다. 사실 음식이 전반적으로 좀 짰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먹을 수는 있었는데...6000원짜리가 10000원짜리로 나
왔으면 먹을만했겠죠. 6,000원 짜리를 경험하지 못한 김진순강
사님은 10,000원짜리를 경험하면서 6000원짜리 음식으로 알았고,
6,000원을 경험했던 신재걸동지는 10,000원짜리 음식을 또다른
6,000원으로 인식했었던 것'같다'. 철학에서 굴뚝얘기하고 비슷
한가? 여기서, 경험, 관찰 및 관점의 중요성이 나타나는 것 아
닐까? 그냥 웃자고 써본 얘기다. 교육기간내내 구력이 있어서인
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웃음면서 음식을 날라다준 그 아줌마
는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고 주인이었다. 웃으면서 하는 노동을
보기가 쉽나? 교육도 마찬가지인데 많은 부분 웃으면서 즐겁게
교육을 받았다.

다시, 사람으로 와서, 2박 3일 동안 잠자리를 빼놓고는 8명이 거의
붙어 있었으니 그 인연이 작다고 할 수가 없겠다. 또한, 이후 교육
활동을 공유 확대 강화하기 위하여 이 만남을 지속 하기로 하고 별
도의 소통공간까지 확보하기로 하였으니 아마도 두고 두고 만남의
인연이 지속될 듯 하다. 특히, 교육활동가 1-1차 선배님들과 1-2차
후배들이 7월경에 2차 교육을 통해 만나게 될 것 같아 교육활동가
네트워크 형성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꼭 해야할 인사가 있네요. 2박 3일 동안 따뜻한 잠자리를 내
어주시고 아침식사까지 해주신 과천에 살고계신 박성인 동지
께 이 지면을 빌려 감사를 드립니다. 진돗개에 대한 얘기도
있긴하나 다음에 박성인동지께서 대전에 오셔서 함께 할 술자
리가 있으면 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이번 교육과정에 강사료 한푼없이 끝까지 강의를 해
주신 김진순, 박양희 동지께 참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두 동지께서 육체와 정신이 모두 더욱 건강하셔서 그리고 오
래 오래 건강하셔서 계속 노동자 교육사업과 운동을 해 나가
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노동자교육센터의 멀티플레이어
역활을 하시면서 교육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지원과 수
고를 아끼지 않으신 신재걸 동지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1-2차 동기들께는 off에서 함께 할 그날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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