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쓴 편지!

  • 글쓴이: 정상철
  • 2004-03-16

박선생님께...

빗점골 산행때 저 아들놈하고 찍은 사진의 필름을 이게시판 752번의 선생님글(판갈이)을 보고서 그날 바로 맡겠드랬습니다. 보내드려야 되겠다는 그 생각을 실천하고자...

아직 못보내드렸습니다. 사진만 보내드릴려고 하니 그렇고 해서 편지를 쓰다 말고 쓰다말고를 반복하다 아직 못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편지는 이글로 대신하고 사진만 보내드리겠습니다.

최근에 저희집에 작은 처남이 와 있습니다. 모야모야라는 병에 걸려 수술을 한번 받았고, 잘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어 버렸습니다. 한달이상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수술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말만 믿고 본인은 잘 견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또 모야모야의 원인을 서울대 병원에서 찾았다고 하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크게 수발을 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성격탓이기도하겠지만 끝내 못 볼 경우 스스로 서야 할 것 같아서 도움의 손길을 선듯 주는 것도 망설여 집니다.

언젠가 늦은 밤에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걷기와 뛰기를 하면서 한번은 눈을 감고서 운동장 이쪽 골대에서 저쪽 골대까지 가보는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서너번 해보았던것 같은데 눈을 안뜨고는 못배길 정도까지 가서 눈을 뜨면 운동장 반쯤 밖에 안되더군요. 작은 처남의 고통도 저는 그 정도로 밖에 모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니 반도 훨신 모자랄 것입니다. 선생님의 현재 상태와 고통도 저가 85년도에 병원에 입원했을 그 정도의 경험으로 짐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삶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구나!하고 요즘 더욱 자주 느낌니다.

쓰신 글을 읽고서 잘견디고 잘 해내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들놈이 그리 영특하지 않은데 선생님 기억을 하고 있더군요. 기회가 되면 그 때 그 어느날 처럼 아들놈하고 산행을 같이 한번 했으면 합니다.

더욱 힘내셔서 힘차게 병마와 싸워 이전처럼 건강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2004. 3. 16

정상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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