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민중의 역사

  • 글쓴이: 박준성
  • 2005-06-07

산을 좀 다니다 보면 '지리산파'와 '설악산파'로 나뉩니다.
저는 생각하고 재고 할 틈 없이 지리산파입니다.
이제는, 왜 설악산이냐 지리산이지 하며 우기지 않습니다.
설악산도 이따금 가고 좋아하지만 일년에 한번도 못가도
못갔다고 안달복달하지는 않습니다.
지리산은 다릅니다.
음식을 먹을 때 끊임없이 그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먹는 것이 있듯이
산을 가면서 그 산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의미를 떠오르게 하는 산
산과 역사, 역사와 산 하면 제일 먼저 꼽히는 산
제게는 지리산입니다.

인해가 다니는 이우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 전체가 지리산 종주를 한다는 계획을 듣고는
따라 갈까, 몇마리 통닭 튀김을 배낭에 넣고 천왕봉에서 기다릴까
마음이 온통 지리산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아이들이 오던 날 밤 지리산으로 떠났습니다.
지리산 '암자길'로 불리는 실상사 약수암 삼불사 문주암 상무주 영원사 도솔암 코스를 타고
주능선 삼각고지까지 올랐습니다.
벽소령을 거쳐 의신 마을까지 갈 계획이었습니다.
삼각고지에 오후 6시 30분 도착 의신까지 9.9km
내처가기는 무리였습니다.
마천 음정으로 하산했습니다.
암자에서 스님과 이야기 나누고 점심해 먹은 시간 합쳐
13시간이 걸렸습니다.

하루 더 지리산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다시 벽소령으로 올라 천왕봉이나 노고단을 가고 싶었지만
일행 차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성삼재 주차장에 차를 두고 반야봉을 갔다와서
정령치에서 만복대로 올라 해넘이를 보기로 했습니다.

노고단 마루에서 반야봉까지 5.5km, 지도상으로 3시간 쯤 걸리는 거리를
임걸령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한번도 쉬지 않은 채 1시간 40분 만에 반야봉에 올랐습니다.
몸은 40대 초반 때 체력으로 회복된 것 같습니다.
일행 중 한 분이 몸 상태가 안 좋아 만복대 해넘이는 포기했습니다.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오면서
11월 쯤 암 선고 2주년을 기념(?)해서
하루만에 지리산 종주를 해 보자는 계획을 세워 보았습니다.
계획이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첫 지리산 종주도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4년 만에 실현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저 자신에게 박수를 치면서
또 다시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지리산에 얽힌 '민중의 역사'를 올려 놓습니다.
책 면 권으로 모자랄 역사이지만
간단히 큰 흐름을 훑어 본 것입니다.
지리산에 얽힌 역사는
돌아 내려와야할 산을 가면서
끊임없이 역사와 현실을 되새겨 보게 합니다.

지리산 갈피마다 자락마다 민중의 삶과 숱한 역사가 담겨있듯이
3박 4일 동안 겪었던 오만 사연들이
아이들 머리 갈피마다 마음 자락마다
'지리산의 힘'으로 새겨져겠지요.

[역사와 산 6월 산행 안내]

ㅇ 갈 산 : 두위봉(1466m,강원정선)

ㅇ 모이는시간 : 2005년 6월 11일 오후 10:00

ㅇ 모이는장소 : 시청역 삼성본관앞

ㅇ 산 행 일정 : 6월 12일 단곡계곡-두위봉-도사곡

ㅇ 총산행시간 : 12km(7시간이상)

ㅇ 준 비 물 : 등산복,등산화,물,행동식,랜턴

ㅇ 회 비 : 성인 35,000원,중.고 20,000원,초등 5,000원

ㅇ 참가 대상 : 노약자,초등미만 참가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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