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잡부의 피서
남규원
남들은 벚꽃놀이, 바캉스, 단풍놀이라.
몇 년째 “한번 가자”고 말들을 늘 꺼냈건만
사대가 맞지 않아 또다시 벼르고 별렀다.
매일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여기, 저기 싸구려로 팔려나가는
개털인 인생들이
피 빨은 돈 하루일당 걷어
산 좋고, 물 좋은 다리 밑에
살찐 누런 똥개 한 마리
오라 줄에 목매달고.
오함마로 벽을 털듯
피가 핑핑 돌도록
돌림 빵으로 무지 막 스럽게 팬다.
지푸라기를 몸통에 끼우고
짚으로 불을 때 까 실리고
조선 칼로 털을 빡빡 긁어 다듬고
목을 자르고
배를 갈라 내장을 훌 터내
굵은 소금으로 비벼 씻는다.
몇 번을 죽여 내장까지 굵은소금으로 씻었건만
썽이 안차.
팽 살을 시킨 후
된장에 꾹 찍어 먹으면.
아 -- 이게 天下一味로구나.
찬물에 풍덩 지친만사가 풀리는
천지개벽이 되는 이곳에
쐬주가 달아 사바정토, 무릉도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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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땡볕에서 중노동해 녹초가 된
한여름 밤의 개꿈이다.
날 품팔이로 먹고 살기도 바빠
쪼들려 사는
개 잡부에게
무슨 얼어 죽을
피서가 있다고.
주석)
- 개 잡부: 잡부는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에 종사하는 막일꾼임.
개 잡부는 현장감독자가 이것, 저것 멋대로 일을 시켜도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비참한 처지를 일컬어 만들어진 말.
- 사대: 투전이나 골패 따위에서, 같은 짝을 모으는 일.
- 오라줄: 범인을 검거할 때 사용하는 줄.
- 지푸라기: 낱낱의 짚. 또는 부서진 짚의 부스러기.
- 짚: 벼, 보리, 밀, 조 따위의 이삭을 떨어낸 줄기와 잎.
- 조선 칼: 오래도록 서민의 사랑을 받은 칼로서 대장간에서 만들어 시골에서는 부엌칼의 대명사이다. 가격도 싸고 숫돌에도 잘 갈린다.
- 팽 살: 끓는 물에 삶아 죽임
- 천지개벽: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린다는 말로서 원래 하나의 혼돈 체였던 하늘과 땅이 서 로 나뉘면서 이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중국 고대의 사상에서 나온 말로, 천지가 처음으로 열림을 이르는 말.
- 사바: 괴로움이 많은 인간 세계. 석가모니불이 교화하는 세계를 이른다.
- 정토: 대승불교에서 부처와 또 장차 부처가 될 보살이 거주한다는 청정한 국토.
- 무릉도원: 신선이 살았다는 전설적인 중국의 명승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말 로, 중국 진(晉)나라 때 호남(湖南) 무릉의 한 어부가 배를 저어 복숭아꽃이 아름답게 핀 수원지로 올라가 굴속에서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하여 온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하 도 살기 좋아 그동안 바깥세상의 변천과 많은 세월이 지난 줄도 몰랐다고 한다.
즉, 세상과 따로 떨어진 별천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