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의 아래에 있던 글입니다 만, 덕글이 도배되어 있어서 부득이하게 글을 옮깁니다. 피노키오님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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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 판매주식회사(이하 `대우자판`)을 기억하십니까?
기존의 기본급 체계를 폐지하면서 성과급 체계(SR)를 강제도입했던 대우자판이 2006년 초부터 새벽을 틈타 용역깡패들을 동원하여 사무실을 파괴하면서 직영점 폐쇄를 단행하더니, 2006년 말에는 자본금 10억 원의 별도법인(DW&)을 설립하여 승용판매담당 전부를 포함한 600명을 전적조치했다. 자본금 1조5천억 원의 대우자판은 조만간 DW&를 포기할 것이다.
DW&의 포기란 대우자판에게는 10억 원의 손실을 의미하지만, 강제전적된 DW&의 노동자들은 실직자가 된다는 간단한 결론이 나온다.
도대체 이것이 민주노총의 중핵인 현대차 노동조합의 선봉 판매노동자들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하는 물음이 생길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기본급 체제 --> 성과급 체제 --> 구조조정의의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언젠가 판매본부 모국장이 “IMF 때와 같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없다.” 라는 말을 했다. 자본조차도 그런 말은 하지 않는데, 판매본부의 한 사람이 확신을 가진 듯이 단언하였다(아니면 확신을 심어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우자판과 현대차 자본은 철학이 완전히 다른가? 아니다. 단지 현대차 노동조합의 위력을 진단할 때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 뿐이다. 그렇지만 빈틈없이 준비해 가고 있다. 판매보조금, 중점 차종 판매보조금, 2006년 4/4분기 실적연동 인센티브, 토요일 특근, 지점 목표달성 포상금, 스타/에이스 포상, 네비게이션, ….
언뜻 보면 현대차 자본은 판매노동자에게 그토록 어렵다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피눈물 나는 지출을 하며 판매노동자를 먹여 살리고 있든 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판매본부 모국장의 이야기처럼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진입로의 확장과정으로 보면 어떨까? 됐다 싶으면 DW&으로의 전적명령처럼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자본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살 수는 없지만…
`열심히 일하면 누린다` 는 상식을 자본은 끊임없이 노동현장에 접목시킨다. 그 자체로는 상식적이고 참된 명제지만, 자본이 들이대는 이 상식은 `누리는 자와 누리지 못하는 자`식의 노동자 분할과 노동자를 `사탕중독에 의한 의식마비`에 빠지게 하는 마술로 둔갑한다.
경쟁논리의 독을 잔뜩 바른 독사과 하나로 끝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야가게` 독시럽을 바른 여러 과일을 섭취하게 하면서 서서히 마비의 길로 인도한다. 판매실적에 따라 과일을 받는 노동자들은 맛나게 먹으며 중독돼 가고, 과일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순간 기분은 나쁘지만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먹은 것과 진배없는 중독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중독이 쌓여가다가 어느 때가 되면 마비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제 드디어 때가 됐다. 자본은 성과급 체계를 들이민다. 대부분의 중증 중독자들은 NO라고 할 수조차 없다. 그 몸으로 죽어라 일하면 갑부가 될까? 두 눈을 들어 세상을 보라! 어떤 세상인지.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자본은 명확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취할 것이다.
노동자간의 분열, 의식마비를 노리는 독사과는 애당초 입에 댈 것이 아니다. 오늘 아침에 네비게이션 지급대상을 공지받았다. 이미 눈 앞에 독사과가 펼쳐져 있고, 이미 반쯤은 먹은 상황이다. 노심초사 애써서 손에 얻은 독사과를 뿌리치지 못할 상황이다. 견물생심이라고 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중화제도 함께 섭취하자. 백설마녀가 주는 갖가지 진귀한 과일을 먹더라도 `상황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능력`, 노동해방을 위해 산화해 가신 선배 노동자의 `노동자 정신 `이라는 중화제도 같이 먹어보자.
이미 중독된 판매노동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야 말겠다는 판매본부가 아니라 강력한 중화제도 처방하는 판매본부이기를, 더 나아가 독물에 담군 과일을 생산/판매하는 백설마녀의 소굴을 소탕하는 판매본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없다.” 라는 공식입장을 가진 판매본부에게 묻고 싶다. 이것이 인위적인지 아닌지? 6천 3백 판매노동자 대오를 더 깊이 쪼개지고, 또 받는 자와 못 받는 자로 나누어진 결과들이 인위적인지 아닌지도 함께.
“독사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