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을 떠오르게 했던 역사문화기행을 다녀와서..
이종희 / 후원회원
봄 역사문화기행(19회) 후 나에겐 작은 여운이 남았다. 그동안 책에서만 봤던 노동자의 역사를 내 눈으로 보고 듣고 찾는, 뭔가 색다른 역사를 보고 왔다는 느낌이랄까?
시간이 지나 봄 역사기행의 기억은 지워졌지만 다음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 다음은 어디로 갈까? 언제 가지? 이런 설렘이 생겼다고나 할까? 봄 여행이 잊혀 질 때 쯤 나는 망설임 없이 이 여행을 택했다.
배를 타고 가는 암태도의 섬에서는 농민투쟁을 봤다. 어찌 보면 노동자들보다 더 힘 있는 투쟁을 만들었고 쟁취했던 역사가 있었다. 그 작은 섬 안에서 빛났던 역사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는 않았다. 처음엔 섬이라 들떠있었지만 그 안의 역사를 보고나서는 암태도에서 일렁거렸던 농민들의 역사로 인해 이 섬이 새롭게 보였다. 목포에서는 부두노동자들의 투쟁과 그 시대의 삶을 봤다. 아직도 일제 강점기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목포의 설움이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이곳의 역사를 알고 목포의 눈물을 들었을 때와 모르고 들었을 때, 같은 노래가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니, 역시 앎이란 중요한 것이다.
역사를 알게 되면 ‘지금 우리의 투쟁은 왜 제 자리 걸음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공장에서만, 사무실에서만 앉아 있는 노동자들이 이곳에 와서 함께 듣고 보면 투쟁의 힘이, 투쟁의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도 하게 된다. 회의 한 번 미루고 수련회 한 번 미루고 와도 그것보다 몇 배의 값을 찾아갈 수 있는 여행인데 이 여행 안에 많은 노동자들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그만큼 우리 노동이, 투쟁이 여유가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갑갑한 도심을 빠져 나와, 자연환경에 홀딱 빠져버리기도 하고 추위도 잊은 채 바닷가에서 발을 적시고, 옷을 적셔 가며 소라껍질을 줍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자연과 자유가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필요하다.’ 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암태도 여행 때 가져온 소라껍질은 아직도 나의 집에 있다. 아이들은 그 껍질을 깨끗하게 씻어서 자신의 보물함에 넣어두었다. 그걸 볼 때마다 그 때의 풍경이 그려지기도 한다. 아직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게 하는 건 어렵지만 그 추억은 남아있다는 게, 부모로써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는 게 기분 좋게 한다. 그리고 여행 후에 중․ 고등학교 때 나의 꿈이 생각 났다. 바로 역사학자 혹은 고고학자. 여기저기 역사의 흔적을 찾고 기록하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라 느꼈나보다. 물론 공부를 하지 않아서 꿈으로만 생각했었지만 이 여행 후에 ‘맞아 나의 꿈이 이거였는데’ 라는 기억을 되찾아 보기도 했다.
다음 여행에는 어떤 흔적이 있을지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역사문화기행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더 많은 곳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텐데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게 후회가 된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있을 역사문화기행에도 계속 참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