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현장 이야기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조직화사례"

  • 글쓴이: 노동자교육센터
  • 2014-04-04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조직화사례

 

 

김진억 희망연대노동조합 나눔연대사업국장

 

 

 

조직화 배경과 과정

 

  희망연대노조는 지난 2009년 12월2일 만들어진 지역일반노조다. ‘지역사회운동노조’를 지향하며 사업장 임단협 투쟁에만 머물지 않고, 삶의 공간인 지역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실현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노조활동도 자본이 강요하는 경쟁으로 내몰린 삶이 아닌 ‘새롭게, 다르게 살기’ 활동, 지역 생활문화공동체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전개해왔다. 당연히 조직화도 지역에 기반을 두고 시작했다.

 

  그 첫 성과는 2010년 1월25일 케이블방송 씨앤앰지부 결성으로 나타났다. 케이블방송은 지역방송으로서 지역주민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고, 다양한 지역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으로 적극 조직화했다. 이어서 2013년 2월13일 케이블방송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지부(이하 케비지부)를 건설했고, 3월24일에는 티브로드 홀딩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이하 케비티지부)를 결성했다.

 

  그동안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결성 시도를 무수히 벌였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유지보수․기술․영업마케팅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군구 단위의 외주업체로 각각 분산되어 있었다. 따라서 한두 개의 외주업체에서 노동조합 결성 시도를 벌여봤자, 티브로드 홀딩스․CJ헬로비젼․씨앤앰 등 원청업체의 탄압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노조 결성 시도는 회유와 협박, 폐업과 새로운 업체로의 업무 이관이 숱하게 반복되는 상황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이처럼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씨앤앰의 협력사, 25개 소규모 외주업체로 산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힘겹게 일하며 별다른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씨앤앰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결성과 성과가 전파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우리도 뭔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씨앤앰지부 간부들과 열성적인 조합원들은 단순히 소식 전파를 넘어 노조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협력사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2011년 초부터는 노조 결성을 위해 서울 남동지역 협력사인 ‘오렌지’ 노동자들을 포함해 인근에 있는 협력사 ‘대성’, ‘케인’의 노동자들까지 만났다. 하지만 논의와 준비 과정이 길어지면서 준비주체가 이직을 하거나, 협력사에서 내근업무를 하는 여성노동자의 권고사직과 부당전직을 막아내지 못하는 등 어려움과 아픔을 겪기도 했다.

 

  2012년에는 전년 보다 본격적으로 조직사업에 돌입해 희망연대노조와 씨앤앰지부가 비공개로 ‘협력사 노동자 조직사업팀’을 함께 꾸리고 활동을 전개했다. 그 성과에 힘입어 2012년 하반기부터는 서울 남동지역에 이어 중부, 동부지역 등 권역별로 노조결성을 위한 주체 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과반수 이상의 협력사에서 조직화가 가능해지자 12월부터 권역별 주체가 모두 모여 ‘노조 결성 준비모임’을 구성하고, 2013년 3월을 목표로 주체 확대 사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조직사업을 활발히 벌이자, 2월초에 사측이 노조결성 움직임에 대한 포괄적 인지를 하게 됐다. 이에 약 한 달가량 앞당겨 노조를 결성했다. 그리고 2013년 2월13일 비공개로 노조결성식을 진행하고, 2월18일 모든 협력사 앞에서 동시다발 선전전을 진행하면서 드디어 노동조합을 공개할 수 있었다. 이후 단기간에 400명의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는 등 사측이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세가 등등해졌다.

 

  이후 노조 결성 소식이 동종업종에 빠르게 전파됐고, 2월말 티브로드 홀딩스 협력사(센터) 노동자들의 노조 상담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한 달여 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서 3월24일 케비티지부가 결성되었다. 케비티지부가 빠르게 노조를 결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3, 4년간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지속적으로 저하되었고, 2013년 상반기의 협력사(센터) 재편 움직임 속에 노동강도 강화, 인력감축, 고용불안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또한 ‘더 이상은 안 된다’, ‘뭔가 해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절박함이 커졌고,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결성이 자극과 희망이 됐다.

 

 

 

 

조직화 특성 및 시사점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산별노조든, 지역일반노조든 노동자들을 가입시키고 조직단위를 구성하면 된다. 관건은 사용자의 탄압을 넘어서 조직을 사수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조를 만들어도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를 당하거나 업체와 계약해지를 하면 거리로 내몰려 상당히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된다. 노조 자체의 생존이 쉽지 않은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불리한 환경에서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노조에 쉽게 가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희망연대노조가 조직화를 하면서 세운 큰 방향은 노조를 사수․강화하지 못한다면, 아예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방향 하에 정한 원칙은 ‘과반수 이상 조직화가 가능할 때 노조를 결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직화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사람과 조직을 남기는 것에 두고 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조직과 투쟁 과정에서 사회연대를 아주 중요하게 보았다, 사업장 투쟁, 주체의 투쟁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노동자의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모든 노동자 투쟁은 사업장에서는 ‘단결’, 사회적으로는 ‘연대’를 통해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투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사회적 지지와 연대가 중요했다. 그러기에 케비, 케비티지부가 결성되기 이전인 2013년 1월부터 노동사회단체와 함께 ‘케이블방송 공공성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케비 공대위)’를 준비했고, 이어서 각 지역별 공대위도 만들어 사회연대를 확장하고 사회정치적 압박을 주요한 투쟁으로 배치했다. 또한 서두르지 않되 준비는 철저히 하고자 노력했다. 조직화의 상당수는 고용문제 등 현안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당사자의 자발성에 의존한 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충분한 계획과 준비를 마련하지 못한 조직화 과정, 훈련되지 않은 주체, 사용자의 탄압 등으로 제대로 조직화를 이루어내기 어렵다. 준비되지 않았다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현안이 있더라도 충분한 준비를 한 다음 조직화를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조직화 과정에서는 주체의 준비, 주체 확대, 실태분석(노동실태, 경영실태와 노무관리 등 사용자 분석)과 요구 마련, 예상되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비와 계획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조직화 자체가 아니라 어떤 조직화인가가 중요하다.

 

  희망연대노조가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직화’ 자체가 아니라,  '지역사회운동노조를 지향;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운동노조는 사업장 투쟁과 노동의제 뿐만 아니라 생태환경, 반전평화, 민주주의와 인권, 성 평등, 사회공공성 등의 보편적 가치를 조합원의 삶 속에서 실현하고,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통해 실현하고자하는 노동조합이다. 무엇보다도 노동과 삶, 생산과 재생산, 생활·문화·소비가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조합원이 더불어 사는 삶, 생활문화연대를 실현하고자 노력한다. 희망연대노조의 조직화는 바로 이런 활동을 전개하는 주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지향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미조직 조직화 사업의 목표이자 핵심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