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윤호숙 노동자교육센터 사무처장

  • 글쓴이: 노동자교육센터
  • 2014-04-07

안녕하세요? 노동자 교육센터 000입니다~”

 

노동자교육센터 사무처장 윤호숙

 

 

옴마야~ 언제 이렇게 되었다냐.... 파도처럼 밀려오는 일에 코 박고 종종거리다 고개 들어보니 이 봄이 마치 한꺼번에 들이닥친 것처럼 봄꽃들이 동시에 왕창 피어 있었다. 세상에나 천지 천지 꽃 천지 ~

수 년만에 다시 민주노조집행부로 올라왔노라고 참 오랜만에 교육상담하러 간 그 노조 앞길에도 흐드러지게 피워 올린 벚꽃무더기가 봄바람에 흔들리며 눈부신 꽃비를 날리고 있더라.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순간 감전되듯 아찔했다. 사람들은 잠깐 피었다 지는 봄꽃이 서럽다 안타깝다 노래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우르르 피는 모습이 우리네 민중들의 봄과 닮아있어서 그런지 잠들어있던 내 안의 전구들까지 한꺼번에 켜지는 느낌이다. 참 띄엄띄엄도 오는 민중의 봄이지만, 올 때는 언제나 이렇게 한 번에 밀어닥치니까. 내게 봄맞이는 내안에 잠들어있던 빛들을 깨우는 일, 우리들의 봄맞이는 서로서로 깨어나라 흔들며 와글와글대는 일이리라. 하지만 이리 서로 불 밝히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꽃이 그런 것처럼 누군가는 오랫동안 묵묵히 물을 대고, 양분을 대고, 세찬 눈비를 이겨낼 방패막이가 되는 시간들이 쌓여야 되는 일이니까.

 

노동자교육센터에도 이런 역할을 해 온 분들이 있다. 바로 후원회원들이다. 11년이 넘는 세월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센터의 불을 밝힐 수 있도록 물을 대 준 분들이다. 최근 후원이 중단된 몇몇 분들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솔직히 심정으로만 말하면 참 하기 싫었다. 돈 이야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통화는 언제나 어렵다. 누군들 안 그렇겠는가.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도 살면서 극구 피해 온 일이 돈으로 도와달라는 얘기다. 아무리 사적인 부탁이 아니라 공적인 일이라지만, 요즘 사정 좋은 사람이 누가 있으며, 게다가 이야기 한번 변변히 나눠보지 못한 분들도 있는데 어떻게 입을 떼어야 하나.... 하지만 센터 여건 상 피해 갈 일도 아니었다.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고, 그 동안 못 버티고 문 닫은 노동단체들을 떠올리고, ‘센터는 누구 하나의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를 위한 인프라다, 노동자교육센터가 꿋꿋이 살아남고 제대로 활동해야 노동자운동의 미래도 있는 것이다.’고 되뇌이고서야 마음을 다잡고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통화를 하니 대부분 통장을 옮기거나 정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사고가 많았다. 부끄러웠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후원회원을 조직하겠으니 후원회원 가입양식을 보내달라는 분도 있었다. 힘이 불끈 솟았다. 그리고 한 없이 미안한 목소리로 상황이 안 좋아져서 후원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때, 그 분들께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던 마음은 실망이나 안타까움보다 감사한 마음이었다. ‘고생하셨고 고맙다. 덕분에 센터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후원해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물론 한 마디 더 있다. 사정 피시면 다시 연락 주세요~ 하하하.

 

2014년 봄맞이를 하면서 내게는 올해 새로운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연말까지 후원회원 모두와 1번 이상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돈 얘기 말고, 센터 돌아가는 사정, 후원회원 지내시는 상황, 센터가 도울 일은 없는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후원회원 여러분~ 혹 바쁘시더라도 센터 전화번호 입력해 두시고, 전화 꼭 받아주세요. 꽃 피우는 목소리로 찾아 뵐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