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이야기 - "삼성서비스지회 인터뷰"

  • 글쓴이: 노동자교육센터
  • 2014-09-01

 

삼성서비스지회 박성주 경인부지회장 인터뷰

 

 

편집자

 

한 달전에 가지고 있던 노트북이 고장이 나서 전자 서비스센터로 가서 수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리를 하고 나서 다음 날 수리 기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일주일 후에 다시 문제가 없는지 확인전화가 왔습니다. 첫 번째 전화에서는 꼼꼼함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두 번째 전화에서는 요즘같은 성수기에 바쁠텐데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야 하는 업무까지 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가끔 만나게 되는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일 년 전 노동조합을 건설하였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지회.

노동조합이 건설된 후 일 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두 명의 열사가 생겨나고 한 명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상황과 서비스센터의 폐업, 45일 동안의 본사 앞 농성투쟁까지..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투쟁해 오면서 그들이 어떻게 투쟁해왔고 그 과정에서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가장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지 박성주 경인부지회장을 만나 얘길 나눠보았습니다.

 

깔끔하게 티셔츠를 입고 안경을 쓴 부지회장의 첫인상은 좀 깐깐해보였습니다. 하지만 한 시간 조금 넘게 얘길 나누다 보니 네 살 된 딸에게 책을 읽은 음성을 들려줄 정도로 따뜻한 아빠였습니다. 그런 동지가 45일 투쟁기간 동안 한 번도 집에 가지 않고 농성장을 하루도 빠짐없이 지켰습니다. 조합원들은 주말에 집에 다녀오기도 하는데 왜 박성주 경인부지회장은 집에 가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더니 농성장이 분향소인거고 저는 상주니까 분향소를 비우면 안되는 거죠. 우리의 상대인 삼성과 경찰이 어떤 도발을 해올지 모르는 거고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지회지도부가 남아서 상황판단을 해 줄 수 있는 거니까요.” 라는 대답을 들으면서 일 년 된 노동조합의 간부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투쟁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박성주 경인부지회장과의 인터뷰중 몇 가지 인터뷰 내용을 적어봅니다.

 

 

Q) 노동조합을 건설하면서, 그리고 바로 투쟁을 해나가면서 어떤 교육을 진행했었나요?

A) 일 년을 돌아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 교육입니다. 우리가 창립총회을 하기 전에 조합원 교육을 먼저 진행했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안됐어요.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다보니 노동자의 권리나 노조의 필요성에 관한 교육을 하지 못했어요. 일단 노조 결성부터 했죠. 노조가 되었음에도 노조를 이익단체 쯤으로 생각하는 조합원이 많습니다. 그런 부분이 제일 안타까웠습니다. 노동자의 개념과 노동조합의 필요성, 노조가 이익단체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교육이 가장 중요했죠. 실은 우리는 노동자이면서도 근로기준법의 기초적인 상식조차 모르고 살았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일하는데 필요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노동자란 무엇이고 노조란 무엇인지 이런 교육이 일차적으로 있었고 노동자의 권리와 근로기준법에 대해 교육이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는 조합원들이 너무나 억울했죠. 이렇게 명백하게 선이 그어져 있는데 노동조합이 있기 전에는 휴게시간, 점심시간도 보장받지 못했고 8시간 근무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고 비수기 때도 10시간 가까이 근무를 했으니까요. 그러면서 주장을 하게 된 거죠. 이거는 우리 권리이고 너희들이 침해할 수 없는 거라고.

 

Q) 그 때 교육을 받고 나서 지부담당자들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고 했는데요. 그리고 나서 조합원들의 상태가 달라졌나요?

A) 그렇게 해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게 됐죠. 점심시간에는 밥먹고 일해야겠다, 근무시간이 초과되는데 사측이 임의대로 일을 시킬 수 있는 게 아니고 나와 협의되어야 하는거고 합당한 초과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게 된 거죠. 사측에서는 조합원의 의식이 바뀌어가니까 점점 더 억압하려고 했고 그러면서 부당노동행위가 계속 속출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부당노동행위가 어떤건지 교육을 하게 됐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게 됐죠.

 

Q)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받는 즉시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데, 그 과정이 있었을텐데요.

A) 교육이 필요하긴 한데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교육할 여건이 안되다보니 각 지역마다, 저 같은 경우는 경인을 담당하고 있는데 각 센터마다 간부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교육도 하고 각 센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취합을 했죠. 부당노동행위가 A센터에서는 어떻게 일어났고 B센터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들어서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죠. 그래서 각 센터에 있는 간부들이 문제가 생기면 대변해 주고 그게 조합원들에게 보여지다보니 조합원들도 자연스럽게 지점장이 이렇게 얘길하면 나도 이렇게 얘길 할 수 있겠다 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게 3개월 정도 과정이 필요했던 거 같아요. 워낙 잘못된 부분이 나타나고 있고 탄압이 어마어마해서..

 

Q) 일 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어려움도 많았죠?

A) 일 년 동안에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 여유가 있어야 평가를 하는데 그럴 정신이 없었어요. 매주 삼성 탄압에 공격을 당해왔고 그걸 막아야 하는 상황에 있었던 거고 매 순간 문제점이 나오다 보니 힘들다고 생각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왔어요. 굳이 평가를 하자면 작년에 노조를 출범한 동시에 불법파견을 같이 걸었고 삼성에서 어떠한 개입도 정확하게 하지 못했어요. 그 때부터 독립된 회사라고 했으니까. 근데 근로감독 결과가 불법파견이 아니다. 불법파견처럼 볼 수 있는 여지는 농후하나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러고 나서는 삼성에서는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하잖냐고 하면서 다시 직접적인 개입을 하고 그러면서 조합을 상대로 탄압이 9월부터 시작됐죠. 통상 6~8월을 성수기라고 하는데 그 때는 아침에 눈뜨고 잠 잘 때까지 일만하면서 보내거든요. 보통 14~15시간까지 근무하고 일요일도 쉬지 못하고. 바쁜 성수기가 지나고 9월부터는 비수기가 시작되는데 그 때부터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이 없어요. 기본급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달에 평균 150만원 선이고 100만원 미만인 직원도 나오고요. 그런데 150만원을 받는다고 해도 통신비, 기름값 제하면 최저임금도 안되는 돈을 가지고 생활해야 하는게 비수기에요. 비수기가 되니까 노동조합이 있는 센터의 지역을 노동조합이 없는 센터로 넘기는 거죠. 그럼 누가 노조가 있는 센터는 안그래도 수입이 없는데 지역을 떼 가면 그 만큼의 수입이 없게 되는거죠. 그렇게 처음에 시도했던 삼성의 탄압이 생존권을 위협하는게 있었고 그 다음에 표적감사를 하는데. 지금까지는 현행 해왔던 감사가 여름 성수기 동안 처리 건을 가지고 규정에 맞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4년치, 5년치 처리한 걸 가지고 왔어요. 개인당 몇 만 건 중 몇 건을 가지고 파헤치는 건데 그걸 우리가 해명할 수 없죠. 기억이 안나니까. 그런 식으로 표적감사를 하는 탄압이 시작됐어요. 회사에서는 조합을 탈퇴하면 다 해결해 주겠다고 하고. 어느 정도냐면 조합 탈퇴서를 가지고 팀장이 조합원 집으로 가족이 있는 저녁시간에 찾아와서 가족이 다 있는 앞에서 이번에 감사 대상인데 해직감이다. 탈퇴서 쓰면 감사대상에서 빼주겠다.”고 하니까 탈퇴서가 속출하는 상황이 일어났었죠. 그 상황이 극한 상황이었고 그 과정에 최종문 열사가 나왔어요. 그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고 또 힘든 시기는 지금 같아요. 무노조 경영을 이념으로 하는 삼성과 기준단협이 체결되었지만 세부교섭이 남아있는 상태이고 지금이 제일 혼란스럽고 그런 시기 같아요.

 

Q) 경인지역은 교육을 진행했다고 했는데 그 때도 조합원 교육이었나요?

A) 그 전에 간부들 교육을 먼저 했어요. 주제는 쟁의권에 대해, 파업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요. 그동안 삼섬이 시키는 대로 하던 사람들이 삼성을 상대로 싸우는데 행동으로 싸워야 하는거라. 일반적으로 경찰의 말에는 수긍,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경찰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거고 그래서 우리가 하는 파업은 정당성이 있고 합법적이라는 교육을 했습니다.

 

Q) 파업하는 동안 이런 걸 주제로 해봐야겠다는 교육주제가 있었나요?

A) 제가 제일 필요했던 교육은, 농성을 하고 있을 당시에는 경찰과 대치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그게 절실히 필요했죠. 그러나 못했습니다. 또 하나는 항상 불안한 게 조직력인데, 투쟁이 장기화되고 가정사와 경제사에 시달리다 보니 파업에 참석자들이 이탈되는 상황이 생기고 그런 부분에 대한 교육이 필요했습니다.

 

Q) 교육사업 계획이 있나요?

A) 각 지회 임원들은 한 가지씩 역할을 갖고 있습니다. 조직담당 부지회장, 법률담당 부지회장, 교육선전담당 부지회장, 노안담당 부지회장이 있는데. 우리가 준비기간이 짧고 그러다보니 임원에 대한 역량강화 교육을 못받았어요. 어떤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전에 집행부, 지도부 교육역량 강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최근들어 신규조합원이 늘어나고 있는데 기존 조합원이 했던 교육을 다시 진행해야 합니다.

 

Q) 교육의 중요성은 다 얘기합니다. 꼭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시간이나 투쟁 사안에 밀려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쟁을 조직하는건 교육을 통한 결의와 조직을 통해 가능한 것이겠죠. 그걸 하지 않으면 힘들겁니다.

A) 지금까지 해왔던, 지난 일 년이 결코 순탄치 않았고 그 길을 잘 헤쳐왔는데 그걸 못한다거나 포기할 순 없는거죠.

 

Q) 지금도 교섭은 하고 있지만 농성은 끝났으니 이제 교육을 해야겠네요.

A) 투쟁은 끝났으니 이제 정신무장을 해야 되는 때인거죠. 정신무장은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한거고. 투쟁과 교육이 각각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비율이 나올 때가 우리의 힘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Q) 노동조합 교육과 관련해서 더 해 줄 말은 있나요?

A) 지금 현재로는 막연합니다. 교육을 해야 되고 하는데.. 내가 먼저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정보를 알아봐야겠고요..

 

 

짧은 시간의 인터뷰였지만 노동자, 노동조합 교육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앎에서 실천을 끌어내고 끊임없이 자신을, 그리고 우리를 행동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노동자교육에 대해 노동자교육센터 후원회원들도 함께 고민해 보길 기대해 봅니다.

순수한 의도로 민중에게 헌신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경계해야만 한다. 이 전향은 워낙 근본적인 것이므로 모호한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헌신성은 명백하다 해도 자신이 혁명적 지혜를 소유하고 있다고, 그리고 그 지혜를 민중에게 줄 수 있다고 간주한다면 낡은 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해방의 대의에 헌신하겠다고 선언한 사람은 아직 민중과의 친교에 들어갈 수 없다. 그는 민중을 전혀 알지 못하므로 심각할 정도의 자기기만에 빠져 있다. 민중에 접근한다면서도 다가갈 때마다 경계심을 품고 회의를 드러내고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려는 전향자는 자신의 출신에 대한 향수를 못 버리고 있는 것이다. 민중 편으로 전향한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페다고지, 파울로 프레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