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알바노조는 한국사회에서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취급되었지만 점점 공감을 얻어가면서 작년에는 노동계 전체의 요구가 되었고 올해에는 모든 야당의 총선공약이 되면서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왜 최저임금1만원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1.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
최저임금법 1조(목적)은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하지만 현 최저임금은 생계비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미혼단신생계비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인가구의 경우 월 167만원이 필요하다. 2015년 최저임금이 5580원, 월 기준 117만원이므로 무려 월 50만원의 괴리가 있다. 30세 미만 단신가구는 월 198만원, 35세 미만도 월 186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라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한국사회에서 시급 1만원, 월 209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어야 생계를 유지하고 미래를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측은 생계비로 월 103만원을 주장했는데 이는 소득 하위 25%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삼아 산정한 것이다. 이는 이미 적은 소득으로 최소한의 인간적 욕구를 일부 포기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지출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서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최저임금법의 취지에 크게 어긋날뿐더러 노동자에게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해도 된다는 태도가 드러나 있다. 최저임금이 생계를 보장하는 수준이 안 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임금은 노동의 대가인데 왜 생계까지 보장해야 하느냐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사용자측은 이런 이유로 10년 연속 최저임금 동결안을 내놓았다.
2. 장시간 노동, 위험노동, 남녀임금격차 해결의 출발
우리는 너무 오래 일한다. 다른 OECD국가 평균에 비해 1년에 350시간을 더 일한다. 오죽하면 ‘저녁 있는 삶’이 대통령 선거의 구호로 등장할 지경이다. 이런 긴 노동시간은 저임금이 한몫하고 있다. 연장수당, 특근수당, 잔업수당을 받아야 생계유지가 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런 초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위험한 노동, 비인간적인 처우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 OECD국가 중 저임금노동자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이 저임금 노동자 중에서도 상당수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남성 중 저임금노동자는 15% 정도이지만 여성 중에서는 38%에 이른다. 이런 저임금노동의 문제, 남녀 임금격차와 저임금여성노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3. 오르는 최저임금, 살아나는 경제
전경련,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경제불황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핑계로 최저임금을 동결하자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 반대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현재 불황은 비정규직화와 과도한 가계부채로 사람들이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게 되어 주머니에 쓸 수 있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가 없으니 당연히 생산이 둔화되고 경기가 나빠진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돈을 더 버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
세계적으로도 최저임금 인상은 대세다.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15달러 운동의 결과로 많은 주의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했다. 영국, 러시아, 일본에서도 경제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선택했다. 2015년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독일에서는 나쁜 일자리가 줄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고용 감소나 물가 상승과 같은 부작용은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전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 월급 135만원으로 결정되었다. 최근 인상추이에 따른다면 2023년이 되어야 최저임금 1만원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총선공약으로 최저임금1만원을 이야기했던 야당들은 이 결과에 책임져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저임금 1만원을 함께 요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