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우리가 만들어야

  • 글쓴이: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
  • 2017-08-21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선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공론화 과정을 통한 결정 발표가 있었다. 이를 두고 원자력계와 보수언론은 에너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결정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또 원전을 없애면 전기요금 폭탄과 산업계 피해, 전력대란이 당장이라도 크게 일어날 것처럼 불안감을 조성하는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핵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교수와 전문가들은 국민의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라며, 심지어 탈핵을 두고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들은 바로 그 동안 대다수 국민들의 원전반대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원전확대의 달콤함을 누려온 전문가들이 아닌가.

 탈원전의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학자들과 언론들은 한국수력원자력(주)의 광고비와 용역, 정부의 원자력연구개발비 지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 윤종오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 한수원은 총 204억 원을 언론사 광고와 지역단체 후원 등으로 사용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비 역시 미래부의 원자력 관련 연구 개발비만 2016년 기준 5천6백억 원에 이른다. 반면 같은 시기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비는 230억 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원자력홍보를 위해 대학들에 연구비를 수십억 원 단위로 지원하고 있다.

 과연 지난 정부와 원자력,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했는가? 주민의 동의도 없이 신규원전 부지선정을 추진해 주민투표까지 스스로 만들어 냈던 삼척과 영덕의 주민들, 원전 때문에 765kV 초고압송전선과 10년 째 싸우고 있는 밀양주민들, 원전주변에 살면서 갑상선암 발생으로 소송 중인 500명의 주민들, 매일 매일 삼중수소 피폭에 시달려 이주를 요구하며 1,000일 넘게 농성 중인 월성원전 나아리 주민들. 이들의 문제들에 지난 정부와 소위 원자력/에너지 전문가들은 침묵했고 외면했고 무시했다. 과거 원전중심의 에너지정책은 폐쇄적으로 소수가 에너지정책을 결정했기 때문에 추진이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야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먼 일방적인 원전확대 정책이 중단되고, ‘탈원전 시대’가 시작되고, 공론의 장도 열리게 됐다.

 

 2011년 탈핵에너지전환을 선택한 독일의 사례를 보면 탈원전을 비판하는 주장들도 과장되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독일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직후 8개의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고, 2022년까지 17개의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비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탈핵에너지 전환은 2~3배 정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독일의 가정용 2015년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당 28센트로 5년 전(23.6센트)에 비해 18.6% 인상되었을 뿐이다. 또한 독일은 1990년대에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3% 정도였지만, 2016년에는 29%로 증가했다. 독일에 비해 우리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같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생산단가는 점점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나라 대만은 2014년 10조원의 비용이 들어간 공정율 98% 원전 2기의 건설을 중지했다. 그리고 2016년 원전제로와 재생에너지를 촉진시키는 법을 통과시켰다. 대만에 비하면 신고리 5,6호기는 아직 건설초기라 앞으로 들어갈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다. 이 돈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화 등에 투자한다면 원전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원자력발전이 전력생산 비용이 싸다고 하지만, 사고 위험비용과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재 보다 원가 상승이 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수습복구 비용으로 일본에서는 현재까지 200조원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사용 후 핵연료 역시 포화상태에 다다랐지만, 아직까지 이를 어떻게 처분 할지 방법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세계적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한 나라가 아직 없기 때문에 그 비용은 미래 세대까지 이어져 부담이 계속 떠넘겨 질 수밖에 없다. 당장 이런 문제들만 생각해봐도 원자력발전은 이미 앞서간 나라들이 그랬듯 한국에서도 얼마가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져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3개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 과정을 기업과 소수의 학자들의 이해가 아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토론하고 참여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현재처럼 투입된 비용과 당장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 피해들로만 이 문제를 판단하게 해서는 안 된다. 미래와 안전, 환경과 지속가능한 전력수급 등의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만이 아니라, 원자력발전의 단점과 장점 역시 충분하게 토론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결정만으로 탈핵이 완성될 수는 없다. 완공을 앞두고 있는 신고리 4호기, 신울진 1, 2호기 가동 문제, 사용 후 핵연료 처분 등의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다. 탈핵의 방향을 정해졌지만, 얼마나 그 시기를 단축시키는 가의 문제가 앞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탈핵의 시기를 더 앞당기고, 우리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탈핵의 과정, 에너지전환의 과정의 결정권자가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에 대한 입장만이 아니라,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약속과 제안들을 다양한 개인과 모임에서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