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잘 돌봐야 한다
“중학교 들어가서부터 공부가 하기 싫었어요. 사실 형하고 누나가 공부를 잘 해서 웬만큼 잘 하지 않으면 공부 좀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어요. 이를 악물로 공부를 해서 성적이 잘 나왔는데 엄마가 기뻐하지 않더군요. 누나보다는 못했거든요. 그 다음부터는 공부를 안 하기로 했어요. 그냥 안 할 수는 없으니 아프다고 핑계를 댔어요. 엄마가 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서 아픈 걸 겁을 많이 냈죠. 내가 아프다는 말만 하면 더 이상 잔소리를 안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농땡이를 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진짜 몸이 아픈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처음에는 공부하기 싫어서 몸이 아프다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공부하기 싫으면 진짜로 몸이 아픈 거예요. 엄청 아팠어요.”
이 친구는 결국 학교 공부를 포기했다. 공부를 조금만 해도 몸이 아팠고, 고등학교에 가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부를 해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몸이 안 따라줘서 할 수가 없었다. 작심삼일이란 마음은 있는 데 몸이 안 따라 줄 때 하는 말이다. 사실 몸이 마음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마음이 건강해 지려면 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몸이 먼저오고 마음이 나중에 왔기에 그 순서를 바꿀 수가 없다. 무언가를 결심을 하기 전에 아픈 데는 없는지, 몸에 밴 습관은 어떤 것인지 먼저 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건강해 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이 아니다. 아픈 몸이라도 잘 돌보기만 하면 신통하게 말을 잘 듣는다. 몸의 말을 들어주기만 하면 말이다. 몸과 마음이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을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나를 뽑아준 부장이 너무 고마웠어요. 동네에서 같이 운동을 하면서 친해졌고 직장에서도 내 애로사항을 많이 해결해 줬어요. 그런데 내가 노동조합에 관심을 가지는 걸 알고부터는 태도가 싹 바뀌었어요. 나를 완전히 벌레 보듯이 하더라고요. 나는 여전히 그 부장님이 좋아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완전히 안면 몰수하더라고요. 나중에 직장 폐쇄하고 파업하고 그럴 때 찾아왔는데, 파업 그만 둘 수 없냐고 사정하러 왔더라고요. 그때는 옛날 얘기 하면서 자기가 나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지 시시콜콜 말하더군요. 정나미가 확 더 떨어지더라고요. 나중에 사장하고 만날 일이 있었는데 파업에 참여했다고 나를 아주 인간말종 취급을 하더군요. 내가 입사해서부터 그때까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요즘 말하는 개돼지 취급을 당하면서도 정말 일은 열심히 했거든요.”
남의 눈이 너무 신경이 쓰여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신경 안 쓰고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다. 불가능한 것이다. 살아 있는 한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출 수 없듯이 내 삶 속에 항상 남의 시선은 존재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늘 해오던 것이라 의식을 못 할 수는 있지만 없앨 수는 없다. 그러니 진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가 아니라 남이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이유를 이해하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내 입장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부장이나, 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에 더 관심을 두는 사장은 없다. 노사간에 미담은 존재하지만, 미담으로 노사합의서로 만들려는 순간 그 미담의 진심이 드러난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를 개돼지로 여긴다지만 내가 진짜 개돼지가 아니니 신경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 누군가가 자꾸 나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진짜 개돼지기 될 수도 있는 게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건강에는 역시 운동입니다. 제가 노동 운동 안 했으면 제 삶이 좀 덜 힘들었을 수는 있겠지만 삶이 건강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때 제가 무릎 꿇고 사는 걸 안하기로 결심한 건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략> 좋은 사람들 정말 많이 알게 되고 제 인생을 바꾼 것 같아요. 요즘은 힘든 건 내 운동이 망가지고 있어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제 정신은 말짱하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는 세상을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딱 하나 뿐이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따라 변해주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움직여야 건강하다. 몸과 마음이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둘 중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따라 움직이니 무얼 먼저 시작해도 상관없다. 늘 쓰는 근육만 쓰면 근골격계 질환이 오지만 안 쓰던 근육을 골고루 쓰면 몸이 튼튼해진다. 세상을 늘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면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마음이 유연해지고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감정노동이 마음의 성장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여러 위치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며 이해하고, 나에게 가장 적합한 시각을 그때그때 취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건강한 사람이다. 몸도 마음도 자꾸 서 있는 위치를 바꾸며 나에게 적합한 자리를 잡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은 다름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다른 것들을 제대로 연결할 수 있을 때 건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