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이탈리아 노동영화 "노동계급 천국으로 가다 (La classe operaia va in paradiso)"

  • 글쓴이: 원영수 (교육센터 운영위원, 국제포럼)
  • 2019-12-08

"노동계급 천국으로 가다 (La classe operaia va in paradiso)"

감독: 엘리오 페트리(Elio Petri)

각본: 우고 피로, 엘리오 페트리

주연: 지안 마리아 볼론테, 마리안젤라 멜라토 등

음악: 에니오 모리코네

배포: 1971년 9월 17일 (이탈리아), 1975년 5월 11일 (뉴욕)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황금종려상)을 수상하자, 그저 그런 이 영화를 1,000만 관객이 봤다. 영화의 성공요인을 둘러싼 논란이 시끄럽지만, 개인적 판단으로는 영문 자막의 위대한 승리다!

 그런데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리스트를 보면, 헐리우드와는 확연히 다른 칸의 독특한 진보적 취향을 알 수 있다. <기생충>이 비교도 되지 못하는 빼어난 작품이 즐비하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저명한 좌파 영화감독 켄 로치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년)과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년)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2차례 수상했다(수상후보로 14차례 지명됐다). 미국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 역시 <화씨 9/1>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진짜 놀라운(?) 것은 이탈리아의 노동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사실. 엘리오 페트리 감독의 〈노동계급 천국으로 가다〉라는 영화가 그것이다. 수상목록에는 나름 좌파성향의 영화가 제법 있지만, 노동영화로는 이 영화가 유일하다.

 운동권 학생들이 공장으로 밀려드는 출근길 노동자들에게 슬로건을 외치는 첫 장면부터 심상치 한다. 1970년대 이탈리아 노동현장의 현실과 투쟁을 있는 그대로, 날 것으로 화면에 옮긴 이 영화는 공장에서 시작해서 공장으로 끝난다.

공장은 감옥이다!

노동자들은 태양을 보지 못한다!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임금을!

 

 영화에 관한 이야기

 이 이탈리아 영화는 1971년에 제작됐다. 감독은 엘리오 페트리(1929-1982).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좌파 영화감독이다. 주인공 룰루 마사로 나온 배우는 지안 마리아 볼론테. 역시 유명한 좌파 영화배우였다.

 반면 영화에서 여성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마사의 동거녀 리디아(마리안젤라 멜라토), 파업 와중에 첫 정사를 갖는 사무실 여직원 아달지사, 별거 중인 전처 정도다. 주로 동거녀 리디아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 영화는 피에드몽의 노바라에 있는 한 공장에서 촬영했다. 이런 노동영화를 찍게 할 업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당시 공장이 도산해서 생산이 중단된 상태여서, 거기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이 곳 노동자들이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1972년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공동수상했다. 그 외에도 다른 영화제(David di Donatello)에서도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여자 주인공 마리안젤라 멜라토는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밀리티노를 연기한 배우(Salvo Randone)도 최우수 조연상을 탔다.

 

 몇 가지 배경지식과 맥락

 이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히 요약하자면, 살인적 노동강도를 강요하는 공장에서 한 때 모범노동자였던 룰루가 산재사고 이후 마음이 변해 파업의 강경파가 되고, 파업 와중에 해고됐다가 파업이 승리한 다음 복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탈리아 영화는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 역사적 맥락과 배경지식이 없으면 많은 것을 놓치기 쉽고, 그러다 보면 영화의 깊은 맛을 느끼기 어렵다. 이 영화의 제작년도가 1971년이므로,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이르는 이탈리아 노동현장의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냈다.

 그런데 영화는 오직 공장과 주인공 룰루의 주변에만 초점을 맞추고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따라서 다소 번거롭더라도,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탈리아의 사회와 정치, 역사의 맥락을 알아야 하고, 특히 이탈리아 노동운동에 관한 배경지식이 필수적이다.

 1) 공장 앞에서 선동하는 학생들은 누구인가?

 매일 아침 공장 앞에서는 학생운동 활동가들이 메가폰을 들고 노동자-학생 동맹(한국식으로 노학연대)를 외친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노동착취를 부르짖는 운동권 학생운동가에 대해서 영화는 그들의 말과 행동을 충실히 재현할 뿐 추가적 설명이 없다.

 이들은 누구인가? 물론 영화는 허구이기 때문에 그들을 굳이 적시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들은 당시 마오주의 학생조직에 속한 신좌파 활동가들이다. 1960년대 중소논쟁 이후 수정주의 주류 공산당에서 이탈한 또는 제명당한 공산주의 좌파에 속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이탈리아 공산당(PCI) 왼쪽에 다양한 극좌파(?) 그룹들이 신좌파로 등장했고, 마오주의 세력이라면 이탈리아 공산당(맑스-레닌주의)[PCI-ML]이 대표적인 조직이다.

 이 시기 이탈리아 공산당은 150만명의 당원을 가진 거대한 합법 대중정당이었고, 이탈리아의 신좌파는 이탈리아 공산당의 수정주의-합법주의-개량주의를 비판하면서 등장했다. 크게 맑스주의적 아우토노미아(노동자권력[Potere Operaio: PO)와 지속투쟁(Lotta Continua: LC), 마오주의 계열(PCI-ML), 트로츠키주의 계열(노동자 전위: Avanguardia Operaia: AO) 등이 1960-70년대 급진적 투쟁을 주도했다.

 영화에서 이 마오주의 그룹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소수의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었고, 이들은 현장총회에서 노동조합이 제시한 개수임금 기본급 인상이란 온건한 제안에 반대해 개수임금제 자체의 폐지를 주장했다.

2) 노동조합은 누구인가?

영화 자체에서는 단지 노동조합의 대표가 나와서 현장 총회에서 사회를 보는 것으로 나온다. 이들은 누구인가? 이탈리아인이라면 모두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이 없지만, 영화 속 금속노조는 이탈리아 금속노조(FIOM)이다.

2차대전 후 이탈리아의 노동조합은 재건됐다. 파시즘의 지배기간(1923-1944년) 동안 불법화된 노동조합은 이탈리아 노동총동맹(CGIL)으로 재건됐다. 그러나 소련의 세력확장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냉전공세에 돌입해 국제노련(WFTU)을 분열시켜 국제자유노련(ICFTU)을 세웠듯이, 이탈리아에서도 노총분열 공작에 나섰고, 이탈리아 노총은 분열됐다.

 

공산당을 배제하고 주도권을 장악한 기독민주당(DC) 정권은 미국의 비호 아래 기민당 계열의 새 노총(CISL)을 만들었고, 사회당과 공화파 역시 독자적인 중도파 노총(UIL)을 만들었다. 그 결과 2차대전 이후 반파시즘 통일전선에 기반해 건설된 단일노총은 좌중우 3노총(CGIL-UIL-CISL)으로 분할됐다. 각 노총은 지역단위에 기반한 산별노조를 건설했다. 그럼에도 좌파노총(CGIL)은 3노총 가운데 다수파였고, 사회주의 진영해체에 이은 이탈리아 공산당이 해체된 이후에도 여전히 다수 노총이다.

 그리고 좌파노총의 산별노조 가운데 가장 핵심적 노조는 바로 금속노조(FIOM)이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붉은 깃발에 새겨진 FIM, FIOM, UILM이 등장한다. 각각 CISL, CGIL, UIL 소속 금속노조를 가리킨다. 점심 시간에도 공장 담벼락 밖에서 마오주의 학생 운동가들은 3개 금속노조가 공동 현장총회를 소집했음을 알리면서, 노조의 요구를 넘어 개수 임금제 폐지를 선동한다.

3) 왜 금속노조는 온건한가?

 1970년대 당시 이탈리아 공산당의 당원은 150만명 수준이었고, 대중조직인 좌파노총(CGIL) 역시 약 500만명의 조합원을 자랑했다. 따라서 이탈리아에서 공산당은 사회적으로 배제됐지만, 그럼에도 서유럽 최대의 공산당과 노동조합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거대한 규모에 비해 이탈리아 공산당과 노총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왜냐하면 냉전 개시와 함께 공산당과 노총은 이탈리아의 주류 정치에서 철저하게 배제당했기 때문이다. 냉전의 전초기지가 된 이탈리아에서 좌우대립은 극한적 형태를 취했고, 이탈리아 공산당이 제도내 진입을 위해 사실상 모든 것을 포기했음에도 카톨릭 교회와 우파는 공산주의 좌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공산당이 유로코뮤니즘 노선으로 전환한 것은 1970년대 중반으로, 이 영화 제작 이후이긴 하지만, 이탈리아 공산당의 지도부는 이탈리아 사회 속에 뿌리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와 타협노선을 추진했다(물론 친소노선을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이에 따라 노동조합 역시 우파/중도파 노총과의 경쟁 속에서 좌파적 입장을 견지하기는 했지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었고 항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였다. 특히 사업장 내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한 노동법 때문에, 개별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을 극히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3년마다 진행되는 조합선거나 단협 시기에만 경영진의 허락을 받아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4) 노동자은 왜 파업에 들어갔는가?

 먼저 이 시기가 어떤 시기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세기 이탈리아의 노동운동에서 기억할 만한 투쟁의 시기는 세 번이었다. 첫 번째는 20세기 초반의 붉은 2년(red two years), 다음은 2차대전 직후 총파업, 세 번째는 1969년의 뜨거운 가을(autuno caldo)이다.

 이 영화의 제작년도가 1971년이면, 바로 1969년 뜨거운 가을 직후가 시대적 배경이다. 이탈리아의 뜨거운 가을은 1969년 9월부터 12월까지 단체협약 갱신을 둘러싸고 전국에서 500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다양한 시점과 장소에서 파업에 들어갔던 역사적 투쟁이다.

 1950-60년대 이탈리아의 경제기적 시기에 북부 공업지대로 몰려든 남부 출신 비숙련 노동자들이 뜨거운 가을의 주역이었다. 이들은 숙련공 중심의 노동조합에 의해서도 소외된 3류 노동자들이었지만, 제도화된 주류 노동조합을 현장의 힘으로, 근저로부터 위협했다. 이들은 노동조합과 달리 불법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경영진에 맞선 지접적 현장투쟁을 이끌었다.

 냉전시기에 정치적 노선에 따라 분열된 노동조합들도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따라 공동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3대 금속노조의 현장총회와 공동파업도 뜨거운 가을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혁명적 변화였다. 전국적 수준에서도 3대 노총의 협력과 공동투쟁의 시대가 열렸고, 1970년대 상설적 협의 테이블이 정례화되었고, 3노총 통합도 의제에 올랐다.(결국 그 이후에는 사라졌지만) 그리고 유럽에서 가장 진보적 노동법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1971년 노동헌장 역시 뜨거운 가을 투쟁의 직접적 산물이다.

주인공 룰루

 주인공 루도비코 마사(일명 룰루)는 한마디로 일중독자 마초이다. 현재 31살이지만, 공장생활 15년의 고참. 뛰어난 일솜씨로 경영진과 감독관의 총애를 받는다. 일중독자인 룰루는 뛰어난 손재주로 모든 기계를 다루며, 개수 임금제 아래서 최고의 생산성으로 동료 노동자보다 훨씬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이 자랑이다.

 경제적으로 여유있지만, 그의 삶은 개판. 헤어진 전처와 아들을 부양하면서, 헤어드레서인 리디아와 그녀의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리디아와의 관계는 시들하지만, 현장에서 정력을 과시하고 사무실 아가씨에게 껄덕대는 전형적인 마초다.

 영화의 초반 에피소드에서 룰루의 세계관이 드러난다. 인간은 똥만드는 기계이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집중이 필요하다. 룰루의 비법은 사무실 아가씨의 엉덩이를 떠올리면서 리듬에 따라 집중하는 것.

사건 - 손가락이 잘린 룰루

 생산성을 높이려는 회사측은 룰루를 내세워 시간당 생산량을 재조정(인상)한다. 룰루의 손놀림에 따라 정해진 생산속도는 가히 살인적이다. 초시계로 시간을 측정해 생산량을 정하는 과학적 생산방식(이른바 테일러주의)을 실행하는 감독관에게 룰루는 보물이지만, 동료 노동자들에게 룰루는 저주의 대상이다.

동료들과의 갈등 때문에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은 룰루는 기계에 걸린 부품을 꺼내려다가 손가락이 잘린다. 별일 아니라고 룰루는 별일 아니라고 피하지만, 현장은 개판이 된다. 개수임금제의 노동강도에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한다. 그들은 절규한다. 개수임금이 노동자를 죽인다! 파업이다! 현장총회를 소집하라!

룰루와 밀리티노

 손가락이 잘린 룰루가 처음으로 시간의 여유를 갖게 되면서 만나는 사람이 밀리티노이다. 일중독자 룰루에게 유일한 친구(?). 감옥같은 공장에서 해고된 다음 정신병원에 갇혀있다. 미친 속도경쟁에 미쳐가는 경영진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제정신을 가진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 바로 정신병자 밀리티노다! 그는 과연 미쳤을가? 밀리티노는 공장이란 감옥의 노동으로 인한 소외에 저항하는 것이 정신병으로 치부되는 1960-70년대 이탈리아 자본주의의 피해자였다.

 손가락을 치료하면서 어수선한 상황에서 룰루는 밀리티노에게 면회를 가고, 그가 부탁한 붉은 책(마오쩌뚱 어록, The Little Red Book)을 전해주며 대화를 나눈다. 정신병원에 갇힌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저런 노동자들이다. 부자들은 개인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모든 게 돈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돈이 없어서 미치고, 부자들은 돈이 너무 많아서 미친다.... 파업, 파업, 파업. 대화는 맥락없이 그렇게 끝난다. 헤어지기 직전에 밀리티노가 속삭인다. 다음에 무기를 가져와!

노동조합 대 학생운동: 노동조합의 단결 대 혁명적 폭력

 노동재해 소란으로 동료 노동자 6명이 징계를 받는다. 노동조합은 단결을 호소하고 투쟁에 나선다. 학생들은 더 과격하다. 자본의 폭력에 노동자의 폭력으로 맞서자! 자본가의 노예를 타도하라!

 현장으로 돌아온 룰루. 처음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경영진은 생산성이 7퍼센트나 떨어졌다고 노동자들을 질타하면서, 노사협력을 역설한다. 그러나 룰루는 변했다. 룰루는 미쳤다. 그러나 더 이상 자본의 개가 아니다!

 마침내 소집된 현장총회. 개수임금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나뉜다. 개수 임금제 폐지를 지지하는 12표! 개수임금 협약으로 임금인상을 추구하는 노동조합! 1일 2시간 파업을 제안한다. 논란 속에 룰루가 나서서 연설한다. 노동조합의 지침에 따라 개수노동을 했고, 결국 기계가 되고 말았다. 기계의 부품이 되고 말았다고 절규한다. 즉각 파업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이에 노조 대표자는 도발이 우익의 정치게임이므로 노동자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외친다.

 정문 앞 충돌. 노동조합과 학생들이 다시 맞선다. 노동자들도 개수임금 인상과 2시간 파업을 주장하는 노조측과 2시간 파업은 불충분하고 개수임금제를 폐지를 주장하는 현장 노동자들이 맞서고, 이 와중에 경찰이 출동해 관리자와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려고 공장 정문 앞 피켓라인을 공격한다. 공장장의 차를 온몸으로 막는 마사. 차는 돌진하고 차에 매달린다. 노동자와 경찰이 뒤섞여 육탄전을 벌인다.

 이 사건으로 마사는 해고된다. 파업지속을 주장하던 소수파는 노동조합에 밀린다. 마사의 집에 피신한 학생들을 보고 기겁한 리디아는 아들과 함께 마사를 떠난다. 지역 고등학교를 점거한 학생들과 만나보지만 괴리감을 느낀다. 직접적 활동에 나서라는 제안도 받지만, 학생과 노동자는 다르다.

 고독한 실업자의 삶을 이어가면서 룰루는 서서히 미쳐간다. 리디아의 아들이 아끼는 스크루지 덕 풍선인형도 담뱃불로 펑크낸다. 거의 미치기 직전에 그를 구한 건 리디아. 무슨 이유인지 설명은 없지만, 별거 끝에 리디아는 집으로 돌아온다. 또 오랜 협상 끝에 노동조합이 룰루의 복직과 개수임금제 개혁이란 2가지 요구를 쟁취하는 데 성공한다.

 

결말: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계급은 천국으로 갈 수 있을까? 이 제목은 영화의 결말에 언급된다. 현장의 압력으로 노동조합이 해고 노동자 복직을 단체협상 의제로 넣었고, 몇 달이 걸린 지리한 협상 끝에 룰루의 복직이 합의된다. 노조 대표자는 노동조합의 단결로 복직까지 얻어낸 지역 최초의 사례라고 감격(?)해 한다.

 마지막 장면. 룰루는 다시 복직되지만, 개수임금제가 적용되는 기계실이 아니라, 조립라인이다. 엄청난 소음 속에 룰루는 어젯밤 꿨던 꿈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외친다. 노동자계급은 천국으로 갈 수 있을까? 밀리티노가 말했다.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노동계급은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려야 천국에 갈 수 있다! 룰루가 조립라인의 굉음 가운데서 외친다.

 

마치며

 공장은 감옥이다. 해뜨기 전에 출근해서 해지고 퇴근한다. 일하면서 속도를 강요받고, 기준에 못 미치면 벌금. 개기면 징계. 퇴근 시에는 몸수색. 노예의 삶이 따로 없다.

 노동조합은 온건하고 학생들은 과격하다. 과격하지만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걸로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노동계급 천국에 가다〉는 대단히 이탈리아적인 영화이다. B.A.N.이라는 가상의 공장을 배경으로 노동자 룰루와 그의 동료, 노동조합과 급진적 학생운동 활동가들의 대립과 갈등을 아주 정확하게 그려냈다. 이탈리아의 독특한 정치와 사회, 노동운동과 신좌파 학생운동을 실감나게, 사실적으로 재구성했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대부분 주류 영화의 화면에서 항상 부분적으로, 또는 주변적으로 다뤄진다. 노동자가 간혹 주인공으로 나오는 극소수의 경우에도 불쌍한 노동자나 훌륭한 투사 둘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세계 노동운동사에 기록된 중요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영화는 거의 없다. 그러나 〈노동계급 천국에 가다〉은 예외이다.

 좌파의 선전영화라는 악의적 영화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면 그런 주장이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기 그리 어렵지 않다.

 “이 영화에 대해 모두가 논쟁한다. 노동조합 지도자, 좌파 학생, 지식인, 공산당 지도자, 마오주의자들. 이들은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는 작품을 원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노동계급에 관한 영화이다” (엘리오 페트리, 197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