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14일은 저희에게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입니다.
10개월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함께 했습니다. 그만큼 소중한 서로이기에 위원장님의 이번 결정에 가슴깊이 동의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저희를 놔두지 않습니다.
오늘은 위원장님이 단식을 시작한 첫날입니다.
건강이 좋은 사람이라도 쉬운 결정이 아닌데 파업이후 더 나빠진 건강상태로 단식을 하시겠답니다. 단식농성을 시작해야겠다는 결정에 반대하고 싶지만 현 상황은 그렇게 할 수도 없기에 가슴이 탑니다. 제 몸이 대신 굶고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위원장님 혼자만의 단식으로 시작하지만 결코 혼자하는 단식이 아닙니다. 저희 조합원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복지관의 민주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서, 담당자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복지관을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그 목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저희가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만을 위해서 싸워왔다면 어쩌면 10개월이 넘도록 이 자리에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저희가 책임지고 있는 장애인분들에게 또 그 부모님에게 떳떳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부천시에서는 수차례 복지관의 노사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주체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해고자의 원직복직 및 단협체결을 포함한 복지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대화를 거부하던 복지관 위탁운영재단인 '성가소비녀회'는 8월말로 철수를 하게되며 새로운 위탁재단으로 12일 '인천교구'가 선정되었습니다.
새로운 재단선정기준에 '노사문제해결안'을 제시하도록 부천시에서는 요구했었으며 부천시에서 '인천교구'를 선정할 때는 후보재단중에 가장 노사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부천시의 입장을 따라 인천교구는 '기존의 노조는 자동해산 되는 것이며 새로 생기는 노조가 법적으로 합당한 것'이라며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희는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노동조합이지 위탁운영재단의 노동조합이 아닙니다. 노동조합은 재단이 바뀔 때마다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부천시는 300여일간, 10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노동조합이 끊임없이 요구해왔던 사실들에 대해서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천시는 약속한대로 시장의 중재아래 '인천교구'와 '노동조합'간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해야하며,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다른 제반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조합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부천시장실 앞에서 단식을 하는 것은 부천시를 협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저희들의 간절한 뜻과 의지를 나타내고자 합니다. 소수의 목소리라도 그 이야기가 옳은 주장이라면 그 목소리는 울림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마음을 태우고 몸을 태우고 있습니다. 자신을 태우며 환하게 비추고자 하는 뜻이 알려지기를 원합니다. 하루가 급합니다. 저희 모두는 하루빨리 복지관 문제가 정상화되어 장애인 친구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렇게 일하며 살고 싶습니다.
2003년 8월 14일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노동조합 조합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