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교육권 예산 삭감 규탄

  • 글쓴이: bulnabia
  • 2003-08-16

"기획예산처는 장애인관련 예산 가위질 말라"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박신용철 기자

▲ 장애인이동권연대, 장애인교육권연대는 14일 오후 1시 장애인관련 예산을 삭감한 기획예산처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2003 박신용철
2004년 예산을 심의하고 있는 기획예산처 앞은 장애인들의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된 기획예산처 예산심의관들이 장애인들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장애인관련 예산을 전액 또는 부분 삭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14일 오후 1시 기획예산처 앞에서는 장애인이동권연대·장애인교육권연대·전학투위 민중연대 현장실천단 '희망'이 주최하는 '저상버스 도입 및 교육권 관련예산 삭감에 대한 기획예산처 규탄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기획예산처가 2004년 예산심의과정에서 특수교육신규예산 273억원 전액삭감과 저상버스 도입예산 25억원을 삭감한 데 항의하는 자리였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4년 특수교육신규예산으로 올렸으나 전액 삭감된 273억원에는 장애유아 무상교육비용 72억원, 장애아동 종일반지원 65억원, 특수교육보조원예산 45억원, 특수교육지원센터예산 90억원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건설교통부가 2004년 저상버스도입예산으로 올렸던 40억원도 25억이 삭감되어 15억원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이동할 수 없으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장애인 이동권은 장애인 인권보장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규탄 결의대회에서 발표된 성명서에서는 "장애인의 이동의 문제는 생존의 문제"라면서 "생존의 문제마저 너무도 터무니 없는 금액으로 삭감시켜버린 기획예산처의 결정에 우리는 분노하며, 이 분노를 온몸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할 권리는 인간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인권이며 중증장애인의 경우 집에서 20년~30년 갇혀 살아야 하는 데 대한민국 정부가 장애인들이 이동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놓지 않아 '사회감옥'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전학투위 민중연대 현장실천단 '희망'

ⓒ2003 박신용철

건설교통부가 2004년 예산 중 40억원을 저상버스 도입예산으로 책정한 것은 장애인이동권연대 투쟁의 성과물이었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2001년 오이도역 추락참사를 계기로 인권위 점거 단식농성, 지하철 철로점거, 도로 점거 등의 투쟁을 통해서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저상버스를 도입하라고 요구해왔고 이들의 3년여간의 투쟁은 저상버스 80대 도입으로 귀결되었다.

1대당 1억8천여만원이 소요되는 저상버스 80대를 도입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자체 예산 40억원을 부담하고 중앙정부인 건설교통부가 40억원을 요청했으나 기획예산처는 2차 예산심의에서 40억원 중 25억원을 삭감한채 15억만 된 것.

기획예산처가 저상버스 도입예산으로 책정한 15억원은 저상버스 13대가량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며 이번 저상버스 도입예산이 서울시에만 한정된다는 점에서 서울보다 열악한 상황인 지역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여전히 침해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 저상버스 예산, 특수교육예산 삭감한 기획예산처를 규탄한다!

ⓒ2003 박신용철

전액삭감된 2004년 특수교육신규예산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남한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450만명의 장애인들 중 50% 이상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소지하고 있는 상황은 교육을 통해 노동의 질을 담보해야 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실업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인과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야 더 나은 조건의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인데 초등학교 졸업이하의 학력으로는 좋은 조건의 노동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획 예산처 규탄 결의대회는 특수교육예산 273억원 전액삭감에 대한 규탄 의미도 있었지만 저상버스도입예산 삭감에 더 무게를 둔 분위기였다.

장애인이동권연대·장애인교육권연대 등은 간단한 결의대회를 마치고 기획예산처 장관 면담을 위해 예산처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은 이미 굳게 닫혀, 전경들이 이를 지키고 있었다. 전학투위 민중연대 현장실천단 '희망' 참가자들이 기획예산처로 진입하게 위해 철문을 흔들고 쇠사슬을 묶어 당겨보기도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기획예산처 장관 면담요청은 집회 이전에 절차를 밟아 약속된 것이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 장관이 '국무회의 참석차 자리에 없다, 장관이 민원인을 만난 사례는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면담을 거부해 정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가 계속 된 것. 이에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국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었다.

▲ 대표단은 기획예산처 경제예산심의관과 면담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2003 박신용철
장애인이동권연대 장애인이동 박영희 공동대표, 최용기 공동 대표, 박현 조직국장 등 대표단은 기획예산처 9층 건설예산교통과로 향했고 김동환 경제예산심의관과의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면담에 앞서 기자들의 취재를 허용해야 한다는 대표단과 공식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취재는 불가하다는 기획예산처의 입장이 상충되어 건설예산교통과 출입구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기획예산처 건설예산교통과 관계자는 "결정된 예산은 없다"며 "올해 처음으로 저상버스도입예산이 도입된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도의 경우 1차, 2차, 3차 예산심의 과정에서 국회에서 예산이 확정되기 전에라도 예산규모를 알 수 있었지만 2003년도의 경우 안정적인 세입 예산을 측정하기 어렵다"며 "2차에서 15억원이 책정되었다 해도 3차심의과정에서 삭감될 수도 있고 40억원 전액이 배정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동환 경제예산심의관과 대표단의 비공개 면담이 진행되었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게 대표단의 일치된 의견이었고 대표단이 면담을 하고 있는 중에도 기획예산처 앞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장애인이동권 외면한 채 예산책정을 삭감한 기획예산처를 규탄하면서 장애인이동권·장애인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연좌시위를 계속 진행했다.

한편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대책위원회(이하 장애인연금법제정대책위)도 14일 '장애인 생존권 박탈하는 장애관련예산삭감 기획예산처는 자폭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는 '성장보다 분배에 더 무게를 두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대선공약이 1년도 되지 않아 자신의 입으로 했던 약속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며 '장애인의 삶과 연관된 저상버스 도입비용과 장애인교육예산을 형편없는 수준으로 삭감하고 있고, 또v다른 공약이었던 장애인연금법 제정에 대해서도 공약이행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3 박신용철

장애인연금법제정대책위는 특히 "장애인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애인연금법제정을 위한 노력도, 기획예산처의 결정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국회 법제실의 불가 판정으로 입안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의 보전, 실질적으로 최저생계 이하의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저소득 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 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못하면서도 언제나 그랬듯 예산을 핑계로 대선공약이었던 장애인연금법 제정을 기피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현재 장애인연금법제정대책위는 비장애인 중심적, 성장위주의 기획예산처의 장애관련예산 삭감 전면 철회와 장애인연금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

2003/08/14 오후 10:00
ⓒ 2003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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