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게 집․가정은 어떤 의미일까?”
- 신재걸 (노동자교육센터 부대표) -
노동자는 다양한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와 내 가족이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집」과 나의 일터인 「공장」 그리고 집과 현장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3개의 공간은 분리되고 독립적인 것 같지만 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즉 공장과 집은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공장에서의 생활은 곧바로 집에서의 가족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역으로 가족생활도 공장에서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와 내 가족이 생활을 함께 꾸려가고 있는 「집」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봅시다.
2005년 현대자동차노동조합(지금은 금속노조 현자지부)에서 실시한 현자노조 문화정책방향연구의 결과에 의하면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집의 의미에 대해서 안식처(43.5%), 재충전하는 곳(27.5%), 배우자와 함께 하는 곳(18.4%), 자녀를 기르는 곳(7.2%)의 순으로 답변하고 있습니다. 70%가 넘는 조합원들이 현장에서의 힘든 노동으로 인해 지치고 피곤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쉬게 할 수 있는 안식처로, 그리고 내일의 힘든 노동을 다시금 견딜 수 있도록 재충전하는 공간이 바로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노동자에게 「집」은 고단한 몸을 쉬게 하는 편안한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집」을 그냥 편안하고 쉬는 공간으로만 머물게 해서 될까요? 무엇인가 나와 가족의 미래를 활짝 열어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키면 안될까요? 이제 「집」이라는 공간을 안식처라는 소극적 생각에서 한발 나아가 좀 더 적극적인 공간․발전적인 공간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는 IMF 구제금융사태 이후 정리해고가 현실화되고 현장에서의 불안한 상황은 「집」과 「가정」의 불안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리해고가 현실화된 이후 가족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는 조합원이 80% 정도에 이르는 것이지요. 이렇게 소중한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공간인 「집」을 이제는 적극적인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건강한 부부관계, 자녀관계를 바탕으로 노동현장과 지역사회로 활발한 기운이 흘러 넘치는 공간으로 「집」의 의미를 재설정해야 합니다. 「집」과 「가정」은 안식처라는 의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발전적인 현장생활과 공동체적인 지역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가장 기본이 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공장과 지역사회가 「집」과 「가정」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반대로 「집」과 「가정」이 노동현장과 지역사회에 건강하고 활기찬 자양분을 수혈하는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