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으로 가는 희망의 버스

  • 박준성의 역사이야기
  • 글쓴이: 박준성
  • 2011-06-20
2011년 6월 11일-12일 한진중공업가는 희망버스를 탔다.
희망은 발로 배우고
역사는 길위에서 써야한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하지만
발을 떼고 길을 걷기까지는
멈칫멈칫하고 쭈빗쭈빗하기를
되풀이한다.
30년이 넘게

이러니
배움이 늦다.

콘테이너 박스로 용접한 한진중공업 정문을 지났다.
우리편 방송차량이
"부산 동지들은 차도에 자리잡고
희망의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인도 쪽으로 옮겨주시기 바랍니다"하며
지역을 '분열'시켰다.
작전이었다.
담장너머로 사다리들이 미끄럼타듯 흘러내리고
"빨리 조심해서 넘으세요"하는 외침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경찰이 몰려드는 긴반한 순간
재빠르게 뒷 일을 계산하며
연행될지도 모르는 월담을 선택했다.

35미터 꼭대기 85호 크레인에서 김진숙 동지가
아래를 내려보며 손을 흔들면
'나를 보았구나' 가슴이 두근거렸고
"와주셔서 고맙습니다다"하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인사들 을들 때는
희망을 싣고 온 듯 뿌듯했다.

사회를 보는 송경동 시인이,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이창근 실장이,
얼겁결에 마이크 잡았던 나까지도
"우리가 비록 1박 2일 버스여행을 마치고 떠나도
필요하면 다시 달려올 수 있겠지요?"하고 목소리 높여 물었지만
나는
큰 목소리로 '투쟁'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사정이 있으면 못 올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주고받는 작별인사도 못 나눈 채
조금먼저 떠나오면서
다만
지금 못 오면 두고두고 미안할까봐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으려고
지금여기를 외면하며 그때거기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를 위해
희망의 버스를 탔을 뿐인데
두고 온 희망보다
챙겨가는 희망이 더 큰 것 같아
미안했다.

다시
희망의 버스가 마련된다면
타야지
별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