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노동자입니다.

  • 글쓴이: 노동자교육센터
  • 2012-10-23

김진순과 함께하는 노동자교육 이야기  첫 번째

당신은 노동자입니다.



김진순(노동자교육센터 대표) 

 

노동자 교육센터 노동자 교육이야기 첫 번째입니다.

처음 내는 교육지의 첫 번째 이야기를 어떤 주제로 이야기 할까? 많은 고민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이 땅에 노동자가 나타난 것도 100년이 넘었고 또 노동조합이 생겨 난지도 100년이 되는데 우리는 아직도 노동조합의 중요한 교육 과목 중에 하나가 ‘노동자와 노동조합’입니다. 신입 조합원은 말할 필요도 없고 조합원, 간부에 이르기 까지 아직도 자신이 노동자라는 인식도 없고 별 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뭐 먹고 사는데 지장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누가 나한테 “너 노동자지?” 라고 하면 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사람도 많습니다.

10여 년 전에 공무원 노동조합을 건설하기 위해서 전국의 공무원 노동자들이 열심히 “공무원도 노동자다. 노동 3권 쟁취하자!” 하고 현장을 조직하고 뛰어 다녔습니다.

어느 군의 부 군수가 노조 간부를 부르더니 “○○ 사무장, 이제 그만 했으면 됐지 않으신가. 승진도 해야 하는데……. 공무원이 뭐 그리 하찮은 노동자 하려고 그렇게 뛰어다니시나?” 라고 하면서 공무원이지 뭔 노동자냐 그만 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예전부터 노동자라고 하면 하찮고 별 볼일 없는 사회 하층민으로 인식되었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공부 안하고 놀고 말썽 피우면 “너 그러다 커서 공순이 공돌이 되려고 그러냐?”라고 혼내고 했습니다. 또 7,80년대 까지 만 해도 노동자라는 말을 쓰면 사상이 불온한 사람, 빨갱이로 취급 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87년 7․8․9 노동자 대투쟁 이후에는 공순이 공돌이 라는 말이 사라지고 역사의 당당한 주체로 나타났습니다. 또 어떤 이는 드디어 노동자가 이 땅에서 시민권이 쟁취 되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노동자라는 단어에 우리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직장인, 간호사, 교사, 공무원, 은행원, 기관사, 연구원, 회사원 등 또 근로자라는 말이 더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이러는 데는 우리의 잘못도 있지만 사회, 국가의 잘못도 있습니다. “제헌 헌법 제 18조에서 노동자라는 말을 근로자라는 말로 대체 시켜 버렸다.”(1)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헌법 제정에서 아예 노동자라는 말을 없애 버렸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근로자, 직장인, 종업원에 익숙해지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노동자라는 단어를 차차 잊고 하찮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의 대명사로 세뇌 당하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한번만 의심의 눈초리로 들여 다 보면 우린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입하고 활동하는 노동조합은 노동자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근로자라고 한다면 근로자가 가입하고 활동하는 조직은 당연히 근로조합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입니다.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도처에 이상한 것이 많습니다. 노사관계, 노동조합법(집단적 노사관계법), 노동위원회 등에는 노동이란 단어를 씁니다. 그런데 또 근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곳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개별적 노사관계법), 근로복지공단 등 어허 이거 왜 이럴까? 그럼 근로자와 노동자의 차이를 자세히 알아봅시다. 근로자는 개별적 노사관계에서 쓰이고 노동자는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근로자라고 하면 노동자에게 계급성, 집단성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를 개별화하는 몰 계급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을 봅시다.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일 또는 일터에 노동을 제공하여 받은 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 노동자란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제공하여 그 대가로서 임금을 받아 살아가는 사람. 육체노동뿐 아니라 사무를 보는 사람 모두를 포함한다.” 노동과 노동력의 개념을 따져 봅시다. 노동은 노동자가 직장에 출근하여 기계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는 과정 즉 노동, 일하는 것을 말합니다. 노동력은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즉 교사는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 옷을 만들 수 있는 능력, 집을 지을 수 있는 능력, 환자를 간호 할 수 있는 능력 등 노동자에게 내재 되어 있는 일 할 수 있는 능력을 노동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노동자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해서 노동력을 팔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노동자라고 한다.

◇ 생산수단 : 기계, 공장, 땅, 생산도구, 원자재, 자본 등을 말한다.

 

그러니 우리는 정확히 말하면 노동자고 노동자 계급입니다. 근로자란 개별화되어 자본가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근면하게 일하는 자를 바라는 자본가의 바람, 주술이 들어있습니다.’ (2)

노동자는 천한 것도 하찮은 것도 아닌 이사회에서 모든 재화, 물질을 생산해 내고 사회를 움직이는 당당한 주체입니다. 이 사회에서의 위치, 위상,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노동자’, 우리가 열심히 써야 합니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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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주주의를 혁명하라 p46, 김영수, 메이데이

(2) 자본주의 사회의 허상화 진실 -금속노동자를 위한 철학 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