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 소수자의 눈 - "별에서 온 10대?"

  • 글쓴이: 노동자교육센터
  • 2014-02-04

별에서 온 10?

-거부 혹은 관용의 대상이 아닌 소통의 대상으로

 

남쌩 / 여성노동연구모임()

 

  ‘성교육하면 바로 무엇이 떠오르는가. 이십 년이 다 되어가는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구성애 혹은 아우성(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을 떠올리지는 않을까? 그만큼 아우성’, 특히 부모가 대하는 십 대의 성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성애씨가 방송에 출연했을 때, 어렸을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멘트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십 대 남자아이들이 자위를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엄마들이 크리넥스를 아이의 방에 넣어주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는 자위를 자연스러운 성적 행동 중 하나로 인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는 주로 남자아이들에 한정되었고, 최근 십 대 여성들이 가입하는 인터넷카페의 게시판에는 여자인 자신이 자위를 하는 게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자위 뿐 만이 아니다. 십 대의 연애와 스킨십에 대해서도 예전보다는 너그러워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정이라기보다는 관용에 가깝다. 실제로 십 대(특히 여성)의 섹시한 이미지는 끊임없이 소비되지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십 대를 무성적인 존재로만 생각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인식의 변화는 더딘데, 현실의 변화는 빠르다. 십 대들의 문화 중 이미 연애는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조사자료(1)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40% 정도가 동성과의 연애를 포함한 연애관계를 경험해보았으며, 고등학생의 열 명 중 한 명은 성관계 경험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비() 십 대 혹은 부모들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있었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 자리에서, 한 분이 고민을 토로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 분은 지하철에서 학생들이 스킨십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토로하셨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학생과 남학생이 스킨십을 하는 것이 너무 보기가 싫다고 하셨다. 그 이유가 공공장소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십 대이기 때문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학생들을 특정해서 이야기했던 것을 생각하면, 십 대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러한 시각이 그 분 한 분만의 고민은 아닐 뿐더러 일정정도 현실적인 자녀 걱정에 기인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부모 성교육 자리에서 꼭 나오는 질문 중 하나도 임신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도 우리 사회에서 십 대에 임신을 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실질적인 피임교육보다는 연애와 스킨십에 대한 막연한 거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들도 그리고 우리도...

 

  이러한 막연한 당혹스러움과 거부감을 넘어서 자녀의 성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경험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부모성교육을 참관하면서 보았던 것 중,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 한 참가자가 아이들이 야동을 보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진행자는 참가자들에게 잠시 시간을 주며 자신이 어렸을 때 본 성적인 표현물을 떠올려보도록 했다. 이에 곰곰이 생각해보던 참가자들이 하나 둘 씩,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할리퀸 로맨스 소설에 빠졌었던 이야기, 소설 중에서 야한 장면 묘사를 찾아본 이야기, 친구들과 에로비디오를 몰래 빌려본 이야기 등.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모두 한 때는 성적 표현물을 접해본 기억이 있음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요즘 십 대의 성은 우리와 다르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과거의 기억을 되돌아봄으로써 오히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도 그리고 우리의 부모님들도 모두 성적인 존재로서 십 대를 보냈다는 것, 그리고 자녀 역시도 그럴 것이라는 것 말이다.

 

차별에 대해 성찰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 대를 이미 지나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단지 십 대의 성적 행동과 현재의 문화를 인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그들이 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그들과 만나기 위한 첫 걸음일 뿐이다. 십 대의 성문화 역시 학교라는 공간과 또래집단 안에서 차별적이거나 폭력적인 경우가 상당수 있다. 십 대들의 문화 역시 사회의 일반적인 성에 대한 인식과 다르지 않다. 특히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인식은 십 대, () 십 대 할 것 없이 어디에나 팽배하다. 그러하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성적 행동 그 자체에 대한 거부보다는 현재 성문화에 대한 성찰이다. 십 대든 비() 십 대든 공유하고 있는 차별적 지점들을 드러내고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별에 따른 차별적 인식,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십대의 성적인 행동에 대한 낙인들은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최근 학생인권조례개정 움직임과 관련해서 이슈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성 인식과 문화에 대한 소통과 성찰의 과정이 십 대인 그들도, 그리고 십 대를 거쳐 온 우리들도 함께 변화하는 과정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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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3 서울시청소년성문화연구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