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초등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난다 / 인권교육 ‘온다’
‘인권교육’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요즘, 특히 경기지역에서는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각 학교에서 인권교육 의뢰가 물밀듯이 들어오곤 한다. 최근에는 조금 잠잠해지기도 했지만 여러 공공기관 중 꾸준히 요청을 받고, 또 우리도 자주 발걸음을 내딛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학교 중에서도 초등학교, 초등‧어린이 인권교육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직접 학교로 가서 만나는 경우도 있고, 동네의 작은 마을도서관이나 지역아동센터 같은 곳에서 만나기도 한다. 몇 회기 이상 만나기는 쉽지 않고, 대부분 1, 2회 등 짧은 기회로 만나기 때문에 주로 전반적인 인권감수성을 깨울 수 있는 시간을 갖거나, 간단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 청소년인권을 주제로 한 내용을 풀어낸다.
얼마 전 수원의 한 초등학교 인권교육에서는 인권 중에서도 ‘학생자치’라는 주제로 좀 더 깊숙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보통 학교에서는 예산 부족 등 여러 조건의 한계로 대형 강의 형태로 들어가거나, 방송반에서 촬영하여 각 반에 영상으로 보내는 형태로 요청이 들어오곤 하는데, 그렇게 교육이 들어갔을 때에는 인권을 통한 활동도 불가능할뿐더러,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얘기를 나누는 맛이 사라진다. 다행히도, 이번 초등학교에서는 반 별로 진행자가 한 명씩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었다.
1교시에는 모둠 별로 인권, 자치와 관련한 단어를 알아맞히는 간단한 게임을 통해 마음을 여는 것으로 시작했다. ‘자치’나 ‘참여’라는 단어 자체가 초등학생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기에 “어린이가 주인인 나라라면 어떤 모습일까?” 라는 주제로 자치와 참여에 대해 조금 더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나누었다. “시험이 없어질 것이다”, “학원이 사라진다”, “놀이동산이 많이 생기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것이다” 등의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즐거운 나라(세상)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가운데, 어떤 학생은 어린이가 주인인 나라는 “망할 것 같다”라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온전히 대접받아본 경험이 적은 환경이 어떠한 상상력의 한계를 낳는지, 그리고 그 경험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시도를 막으려 하는 ‘부정적’인 요소가 되는지를 얼핏 드러낸 것 같았다. 어린이가 주인인 나라를 상상해보면서, 반대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린이가 주인이 되지 못한 세상인 건 아닐까? 하는 질문을 가질 수 있었다. 누가 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삶과 인생에서 ‘주인’이 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질문을 나누며, 큰 틀에서 ‘자치’의 의미에 조금 가깝게 다가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2교시에는 그 학교의 생활규정을 참여자들이 직접 살펴보면서, 어떤 부분을 우리가 바꿔나갈 수 있을지, 인권의 눈으로 보았을 때, 생활규정 속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찾아보았다. 생활규정을 처음 접해보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저마다의 의견을 덧붙이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 중 한 모둠에서는 CCTV 설치와 관련한 조항을 보고, 기존 규칙이 미처 담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필요한 내용을 제대로 찾아주었다.
(▲ 우리 학교 생활규정(학칙)을 읽어본 후 … 규칙에 추가되었으면 하는 것, 바뀌었으면 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적어보았다.)
이어서 자치라는 것이 형식적이고, 그냥 어느 날 전교어린이회장 선거 할 때만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꾸준히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마지막 시간에는 강당에 모여 다같이 ‘행복한 학교’에 주렁주렁 인권 열매를 달아주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이야말로 알짜배기 배움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자치 나무’> … 학생들이 생각하는 행복한 학교에 필요한 것들을 적은 후, 나무 그림에 열매 쪽지를 직접 붙이는 모습)
인권교육 또한 다른 교육활동들처럼 대체로 비슷한 틀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내용은 매번 같을 수는 없다. 참여자의 정체성이 다르고, 참여자들의 욕구가 다르고, 각자의 다양한 경험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완벽해 보이는 교육 안이나 프로그램이라고 할지라도, 어떤 이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모든 내용을 다 재구성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권교육은 주어진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을 필요로 한다. 교육은 무조건 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오해를 극복하고, 공부는 책상머리에서만 이루어진다는 편견을 버리려고 한다. 인권을 원하는 사람, 그것을 교육으로 풀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다.
인권교육을 통해, 어색하지만 조금씩 스스로의 생각을 펼쳐보고, 그 생각을 옆 자리 친구들의 이야기와 연결지어보자. 내가 소중하다 여기는 것을 드러내보며, 그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도록 ‘인권’과 손잡아보자. 그리고 그 동안 잘 보이지 않던, 잘 들리지 않던,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더 키워보자. 인권을 만난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 인권교육 ‘온다’는 다산인권센터 내 인권교육팀이 인권교육을 중심으로 활동하기 위해, 독립한 새로운 단체입니다. 때로는 휘몰아치기도 하고 때로는 따뜻한 인권교육의 바람을 안고, 인권을 바라고 원하는 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곳. 가장 낮은 곳에서 불어오는 인권교육의 바람이 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