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세상 입바른 소리 -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와 특별법"

  • 글쓴이: 노동자교육센터
  •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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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와 특별법

 

                                                                   강수돌(고려대 교수 / 노동자교육센터 운영위원)

 

 

   2014416, “세월호 사태1950625일에 시작된 한국 전쟁만큼이나 대한민국 사람들의 집단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탑승객 476명 중 무려 304명이 생명을 잃었고, 그 중 2/3 정도가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아직도 10(학생 5, 교사 2, 일반인 3)은 실종 상태다.

   세월호 사건에서 가장 큰 의혹 두 가지는, 크게 사고 원인과 대처 방식에 관한 것으로 집약된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는, 도대체 왜,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왜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급변침”)을 하였는가? 왜 출발 당시 배가 바뀌었는가? , 누가 낡은 선박의 사용 수명을 연장했는가? 어떻게 해서 세월호의 불법 증개축이 이뤄졌는가? 왜 무자격자가 1등 항해사가 되었나? 그 시각에 선장은 무얼 하고 있었나? 이른바 오렌지 맨등의 정체는 무엇인가? 등 다양한 의문점이 일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처 방식과 관련해서다. 왜 선장이나 항해사들은 승객들에게 밖으로 탈출하라는 말을 않고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나? 도대체 해경과 해군은 왜 즉각 구조를 하지 않았나? 이른바 골든타임은 왜 놓쳤나?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떴나? 왜 구조도 아닌 인양 전문 회사라는 언딘이 오기만 기다렸나?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은 왜 오락가락했나? 해경은 왜 선장을 급히 기자들로부터 빼돌렸나? 선장을 재워준 해경 수사관이 유병언의 구원파신도였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은 왜 투입되지 않았나? 이른바 콘트롤타워의 핵심인 정부나 청와대는 무얼 하고 있었나? 정확한 항적기록(AIS)이나 소중한 자료들은 누가 왜 삭제하거나 조작했는가? 등등,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이 기본적인 두 가지 미해명 문제를 밝히라며, 유가족 대책위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추모제, 촛불제, 서명운동, 단식투쟁, 도보시위, 일인시위, 집회와 행진, 아바즈 청원, 특별법 제정 운동 등 직접 행동에 나서며 거국적으로 들고 일어났음에도, 또 국회에서 국정조사가 있었음에도, 그간의 의혹이나 의문점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추가적 의혹들이 더 생겨났다.

   추가 의혹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병언의 행적에 관한 의혹이다. ,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뒤 ‘7시간 동안무얼 했는지도 해명되지 않았다. , 세월호 증·개축에 국정원이 직접 개입했으며 사실상 세월호의 주인이 국정원이라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심지어 계란 냄새가 난다던 단원고 학생의 발언과 오렌지 맨의 존재는 핵폐기물 운반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도 나왔으며, UAE 원전 건설과 유병언의 아해 재단은 핵폐기물 처리 계약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미 알려진 바, 유병언은 세월호 회사 청해진 해운()이 소속된 세모그룹을 사실상 장악했다는 구원파 교주다. 설상가상으로, 722일엔 유병언의 자살 시체가 이미 612일에 발견되었다고 뒤늦게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조차 의혹 덩어리다. 특히, 그 시점이 의료 민영화법 발의 시한, 사이버 사령관들의 대선 개입 확인, 청도 송전탑 공사 기습 강행, 성심여중·고 학생 1000여 명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 요구, 원세훈 뇌물 사건 2심 재판 감형, 쌀 개방 반대 농민단체 천막 강제 철거, 우체국 100개 폐쇄 및 700명 감축 등과 맞물린 것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 모든 사태의 핵심은, 민중과 자연의 희생을 담보로,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본과 권력의 몸집을 무한정 불리는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갑갑한 것은 국회의 국정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며, 따라서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서라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 사회의 건설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기레기언론이나 엉터리정치가들이 말하는 유족 보상은 사태의 핵심이 아니다.

   우선, 국정 조사 문제를 살펴보자. 세월호 국정조사 위원장인 새누리당의 심재철 의원은 학교 수학여행을 가다가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해 달라는 것은 이치에도 어긋나는 것라고 하며 세월호 사망자들이 수억 원의 보험금을 받는다. () 안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들을 국가유공자들보다 몇 배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유포하기도 했다. 또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손해 배상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며 그 의미를 축소 규정하려 했다. 이러한 작태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서해안 페리호 침몰 사건,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등에 이어 이번 세월호 사태도 단순한 안전사고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사실 그동안 숱한 안전사고들이 지속됐던 것도 결국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한 번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박 겉핥기 식 조사, 꼬리 자르기 식 처벌, 땜질 처방 식 사후처리로 사고의 본질을 파헤치지 못한 채 기존 관행을 계속해 왔던 셈이다.

 

   다음으로, ‘세월호 특별법문제를 살펴보자. 특별법의 의의는,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무엇보다 독립된 수사권기소권을 갖고 사태의 총체적 진실을 해명하는 데 있다. (스스로 탈출한 이들을 제외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만 믿으며 기다렸던 300여명의 목숨을,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하나도 구해내지 못한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총리가 사임하고 나중에 사람이 없다면 다시 불러들인 것은 거의 개콘수준이다. 앞서 말한 의혹들, 사고 원인과 무능 대처, 그리고 추가 의혹 등에 대해 낱낱이 밝혀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특별법의 취지다. 희생자 유족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그럼에도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에서 세월아, 네월아하며 표류한다. 마치 문제의 세월호 자체가 416일 침몰하기 전에 표류했듯이 말이다. 여야는 참사의 진상규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6.4 지방선거나 7.30 보궐 선거에 하나라도 더 당선시키기 위해 여야가 눈에 불을 켰지만, 그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처 방식이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태도를 보면, 과연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는지 극도의 회의감이 든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당선되고자 하며,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가? 단순한 명예욕과 밥벌이 때문인가? 그렇다면 자격이 없다. 모두 내려오라. 절대 가만히 있지 마라. 그리고 시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쇼는 그만하겠습니다. 제발 내려가게 해주십시오.”라고 빌어야 한다. 이것이 책임성 있는 태도다.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이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도록, 즉 국회나 정부, 법원 안에 갇혀 질식하지 않도록 만드는 정치가나 행정가들만이 진정 자격이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여야를 막론하고 아이들을 참사로 내몬 것도 모자라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일에 동참한다.

   물론, 특별법 자체도 완벽한 건 아니다. 실제로 얘기되는 내용을 보면, 유가족은 16명의 조사위원 중 8명을 피해자 단체에서 추천 하는 사람으로 채우자 하고, 새누리당은 전체 20명 중 4명만 하자고 하며, 새정치연합은 15명 중 3명만 피해자단체의 추천자로 구성하자고 한다. 이런 지경이니 표류할 수밖에 없고, 또 설사 억지로 제정된다 한들, 특별 조사위원들이 진실을 밝혀 낼 수 있을까 싶다. 게다가 7월 말에 유병언이 이미 죽었다며 공소권 없음이 선언되고 말았는데, 그들이 무엇을 조사할 것인가? 유병언 아들과 그 비서를 잡아가둔 들, 이번 사태의 본질과 무엇이 관련되는가? 또 다른 시선 돌리기수법 아닐까?

   생각건대, 이번 사태의 총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려면, 최소한 이명박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일례로, BBK 사건, UAE 원전 수주 건, 4대강 사태, 세곡동 주택 사건, 맥쿼리 자본과의 관계 등)이 모두 해명되어야 하고, 18대 대선 과정에서의 국정원 및 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우리가 남이가에서 암시되듯, 김기춘을 매개로 한 유병언의 박근혜 정치자금 의혹, 개표기 조작 의혹 등이 확실히 규명되어야 하며, 그런 맥락 속에서 세월호 사태 및 아해 재단의 의혹 등이 철저히 해부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세월호라는 한 사건의 진실 규명을 넘어 그간 대한민국을 어지럽힌 온갖 구조적 암 세포들을 온전히 도려내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웬만한 암세포는 도려내지 말고 그냥 같이 살아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이고,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고질적, 구조적 병폐는 확실히 도려내야 하는 사회적 암 세포다. 농민, 노동자, 여성, 이주민, 아이들, 청년, 노인 등 모든 민중의 피와 땀과 눈물을 희생시키고 삼천리 금수강산을 오염강산으로 파괴해 자기들 배만 불려온 그 모든 자들을 과감히 단죄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일제나 독재 정권 아래서 부당한 방법으로 부와 권력을 독점했던 세력들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역사적, 사회적 청산 작업이 제대로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 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창조 경제행복 나라도 그런 전제가 모두 해결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매 순간 쓰라린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유족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나아가 앞으로 이 땅에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서도 결코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제대로 땀과 눈물을 흘려야, 제대로 웃을 날이 온다. ‘세월호 참사’, 결코 외면하거나 잊어선 안 될 이유다.***